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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핏대’ 감사원장 ‘코드 감사’하나

참여·실용 정권 따라 갈지자(之) 행보하는 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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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호 박성훈⁄ 2008.05.06 16:06:57

대표적인 ‘노무현 인사’ 전윤철 감사원장이 이 정부 들어서 보여주는 행보가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감사원은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두 달이 지난 4월 29일 ‘정부 위원회 정비 방안 마련 촉구’라는 제목의 감사결과를 내놓았는데, 물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난립해 있는 위원회를 대폭 정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이명박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결과이겠지만, ‘전윤철표’ 감사결과로는 다소 뜻밖이다. 감사원은 446개 위원회를 대상으로 ‘설치 및 운영 실태’를 감사하는 가운데 참여정부 말기까지 무려 837개나 되는 정부 위원회가 생겼던 것으로 조사했으며, 이 중 참여정부 5년 동안 신설된 위원회는 311개인 것으로 결론지었다. 참여정부에서 위원회와 관련해 침묵을 지켜온 감사원이 이 정부 들어 스스로 참여정부가 ‘위원회 공화국’이었다고 시인한 셈이다. 또한 “정부도 미처 파악하지 못해 관리 대상에서 제외됐던 위원회도 43개나 찾아냈다”고 뜻밖의 ‘전과(戰果)’마저 내세웠다. 참여정부는 2003년 출범하자마자 각종 위원회를 무더기로 만들었다. 수많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행정기관을 대신해 각종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면서 당시 야권에서는 “월권이다” “위원회 공화국이다” 등의 비판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일만 잘하면 그만”이라며 위원회 번식과 배양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감사원은 참여정부 내내 이 논란에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던 감사원이 이명박 정부 들어 참여정부의 위원회를 도마 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실상 ‘위원회 정비’는 인수위 당시 정부조직 개편 때부터 이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었다. 그렇다 보니, 참여 정부를 버리고 새 정부의 입맛에 맞추는 ‘코드 감사’를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 국회를 호령하던 서슬 퍼런 ‘핏대’ 원장 그 동안 전윤철 감사원장이 보여온 언행을 보면 이번의 전격적인 감사 결과는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소신있고 올곧은 성품으로 신망 높기로 소문난 전 감사원장은 공식석상에서 정치공세를 받거나 언쟁이 벌어졌을 때 자주 발끈하고 나서는 탓에 ‘전핏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는 2005년 9월 국회 법사위에서 실시된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이 “감사원이 결과를 ‘쥐고’ 있는 이유가 뭐냐”고 다그치자 “‘쥐고 있다’고 말씀하지 마세요”라고 바로 핏대를 세울 정도로 다혈질이다. 국감 자리에서 오히려 국민의 대표로서 대질심문을 하던 국회의원들에까지 불호령을 내리던 서슬퍼런 그였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무시한 고압적 태도’라는 비판도 아랑곳 않던 그다. 이렇게 똑부러진 수장이 관장하는 감사원은 참여정부가 그 많은 위원회를 끌어안고 있는데도 노무현 정권 5년 간 제대로 된 감사 한 번 하지 않았다. 2004년에 대통령 소속 국정과제위원회 몇 개를 감사한 것이 전부이다. 감사원 관계자도 “위원회들이 감사 사각지대였음을 인정한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 공기업 감사 발표 ‘코드 감사’ 논란 감사원은 위원회 감사에 앞서 공공 부문에 대한 전방위 감사에 나선 모습이다. 감사원은 새 정부 들어 3월 10일 감사의 화살을 공기업으로 돌렸다. 한국전력과 산업은행 등 방만 경영 논란을 빚고 있는 공기업 경영 실태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또한, 45개 모든 중앙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지난달 말 벌였던 정권교체기 공직기강 특별점검도 이달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날 “정부조직 통폐합의 연장선상에서 공공 부문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240명의 가용 인력을 모두 동원해 감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영화 등 공기업 구조조정과 공공기관 개혁은 현 정부의 역점 정책 중 하나이다. 