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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화가 나서 눈물이 다 난다”

[대면취재] 한미 쇠고기 개방협상 철회 촉구하는 강기갑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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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호 박성훈⁄ 2008.04.28 16:44:44

17대 국회에서 농민대표로 비례 선출된 데 이어, 18대 국회에서는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져 경남 사천에서 여당 실세(이방호·한나라당)를 이기고 당당히 당선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총선이 끝나면 의원들은 다음 개원까지 한가해지는 게 보통이지만, 강 의원은 쉴 새가 없다. 4월 18일 한미 양측의 쇠고기 협상단이 뼈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수입하는데 합의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같은 뉴스를 접하자마자 사천에서의 모든 당선인사 일정을 물리고 서울로 달려왔다. 그리고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청와대 앞에서 19일부터 21일까지 시한부 단식농성을 했다. 아마도 그는 299명의 17대 국회의원 중 가장 ‘배고픈’ 의정활동을 한 의원으로 꼽힐 것이다. 강 의원은 국회 농업해양수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임기 동안 쌀 협상 비준안과 자유무역협정 등 농축산물과 관련해 굵직한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단식투쟁으로 일관해 왔다. 그는 17대 임기 첫 해인 2004년부터 쌀 개방 협상에 대한 반대 단식투쟁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에는 두 차례나 쌀 개방 비준안 반대 단식농성을 했다. 지난 2월에는 한미 FTA 비준안이 상임위에서 통과된 데 반발해 곡기를 끊고 단독 항의시위를 펼쳤다. 그야말로 단식으로 시작해 단식으로 끝나는 의정활동이었다. 그는 농민들의 권익을 위해서는 단호히 숟가락을 놓고 일선으로 뛰어갔다. 이런 강기갑 의원이 17대 국회가 저물어갈 무렵 미국산 쇠고기 개방을 막겠다며 다시 단식에 돌입한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다고 박수를 치다니, 이명박 대통령은 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입니까? (미국에서) 들어오지 마세요!” 강 의원은 농성을 시작하던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이 일갈하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위해 미국산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다”며 “방미 선물을 준비하려고 국민의 목숨을 팔아버린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국민의 건강이 가장 걱정된다” 이틀이 지나고, 농성 마지막 날인 21일에 만난 강기갑 의원은 2일 간의 단식에 입술이 부르트고 목소리가 잦아드는 등 힘겨운 모습을 보였으나, 오전에 청와대 앞 청운동 동사무소에서 15개의 시민단체가 연합해 개최한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 규탄대회’에도 참석하는 등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 의원은 규탄대회에서 “국민 건강은 경제를 살리고 돈을 버는데 앞서 가장 우선돼야 할 문제”라며 “FTA에 목을 매는 맹신적인 태도로 국민 건강을 갖다 팔았다”고 이명박 정부를 성토했다. 강기갑 의원이 무엇보다 걱정하는 부분은 ‘국민들의 건강’이었다. 강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한미 미국산 쇠고기 협상 타결에 대해 ‘국가가 국민 건강을 위해 지켜야 할 검역주권을 포기한 상태’로 규정하면서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건강이다. 건강을 잃어버리면 아무 것도 소용이 없다”고 우려했다. 4월 10일에는 미국의 버지니아 주에서 광우병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발생했으며, 미국 목축업자들도 미국 쇠고기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시인하고 있다. 게다가, 광우병의 잠복기는 최대 10년까지 이어질 수 있어, 발생인자인 프레온 단백질을 섭취해도 증세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광우병 위험물질(SRM)을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가 무분별하게 유입될 경우, 잠재적인 위험성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인수성 전염병 병원균은 물에 끓이면 전부 사멸하지만, 광우병의 원인물질인 프리온단백질은 방사선에 쪼이거나 600도 이상의 고열을 가해도 태우기 전까지는 소멸되지 않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구제역이나 조류 인플루엔자 등의 전염병보다 위험하다. 강기갑 의원은 “우리나라 국민의 식습관상 섭취가 불가피한 소의 뇌수나 꼬리뼈, 머리 등 광우병 위험부위는 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허용하는 선까지 타결시켜 국민의 건강을 광우병의 위험에 노출시켰다”고 비난했다. ■ 정부협상에 국회 견제장치 전무 강 의원은 정부도 국민 여론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에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묵살하고 협상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그의 의견은 정부가 4월 9일 전까지는 협상에 대해 침묵을 지켜오다가 총선이 끝난 10일에야 협상 개시를 발표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국민의 70%가 수입을 반대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협상사실을 발표하지 않은 채 막후에서 협상을 진척시켜 왔다는 주장이다. 강기갑 의원은 “정부가 한미 쇠고기 협상의 일정을 총선과정에서 발표하지 않은 것은 국민여론이 이를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음을 의미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밑 협상을 진행해 협상을 타결한 것은 국민을 속인 처사”라고 맹비난했다. 현재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유입에 대한 대책을 만드는데 부심하고 있다. 관련 장관 대책회의를 통해 피해 농가에 대한 규제 완화 및 지원 대책을 세우는 한편, 보건에 대해 국민을 안심시키고 있다. 하지만, 강기갑 의원은 “축산농가 보호에 대해서는 대책을 세울 수 있을지 몰라도, 국민 보건에 대해서는 무슨 대책을 세운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미국에서 광우병 환자가 발견되어도 수입을 중단할 수 없게 해놓고 국민 보건에 대해서 자신 있다고 하는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강 의원은 국회 차원의 ‘협상철회 촉구결의안’을 발표해 협상을 무효화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결의안 발표는 형식적인 조치여서 협상결과에 대한 구속력이 없어 행정부가 거부하면 효력을 잃는다. 기본적으로 외국과의 협상은 행정부의 고유권한이고, 국회에서는 행정부의 결정을 법적으로 견제할 만한 수단이 전무한 게 현실이다. 따라서, 행정부가 강경한 이상 협상이 철회되기는 사실상 어렵다. 강 의원도 행정부가 미국과의 협상 체결에 칼자루를 쥐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였다. 이에 따라, 최인기 통합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앞서 통상절차법과 조약체결비준절차법을 상정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강기갑 의원은 “협약체결에 있어 국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통상절차법이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올라 있는 만큼 이번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 “이제는 국민이 나설 때” “하도 화가 나서 눈물이 다 난다. 18대 국회에서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느낀다. 축산농가가 파산위기에 놓여 있고 서민들의 불안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누군가 이런 분노를 대변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국민이 나설 차례이다.” 강기갑 의원은 국회 차원의 협상무효를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함을 주장했으나, 국민들의 연대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앞서 단식으로 협상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앞으로는 국민들이 반대 행동을 할 것이라는 기대이다. 강 의원은 “많은 의원들과 힘을 모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철회 촉구 결의안’을 내서 정부의 독단을 바로 잡을 것”이라고 하면서 “조공 바치듯이 다 갖다 바친 이런 몰상식을 막기 위해 이제는 국민이 나서서 뒤집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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