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난달 27일 땅 투기 및 자경(自耕)확인서 조작 의혹으로 사퇴한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의 사표를 4일 만인 5월 1일에야 수리하고도 후임 인선이 지연되고 있는데 대해 많은 궁금증을 낳고 있다. 후임자 인선에 너무 뜸을 들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적이다. 청와대가 이처럼 후임 인선에 애를 먹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인사 쇄신을 위한 근본적인 치유법 마련에 구멍이 나 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그 이유는 지난 2월 새 정부의 초대 장관 조각 과정에서 이춘호 여성부 장관을 비롯해 남주홍 통일부 장관, 박은경 환경부 장관 등 장관 내정자들이 줄줄이 사퇴한데 이어 이번에 박 수석까지 사퇴해 취임 두 달 만에 벌써 4명의 인사가 낙마함에 따라 인사 검증의 취약함이 드러났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출범 초기 3명의 장관 내정자 낙마 이들은 대부분 땅 투기 의혹으로 낙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의 경우, 지난 2월 11일 장관 내정 직후부터 불거진 부동산 과다 보유 및 투기 의혹에 시달리다 같은 달 18일 결국은 사퇴했다. 이 내정자는 제주도 땅을 실제의 절반만 신고한 점과 전국 각지에 투기용으로 의심되는 40곳의 부동산을 소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으며, 또한 유방암이 아니라는 진단을 받고 기쁜 마음에 남편이 서초동 오피스텔을 선물했고, 친구에게 놀러갔다가 오피스텔 구입을 권유받아 일산 오피스텔을 구입했다는 상식 밖의 해명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의 경우도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전국 곳곳에서 제기돼 낙마했다. 박 내정자는 경기도 김포시 양곡리 땅을 구입하기 두 달 전에 인천시 계양구 서운동 땅 942㎡와 2325㎡의 땅을 3억6500만원에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 ‘절대농지’ 투기 의혹을 받은데 이어, 남편 역시 북제주군 애월읍 신엄리 일대 14필지의 땅을 12명에게 매도한 사실도 드러나 부부가 부동산 투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특히, 박 내정자는 2006년 9월 22일부터 최근까지 부동산가격안정심의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하며 수당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국민들의 분노를 더욱 자아냈다. 남주홍 통일부 장관 내정자의 경우도 논란이 됐던 부동산 문제와 교육비 이중공제건에 걸려 낙마했다. 남 내정자는 6년 동안 자녀 교육비 5000여만 원을 연말정산 때 이중공제받아 1500만 원의 세금을 고의적으로 포탈했다는 의혹을 받아 논문 표절 의혹과 겹쳐 결국 낙마했다. 또한, 박미석 수석도 영종도 땅 투기와 서류 조작 의혹으로 여론의 맹공을 받으면서도 ‘억울하다’며 버티다 결국은 스스로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현재 농지법 위반과 ‘허위영농계획서’ 제출 의혹, 국민일보 기사 외압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는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을 비롯해 땅 투기 의혹을 사고 있는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김병국 외교안보수석 등이 모두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국민 여론은 차갑기만 해 박 수석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강부자’ 정권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인사검증 시스템 한목소리로 질타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눈에 들어 직접 발탁한 것으로 알려진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의 경우 공무원 신분으로 땅 투기를 위해 위장전입한 사실이 드러나 여론몰이에 더욱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이 차관은 서울시 6급 공무원 신분이던 지난 86년 4월 경기도 안성시에 있는 밭 6,896㎡, 논 487㎡를 매입하기 위해 주민등록을 이전한 뒤, 외지인 거주기간 6개월을 채우고 땅을 사들인 지 15일 후쯤 주민등록을 서울로 이전한 것으로 드러나 위장 전입 의혹을 가중시켰다. 이 차관의 위장전입에 의한 이같은 땅 매입은 96년 농지법이 바뀌기 전까지 고위 관료나 서울 부유층들이 사용하던 전형적인 땅 투기 수법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차관은 해명 자료를 통해 당시 사무관 진급시험 준비에 바빠 매입 사실을 몰랐고, 남편이 노후에 살기 위해 사들인 지역이라 주민등록 이전 역시 남편이 다 해서, 땅 구입 사실을 공직자 재산 등록 때야 알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이 차관은 ‘억울하다’고 주장하며 명확한 거취 표명을 하지 않고 있으나, 새 정부 들어 이 여성부 장관, 박 환경부 장관, 남 통일부 장관 내정자들 모두 이같은 땅 투기 의혹에 시달리다 결국 줄사퇴를 했다는 점에서, 이 차관도 정치권의 압박과 국민 여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사퇴는 시간문제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처럼 현 정부 출범 이래 벌써 4명의 장관 내정자와 청와대 수석이 중도 하차해 인사 시스템에 흠집이 날 대로 났다는 점에서 현재 정부의 인사 시스템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여야는 4월 28일 뚫릴 대로 뚫린 청와대 인사 시스템을 일제히 한목소리로 질타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가 인사 시스템을 좀 더 잘 가동해 인사 문제로 이제 국민을 걱정시키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가했으며, 김학원 최고위원 역시 “인사채용에 있어서 면밀한 사전검사를 거쳐 해 주기를 거듭 촉구한다. 특히, 재산이 많은 것이 죄가 될 수는 없지만, 재산이 많으면 형성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일이 왕왕 있기 때문에, 사전점검을 더 철저히 한 후에 임명을 해 이명박 정부가 순항하는데 흠집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이날 “박 수석이 사의를 표명했으나 정부 여당에서 도마뱀 꼬리 자르듯 정리됐다는 분위기로 나가는 것이 걱정스럽다”고 우려하면서 “박 수석 한 사람의 사표를 받아들인 것으로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공세를 이어갈 뜻을 밝혔다. ■민정·인사 라인 중심 사후점검 강화 청와대는 각 수석실과 행정부처에서 인사후보군을 상시적으로 관리하면서 인사추천위원회를 가동시키는 방안을 뼈대로 한 개편안 마련에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측의 이같은 방안은, 이명박 정부 초기 내각 인선 당시에는 이 대통령이나 인사검증 시스템을 가동하는 사람들 모두가 당선인 신분이어서 정부의 인사 파일에 대한 접근권이 제한돼 있어 치밀한 검증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결코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청와대는 인사 때 주요 인사들에 대한 정부 존안자료를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정밀검증을 위해 복수의 검증팀을 통해 크로스체킹(교차확인)을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는 등 이번 기회에 내부 인사검증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보완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재 정부기록보관소에 보관 중인 참여정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보유하고 있던 2만5천여 명 분량의 인사 파일에 대한 용이한 접근을 위해 관련 절차 개선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특정 개인의 인사 파일을 열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한, 청와대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법 위반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고 필요하다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점검해 보는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임명 후라도 문제가 될 사안에 대해선 민정·인사 라인을 중심으로 꾸준히 사후점검을 강화해 나가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어느 정도 철저한 검증이 이뤄질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