감사결과가 정부의 공기업·공공기관 개혁에 추진력을 주리라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감사원의 공기업에 대한 특별감사는 매년 정기적으로 이뤄져 왔지만, 이번 감사는 보다 ‘고강도’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서라도 고강도 감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윤철 감사원장이 임기를 보장받기 위해 새 정부에 적극 호응하는 제스처를 보이는 것이란 해석도 꺼내놓고 있다. 새 정부의 조각 과정에서 감사원장 교체설이 흘러나오자 전 원장이 ‘선수’를 치고 있다는 추측이다. ■ 혁신도시 보고서 유출, 일부러? 감사원이 작성한 “노무현 정부가 혁신도시의 경제효과를 외부 용역 조사결과보다 세 배 부풀려 발표했다”는 내용의 ‘혁신도시사업’ 보고서가 유출됐던 일도 다른 코드 감사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이명박 정부와 주요 신문사에 유출된 보고서에 대해 감사원 측은 “유출된 보고서는 4~6월로 예정돼 있던 공공기관 이전 관련 감사에 대비해 사전조사 내용을 정리해둔 내부 보고서”라며 유출자를 색출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하지만 유출 보고서는 감사원이 청와대에 보고했던 문건인 것으로 알려져 ‘눈가리고 아웅’하는 코미디를 연출했다. 아무튼 보고서에서 문제점을 폭로한 이 혁신도시안(案)은 노 전 대통령이 정권 차원에서 추진해 왔으나,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혁신도시 및 국토균형발전 등의 정책을 재검토할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혁신도시 사업의 효과가 부풀려졌다는 감사원의 내부 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비난이 일기도 했다. 최재성 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혁신도시 진행이 늦다고 압박하던 감사원이 이제 와서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선 것은 아무리 공직사회가 해바라기라고 해도 너무하는 행위”라며 “혁신도시의 경제효과가 부풀려졌다면 제대로 지적해내지 못한 감사원이 직무유기를 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감사’라면 ‘감사’다워야 감사원은 정부 정책에 문제가 제기되면 즉각 점검에 나서 바로잡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다. 하지만 전윤철 감사원장이 이 정부 들어 보인 행보는 집권자의 의중과 정책에 따라 움직이는 ‘코드 감사’이자 ‘정치 감사’란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현 상황을 전윤철 감사원장의 유임문제와 연결 짓는 시각도 있으나, 전 감사원장 자신은 외부의 비판을 곤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원의 ‘코드 감사’가 자신의 ‘자리 지키기’ 욕심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자 무척 난감해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전 원장이 헌법에 보장된 자신의 임기와 감사 방향을 왜 연계해 바라보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한다”고 그의 최근 심기를 전했다. 2009년 6월에 끝나는 전 원장의 임기는 헌법에 보장돼 있고 신임 원장을 임명하려면 국회의 동의도 필요한 만큼 교체는 쉽지 않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각계에 남아 있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추종세력 사퇴’ 발언 이후 노무현 정부 시절의 정부 및 공공기관 인사들에 대한 사퇴 압력이 거세진 바 있다. 그러나 이때에도 정부에 남아 있는 대표적인 친노 인사인 전윤철 감사원장만큼은 사퇴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전윤철 감사원장은 2009년 6월이면 정년(70세)을 맞아 퇴임하게 된다. 대쪽 같은 성미로 일관해 왔다는 평가를 듣는 전 원장은 37년 간의 경제부처 관료 경력에 감사원장 5년7개월의 이력까지 총 43년의 공직생활을 이어온 ‘천상’ 공무원이다. 전 원장은 문민정부 시절인 1995년 수산청장에 임명된 후, 국민의 정부 들어 공정거래위원장, 기획예산처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경제부총리를 지냈고, 참여정부 들어 2003년 감사원장에 임명됐다. 그가 이 같이 승승장구하여 공무원 생활을 유지해 온 것은 그만큼 정부와 국민에 대한 소신을 지켜온 공인이라는 증거이다. 1년여 남은 공직생활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정권의 향배에 관계없이 냉철하고 공정한 감사행정을 펴는 감사원장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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