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공기업 CEO를 비롯해 임·직원들이 수년째 고액 연봉을 받고 있어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 3개 국책은행 공공기관장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6억 원에 이르고 있고, 증권예탁결제원장 등 17개 금융 공공기관의 기관장 평균연봉은 3억2000만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말 그대로 ‘억’ 소리만 날 뿐이다. 특히, 업무추진비 및 접대비 명분 등으로 지출되는 금액까지 포함하면 국민 세금으로 사용되는 인건비 금액은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밖에, 공기업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작년에 5340만 원을 기록했으며, 지난 5년 간 직원들도 6만 명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기업의 경영상황은 5년 간 지속적으로 악화돼 부채가 31조 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공기업 직원들의 방만한 업무태도에 더해 과도한 직원 늘리기에 나섰다는 질타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민들의 혈세로 공무원들의 주머니만 채워준 셈이기 때문이다. 신도 부러워하는 공기업 인사들의 행태를 파헤쳐본다. ■“공기업 임직원들, 여론질타 받아들이고 변해야”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란 단어가 그렇게 과장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공기업 인사들도 여론의 질타를 받아들여 변화를 꾀할 때입니다” 최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서 30여 년 간 공직생활을 하고 지난해 모 은행 감사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서 과로사를 당한 직원들이 심심찮게 나타나는데, 여론은 신이 내린 직장이라며 너무 비꼬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에 근무할 당시 1999년에 금융감독원이 설립되면서 자리를 옮겼다”며 “금감원에서 근무할 때는 말 그대로 살인적인 업무 강도로 인해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심지어 보험사들조차도 보험가입을 기피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당시 IMF 시대라서 기업들의 업무와 비교한다면 그리 과중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우리는 때가 되면 고액 연봉에 다양한 복지 혜택이 보장돼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 언론에서 신이 내린 직장,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라고 쓰는 표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실 업무도 요령만 조금 알면 그렇게 힘든 일도 없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보험사들이 금융감독원 직원들의 보험가입을 기피했다는데 지금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보험사들을 관리·감독하는 금융당국인데 그들이 무슨 힘이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현재는 혜택이 가장 좋은 보험상품에 모든 직원이 가입돼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공기업의 한 관계자 역시 “삼성전자 직원들이 안 부럽다”며 “공기업이 더 안정적이고 복지혜택도 괜찮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서민들은 골골… 국책 CEO는 ‘억억’ 그렇다면 이들 금융 공기업의 연봉 실태는 어떨까?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말 경영정보통합공시시스템(알리오 시스템)을 통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 3개 국책은행 공공기관장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이 5억8000만 원이며, 증권예탁결제원장 등 17개 금융 공공기관 기관장의 평균연봉은 3억2000만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들의 연봉은 작년에 2% 늘어난 당기순이익보다 4.1%나 급증된 금액이며, 아울러 금융공공기관 기관장들의 평균연봉은 전체 공공기관장 평균연봉 1억5000만 원보다 2~4배나 높았다. 또 지난해 302개 공공기관 직원들의 평균연봉은 5300만 원으로, 2006년에 비해 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오 시스템 분석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전체 공공기관의 평균연봉은 작년에 5340만5000원으로 전년의 5083만8000원보다 5.1%인 256만7000원이 늘었다. 이 가운데 3개 국책은행 직원들의 평균임금은 8747만2000원으로 전년의 8489만8000원에 비해 3.0%인 257만4000원이 증가했다. 산은캐피탈을 비롯한 17개 금융 공공기관의 평균 연봉은 7100만 원, 한국방송광고공사 등 공기업은 5985만 원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국책은행 평균임금은 공기업의 1.5배 수준으로 계산됐다. 기관별로는 증권예탁결제원 직원들의 임금이 9677만4000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산업은행 9296만1000원, 코스콤 9185만원, 산은캐피탈 8917만1000원, 금융감독원 8784만1000원 등의 순이었다. 