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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도 코드 인사? 노무현 따라 하나

청와대 정무 라인 신설해 측근 배치,
해외공관장 보은인사…참여정부 구태 반복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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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호 박성훈⁄ 2008.04.28 16:52:21

총선 이후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가속이 붙으면서 ‘공공부문 개혁’이 기관장 교체 인사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인사를 주도할 수는 없지만, 객관적인 경영평가 등을 기반으로 305개 공공기관 중 200여 개 기업의 기관장이 교체 대상으로 검토되리라 보고 있다. 이처럼 새 정부의 인사 물갈이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보은인사’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정부의 코드 인사를 강력히 비난하던 이 정부가 ‘내 사람 챙기기’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월 25일 취임사에서 “공직자들은 더 성심껏 국민을 섬겨야 한다. 대통령부터 열심히 섬기고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정부조직과정에서 보인 ‘강부자·고소영’ 내각의 구성에 이어 청와대 정무 라인 인사를 비롯한 춘계 해외공관장 인사에서도 코드 인사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여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MB식 ‘보은인사’ 우려 보은인사 의혹은 새로 만들어질 청와대 내부조직에서 먼저 드러난다. 신설되는 청와대 정무 라인 하마평은 총선 후 공천 배제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요직을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청와대의 정무기능을 보강하기 위한 정치특보에 박희태 의원이 유력 검토되고 있다. 특임장관(정무)에는 맹형규 의원이 거론된다. 임기만료 후의 행보가 관심을 모은 5선의 박희태 의원과 당내 중진 맹형규 의원은 공천 탈락에도 불구,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를 맡아 당분간 당에 헌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른 공천 탈락자들이 공심위의 결정에 극렬히 반발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 외에도, 한나라당에서는 정치특보에 김덕룡 의원 등 중진급이, 특임장관에는 이번 총선에서 석패한 박형준 의원을 기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병국 의원은 “새 정부가 출범하고 곧바로 총선을 치르면서 여권 내에 시스템이 부재한 것은 사실”이라며 “정치특보와 특임장관을 임명해 혼선을 정리해야 한다”고 측근 배치의 필요성을 환기시켰다. 그러나 청와대 정무 라인이 특정인물 계보로 이뤄지는데 대한 불만은 한나라당 내에서도 거세게 불거지고 있다. 공성진 의원은 “청와대는 물론 당도 흔들리고 있다”며 “전당대회와 여권 방향에 대한 대통령의 구상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인사는 “정치특보를 굳이 둘 필요가 없지만 특임장관은 둬야 하지 않나 싶다”며 “기다리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 듯하다”고 말해 혼선을 둘러싼 내부 정리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청와대 얘기는 아니지만, 서울시 서열 2위의 정무부시장 자리가 5개월째 비어 있는 것도 측근 보은·위로용 자리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정무부시장은 시장의 정치적인 업무 보좌는 물론 국회·시의회·대외기관 등과의 연계업무 및 각종 사업과 관련된 갈등 조율 등의 다양한 업무를 맡는 요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권영진 정무부시장이 사퇴한 이후 지금까지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고 있다. 부대변인 자리도 이종현 부대변인이 전출한 이후 3개월째 비어 있다. 시에서 정무부시장이 5개월 이상 공석이 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관장 인사도 측근 챙기기 ‘측근 챙기기’에 대한 의혹은 춘계 공관장 인사 단행 과정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외교통상부는 권철현 주일 대사 내정자를 일본 대사에 임명하고, 주 유엔 대사에 박인국 전 다자외교조약실장을 내정하는 등 대사 27명, 총영사 10명에 대한 해외공관장 인사를 냈다. 이 중 하찬호 주 이라크 대사는 지난 1월 초에 대통령직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투자유치TF 전문위원으로 임명돼 사표제출 후 활동한 뒤, 다시 같은 국가(이라크)에 발령을 받아 떠났다. 외교부 당국자는 “내부적으로는 귀임 발령을 내서 국내에서 4개월여 활동했지만 귀임 당시 이라크 정부에는 소환장을 제출하지 않아 이라크 정부에는 여전히 한국 대사로 되어 있어 아그레망(상대국 동의)이 필요없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아그레망 발명(發明)이 적절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참여정부 인사인 박선진 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총영사가 이번 인사단행에서 전격 경질된 것을 볼 때 측근 챙기기를 덮기 위한 포석은 아닌지 분석의 여지가 있다. 외교부는 “박 총영사는 고령에다 지역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판단에서 경질하게 됐다”고 해명했으나, 박 전 영사는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사람이라는 이유로 국가를 대표하는 공관장을 4개월 만에 해임하는 것이 온당한 처사인가”라고 밝혔다. 