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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수수료 너 좀 없으면 안되겠니?

운용사ㆍ판매자 잃을게 없는 장사… 고객만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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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6호 성승제⁄ 2008.05.13 14:12:08

“요즘 1가구 1펀드 시대는 옛말이 될 정도로 펀드 인기가 급상승했는데 운용사들의 수수료는 여전히 높은 거 같아요. 수요가 많아지면 운용사들이 스스로 수수료를 인하해야 하는데 너무한 것 같아요. 특히 투자자들은 증시가 떨어지면 원금마저 잃을 수 있는데 운용사는 상관없이 무조건 이익만 챙기는 거잖아요. 남 좋은 일만 하는 하는 것 같아요.” 국내·외에서 총 4개의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직장인 윤영진(남·34) 씨의 토로다. 윤 씨는 “최근 미국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새로 가입한 펀드가 30% 가까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데 환매할 때 수수료까지 부과해야 한다”며 “운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 운용사들도 책임이 있는데 왜 투자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투자자 김정안(남·31) 씨는 “펀드가 지금과 같이 대중화되어 가고 있다면 수수료도 인하하고 운용사들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정책안이 나와야 한다”며 “펀드 상품만 우후죽순 생겨날 뿐 고객에 대한 보호 장치는 4~5년 전과 비슷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운용사ㆍ펀드 넘쳐나는데… 수익에만 급급 최근 펀드 수수료에 대해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판매사들이 펀드를 판매하면서 가져가는 보수는 전체 수수료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한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없거나 원금마저 잃어도 수수료를 내야 한다. 결국 운용사들만 남는 장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걸 운용사에 맡기는 현실에서 펀드 가입여부도 쉽지 않다. 펀드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팔고 있는 펀드 계좌 수는 약 750만 개 이상이고 상품수도 8000여 개에 달하고 있기 때문. 이는 펀드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시판된 지 3~4년도 채 안된 기간을 따지면 엄청난 양이다. 이에 따라 고객들은 어떤 상품을 골라 가입해야하는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반면, 잃을 게 없는 운용사들은 일단 ‘만들고 보자’는 식이다. 이에 대해 해당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펀드 수수료 합리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자본시장통합법 시행령상에 펀드 수수료 공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대체한 바 있다. 당시 금융위가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마련한 펀드 수수료 합리화 방안은 펀드 가입 후 투자자들이 사후 관리 서비스 항목 선택권을 부여받아 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만 수수료를 내는 것으로 수수료 인하를 목적으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은 수수료 공시를 의무화하고 시장경쟁에 따른 업계 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마무리되면서 펀드 수수료 인하는 말 그대로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펀드 수수료 공시 의무화는 현재도 자산운용협회 전자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므로 새로운 방안이라 할 수 없고, 펀드 판매사 설립 허용에 따른 업계 자율 경쟁을 통해 수수료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논리도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대형 은행 등 판매사들이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받는 구조적인 모순도 펀드 수수료 인하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판매사들은 전국 지점망을 통해 펀드를 판매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고 투자자들에게 정기보고서 발송 등 펀드 관리 비용을 감안하면 운용사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판매사들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해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지적은 끊이질 않고 있다. 펀드 선진국인 영국은 판매보수를 받고 있지 않고, 미국도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판매보수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자산운용업계는 펀드 수수료 체계를 바꾸기 위해 펀드 슈퍼마켓과 독립 제무설계사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펀드 판매 보수로 인해 비싼 수수료를 내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된 투자정보와 사후관리 서비스가 미흡해 펀드 유통 채널을 다양화하기 위해서다. 펀드 슈퍼마켓의 경우 은행과 증권사와 같은 금융회사가 아닌 펀드 유통 기업을 통해 펀드를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독립 재무설계사는 전문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는 물론 기존 펀드 수수료에 사후관리 명목으로 포함됐던 판매보수 거품도 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 유관기관들이 일제히 수수료를 내리고 있지만 자산운용협회만 수수료 인하에서 제외됐다”며 “새로운 제도 도입도 중요하지만 협회 차원에서도 수수료 인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수수료가 가장 높은 펀드는 ‘와인 펀드’ 도이치투신운용 와인 펀드 ‘도이치DWS와인그로스실물투자신탁’은 현재 판매 중인 역내 해외 펀드와 국내 펀드를 합해 가장 보수가 비싸다. 가입 당시 내는 1% 선취수수료(처음 투자시 내는 비용) 외에 총보수 3.885%를 합하면 연보수(선취수수료+총보수)가 5% 가까이 된다. 일부 전문가는 금리 수준인 5%에 이르는 비용을 지급하면서도 일반 펀드 수익률 이상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 있다. 회사 측은 와인 선별을 위한 자문사 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이같이 높은 수수료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총보수에 들어가는 운용보수 3% 속에는 와인자산 보관 비용, 보험 비용 등도 포함됐다. 회사 측에 따르면, 유럽의 와인 시장 규모는 총 1조 원 정도로 너무 많은 돈이 몰리면 시장이 왜곡될 염려도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들이 2.5% 내외 연보수를 받는 것과 달리, 해외 주식형 펀드는 3%를 훌쩍 넘는 연보수를 받는 펀드가 많다. 운용사들은 해외의 경우 정보 수집 등의 어려움이 있어 보수가 높다고 설명했다. 모 운용사 관계자는 “실제 운용보수는 얼마 안 되는데 판매사들이 챙기는 선취수수료와 판매보수가 많아 연보수가 높아 보인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실제 ‘삼성H파트너중국주식자1’은 연보수 3.5% 중 선취수수료만 1.8%나 된다. 펀드 전문가들은 보수가 비싸면 장기적으로 갈수록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데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역별로 차이는 날 수 있지만 1년 수익률만 놓고 봤을 때 보수가 비싼 해외 펀드 중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평균(15.17%)을 넘어서는 펀드가 하나도 없었다. 투자자들로서는 비용은 많이 내고 수익은 덜 얻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몇 년간 장기 투자할 투자자라면 같은 유형 내에서 보수가 싼 펀드를 고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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