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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후계구도 정답은 이재용?

이재용 ‘죽지 않아’…‘경영수업중’ 후계자 불변 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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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호 김대희⁄ 2008.04.28 17:21:26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갑작스런 전격 퇴진에, 앞으로 이어질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더불어 동반 퇴진한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거취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도 증폭되고 있다. 이번 경영쇄신안 발표 전만 해도 이 전무는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로 장차 삼성의 경영권을 이어 받을 확실한 후계자로 인정받아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도로 간다, 베트남으로 간다 등 여러 추측들이 난무하지만, 이 전무가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 분명치 않다. 현재로서는 ‘브릭스(BRICs :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국가 중 인도로 갈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분간 최대한 몸을 낮추면서 경영권 승계 명분 쌓기에 주력할 뜻을 밝힘에 따라 삼성의 대권 인수인계에 변화가 올 가능성이 점쳐지며,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4월 22일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고객총괄책임자(CCO)에서 물러난다고 밝혔지만, 삼성의 경영권 승계구도에는 전혀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그룹은 이날 강도 높은 경영쇄신안을 발표했지만, 경영권 승계 구도를 깨뜨리진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전략기획실 부회장 등이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퇴진한 것과는 달리,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후계자 수업을 당분간 계속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감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이 이날 내놓은 최고경영진 퇴진과 전략기획실 폐지 등은 삼성에 비판적인 경제개혁연대도 “세간에서 예상했던 것보다는 일부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이 이처럼 강도 높은 쇄신안을 내놓은 이유는 이 전무의 경영권 승계만큼은 지키려는 고심의 결과라는 것이 재계와 시민단체의 평가다. 실제로 이재용 전무가 삼성의 차기 대권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데에는 그룹 안팎에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학수 부회장은 이날 “이 회장께서는 ‘이 전무가 현재 경영수업중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후계자로서의 위치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다만 “이 회장께서는 이 전무가 주주와 임직원, 사회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승계하면 회사나 이 전무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승계 시기는 뒤로 미뤘다. 이 회장이 일선에서 퇴진은 하지만, 이 전무가 경영권을 나중에 물려받는 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이 전무가 해외시장에서 근무하면 승계작업이 한 발 늦춰진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이 전무가 열악한 해외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할 경우에는 경영권 승계의 명분을 쌓을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이 전무는 삼성전자의 해외사업장 중 비교적 실적이 저조한 곳이나 미래 성장동력과 연관된 사업 분야 중에서도 수년 내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자리에서 경영 수업과 삼성 후계자 테스트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찌감치 ‘삼성의 후계자’로 낙점돼 다른 재벌 2, 3세와 엇비슷한 속도로 승진하면서 경영 수업을 받아 온 그로서는 이번 결정은 표면상 ‘백의종군’의 형태를 나타낸다. 이재용 전무는 1991년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바로 삼성전자 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일본 게이오대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로 유학을 떠났다가,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실 상무보로 복귀했다. 2004년 삼성전자와 소니가 합작한 S-LCD의 등기이사로 등재, 경영 전면에 나섰고, 지난해 1월에는 삼성전자 고객총괄책임자 자리에 올라 경영 승계에 한 발 다가선 모습을 보였다. 또한 삼성에버랜드의 최대 주주인 이 전무는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를 통해 이미 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어 경영권 승계에 전혀 문제가 없다. 시민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참여연대 박원석 협동사무처장도 “이건희 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보다 중요한 문제는 경영권 승계”라며 “결국 삼성은 경영권 승계라는 핵심적인 부분은 고수했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이 전무가 삼성전자 CCO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나중에 복귀하면 그만”이라며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한다고 하지만 현재 지배구조와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 측은 이 전무의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와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에 대한 지분정리와 관련해서는 협의된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는 이재용 전무가 전자·금융계열을 이어받고, 호텔·화학은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 패션·의류는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가 나눠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측은 이 전무의 새로운 직책이나 일, 거취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5월 중 삼성전자 인사 발표 때 정해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임원 인사에 이 전무의 부사장 승진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 전무는 인사가 나면 하루 빨리 해외법인으로 나가 현장경영에 전념하고,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체제의 과도기를 거친 뒤 1, 2년 후에 돌아와 이 전무를 중심으로 한 경영권 승계 작업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정치권 “쇄신안 진전된 내용이나, 이재용 승계문제 진전 없다” 삼성의 경영쇄신안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부분도 있고, 예상보다 진전된 부분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방향으로 경영체제가 바뀐다면 과거 일본의 재벌해체 모습과도 비슷하게 가지 않을까도 기대했다. 실제로 일본의 미쓰비시처럼 느슨한 독립기업으로 재벌 해체를 그려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승계문제에 대해선 전혀 진전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의 경영쇄신안 발표가 있던 날 통합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건희 회장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 등 삼성의 쇄신안이 예상보다 진전된 내용이긴 했으나 쇄신안에 문제가 있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진전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삼성이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앞으로 금산분리가 완화되면 보험지주회사를 통해 현재의 출자 구조를 유지할 의지를 표명할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이 전무의 경영승계가 완벽하게 된다”고 쇄신안의 미흡함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검을 통해 불법승계가 배임으로 결론이 나서 이학수 부회장 등이 이미 기소되었는데 이 전무가 얻은 불법 차익에 대한 재산 환원 등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여러 가지 규제완화를 얘기하는데, 삼성에서 보듯이 재벌이 해결할 여러 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며 “경영의 투명성이 해결되는 과정과 기회와 책임은 같이 보아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 삼성 새 선장 이수빈…위기 해결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퇴진함에 따라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공식적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삼성그룹의 요직을 두루 거친 원로급 최고경영자(CEO)이다. 올해 70세로 삼성의 산 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난 65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뒤 13년 만에 제일모직 대표이사에 오른 후 증권·생명 등 금융 계열사 CEO, 그룹 비서실장 등을 맡으며 삼성맨으로서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사장 경력만 20년이 넘는 이 회장은 선대 이병철 회장 시절부터 신임받던 경영자로, 이건희 회장한테서도 돈독한 신임을 받고 있다. 이수빈 회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삼성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그룹의 전반적인 대내외 업무를 챙겼다. 이건희 회장이 해외 출장을 가는 등 국내에 자리를 비울 경우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이 회장이 각종 행사를 주관토록 했으며, 신년 메시지 및 ‘삼성인상’ 시상식에도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시상자로 나섰다. 이수빈 회장은 계열사 가운데 유독 삼성생명과 인연이 깊다. 삼성생명에서 85년부터 90년까지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뒤 그룹 비서실장을 했다. 삼성증권 대표이사 회장을 거쳐 지난 95년부터 2002년까지 삼성생명에 다시 부임해 대표이사 회장을 맡았다. 이 회장은 89년 동방생명을 삼성생명으로 바꾸었으며, 삼성생명의 ‘고객 섬김 경영’의 원조였던 보험품질보증제도를 도입하는 등 삼성생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그룹 내 사업부문별로 실력과 경륜을 갖춘 8인의 전문경영인으로 구성된 그룹 구조조정위원회 수장을 맡아 그룹의 각종 현안을 조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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