그는 2007년 11월에 임명됐다. ■영주권자, 공관장 명단에 포함 외교통상부는 이웅길 전 미주 한인회총연합회 수석부회장을 미 애틀랜타 총영사로 내정했다. 그는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을 도운 인사다. 로스앤젤레스 총영사 자리에 내정된 김재수 인하대 겸임교수도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에서 BBK 관련 해외팀장으로 활동하면서 대선 당시 특검으로 점철된 야당의 네거티브를 덮기 위한 노력에 치중했던 이 대통령의 측근이다. 상하이 총영사로 내정된 김정기 중국 베이징대 동방학연구원 연구교수는 한나라당 서울필승대회준비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이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다. 시애틀 총영사가 될 예정인 이하룡 전 한전산업개발 대표도 대통령취임준비위 자문위원을 지낸 바 있다. 위에 제시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MB맨’들이다. 이들 중 이웅길 주 애틀랜타 총영사 내정자와 김재수 주 로스앤젤레스 총영사 내정자는 각각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로 밝혀져 외국 공관장으로는 부적격인 것으로 판명됐다. ‘외무공무원은 외국의 영주권을 보유하거나 취득하여서는 안되며, 배우자 또는 자녀가 외국의 국적을 취득하고자 할 때에는 외교통상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외무공무원법 19조 3항의 규정에 걸린다. 이들 중 김 LA 총영사 내정자는 뒤늦게 미 영주권을 포기하기 위한 시도를 했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 같은 공관장 부적격 인사들은 결국 이 법에 저촉된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러나 인사 관련법에 해박해야 할 인사 담당자들이 이런 인사들을 임명 내정했다는 사실은 공관장에 대한 자격심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공기업 기관장 줄사퇴…후임으로 ‘MB맨’ 거론 정부의 재신임 방침에 따라 공기업 기관장들이 잇따라 사표를 제출하는 양상도 눈에 띈다. 공기업 기관장들의 잇단 사퇴 움직임도 현 정부의 ‘코드를 맞추기 위한 인사’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물갈이가 가장 먼저 본격화되고 있는 곳은 금융 공기업이다. 금융가에서는 이른바 ‘모피아(재무부 출신 관료를 지칭하는 말로, 재정경제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금융 공기업 기관장 자리가 민간 출신 금융인이나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로 교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유재훈 대변인은 “산업은행 총재 외에 거취를 표명한 기관장이 또 있지만 공식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산관리공사(캠코) 이철휘 사장도 최근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코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일괄 사표를 받는다면 내야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이 사장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금융 공기업의 범위에 대해 “정부가 대주주로 있거나 임원 임면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곳”이라고 그 기준을 정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기업은행·예금보험공사·자산관리공사 등의 금융 공기업과 아울러, 상장사지만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해서도 재신임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가에서는 후임 금융 공기업 기관장들은 가급적 ‘모피아’ 출신들이 배제되고 민간 출신 금융인이나 이 대통령 측근 인사 중에서 선임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지난주 선임된 산업·수출입은행 신임 감사에는 감사원 국장 출신과 우리투자증권 임원 출신이 임명됐다. 과거에는 모두 옛 재경부 출신들이 차지했던 자리다. 또 이 대통령의 대학 2년 후배로 우리투자증권 사장을 거친 이팔성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이사장도 신임 산업은행 총재로 거론되는 등 대통령 측근들의 기용도 점쳐지고 있다. 신임 수출입은행 감사도 이 대통령과 고대 동문이다. 또한, 지식경제부 산하 에너지 관련 공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도 대부분 사표를 제출했다. 이재훈 지경부 제2차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에너지 공기업 CEO들의 사의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에너지 공기업 CEO들이 대부분 사표를 낸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이 차관은 그러나 어느 공기업의 CEO가 사표를 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지경부 산하 에너지 관련 공기업은 광업진흥공사·석탄공사·지역난방공사·수력원자력·가스안전공사·전기안전공사·남동발전·중부발전·서부발전·남부발전 등이다. ■코드 인사 구태 버려야 이상으로 볼 때, 이명박 정부의 인사원칙은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가능하면 현 정부와 이념을 함께하는 인물에다 전문가여야 한다는 점이다. 코드를 맞추면서도 분야별 전문성을 챙기겠다는 뜻이다. 이들을 공모나 추천을 통해 투명하게 선발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식구 챙기기에 급급하게 행동한다면 인사에서의 실용주의는 시작부터 구호에 그치고 만다. 그런 인사는 자리 빼앗아 남에게 주기 이상의 의미가 없다. 도덕성이 결여된 사고를 지닌 사람이나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을 내 사람이라고 앉혀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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