기관장 업무추진비는 평균 2400만 원 수준인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1억1600만 원), 산업은행(9100만 원), 근로복지공단(8900만 원)이 1~3위를 차지했다. 평균 경상운영비는 1210억 원 수준이었으며, 직원 1인당 평균 경상운영비는 1억3900만 원에 달했다. 총자산 규모는 490조8000억 원, 부채는 276조3000억 원, 당기 순이익은 17조4000억 원으로 파악됐다. 전체 임직원 수는 25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3.9%가 늘어났다. 이에 따라 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의 1.03%에서 1.08%로 증가했다. 신규채용인원은 전년(1만2008명) 대비 16.1%나 늘어난 1만3947명이었다. 반면, 공기업 직원과 연봉이 늘어난 사이 부채는 한층 무거워졌다. 2007년 말 공공기관 부채는 2006년보다 9.1%나 뛴 276조3000억 원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정부는 상대적으로 고액인 금융 공기업 기관장과 임원의 연봉을 대폭 줄이기로 방침을 정하고 세부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경영실적과 감사원 감사, 기관평가 결과 등을 종합한 뒤 오는 6월까지 공기업 민영화를 비롯한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배국환 재정부 제2차관은 “정부가 꼭 해야 할 기능들만 하고, 나머지 공기업은 민간에 매각하는 식의 방법으로 경영효율성을 높여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고액 연봉 현황에 대해 직장인 윤여정(여·34) 씨는 “직장인들의 혈세 같은 세금으로 공무원들 배 채워주는데만 사용하는 것 같아 너무 화가 난다”며 “이럴 거면 차라리 모든 공기업을 다 없애는 게 낫겠다”고 분노를 표했다. 윤 씨는 이어 “부채는 수백 조 원에 이르는데 공기업 직원들은 고액 연봉 잔치를 하고 있다니 어이가 없는 현상”이라며 “결국 그 많은 부채는 모두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창경(남·39) 씨 역시 “최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20~30대 젊은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라며 “철밥통에 고액 연봉까지 주는데 어느 젊은이가 마다하겠느냐”고 비꼬았다. 김 씨는 이어 “공무원 준비를 하는 젊은이들이 현재 수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들이 취업을 하지 못하는 데에는 정부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귀족 부럽잖은 복지제도와 고액 연봉, 그리고 특혜와 권력까지 누려 일반 직장인들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도록 만든 것이 그 첫 번째 이유”라고 현 정부의 제도를 꼬집었다. 한 학계 전문가는 “공기업 경영관리를 자율에 맡긴 결과가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며 “객관적인 외부 평가에 따라 (공기업의) 전면적인 기능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금융 공기업 대폭 물갈이’ 이처럼 금융 공기업 CEO들이 천문학적인 연봉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일괄 사표를 받는 일명 ‘물갈이’ 인사가 나오고 있어 여론이 증폭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금융 공기업 민영화 방안이 관 출신이 아닌 민간 출신 인사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말 외신기자간담회에서 금융 공기업 수장의 재신임 여부를 “최대한 빨리” 결론내리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 공기업의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주 중에 유임되는 CEO부터 발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금융위원회가 이견을 보이면서 사표수리·재신임 확정시기는 점차 늦어지고 있는 추세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지난달 30일 사표를 낸 금융 공기업 CEO에 대한 검증과 사표수리 여부를 논의했다. 금융위가 최근 관료 출신 CEO 가운데 △임기 시작 1년이 안 된 사람 △새 정부 국정철학에 공감할 수 있는 마인드 △기관 개별 사정이라는 기준을 마련하고, 일부 관료 출신 CEO는 유임시켜야 한다는 의견서에 대한 심의를 벌인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금융위에서 올린 안 중에 관료 출신 CEO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관료 출신을 가급적 배제하고 민간 출신 CEO 발탁 비율을 높이겠다는 큰 방침에서 볼 때 금융위 안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는 현재 금융위 안을 전적으로 수용할 수 없으며 일부 관료 출신 CEO는 퇴임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 인사·검증팀은 조만간 다시 인사위원회를 열어 금융공기업 CEO 사표수리 여부를 최종 결정한 뒤 금융위를 통해 대상자들에게 사표수리 여부를 통보할 방침이다. 사표가 수리된 기관은 향후 후보추천위원회 등 내부 절차를 거쳐 새 CEO를 선임할 예정이다. 한편 금융위가 청와대에 제출한 안에 따르면, 재신임이 유력한 인사는 박대동 예금보험공사 사장, 이철휘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윤용로 기업은행장, 방영민 서울보증보험 사장, 박해춘 우리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와 양천식 수출입은행장은 교체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