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夜勤)은 보통 퇴근 시간이 지나 밤 늦게까지 하는 근무를 말한다. 그렇다면 “야근은 왜 하게 될까?” 하는 의문을 갖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야근을 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하는 일마다 다르듯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야근은 자발적일 수도 있고, 타의에 의해서 할 수도 있다. 대개는 일이 많은 경우, 낮에 일을 다 하지 못한 경우, 조용한 가운데 집중해서 일을 하고 싶은 경우, 퇴근 전 업무지시를 받은 경우 등이 있다. 혹은 상사가 퇴근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와 수당을 위해서 하는 야근도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나라로 소문 나 있다. 2006년 기준 한국 근로자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2,305시간으로 국제노동기구(ILO)의 조사 대상 54개국 가운데 가장 길다. 반면, 노동 생산성은 미국의 68%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2007년에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직장인의 30%가 거의 매일 야근을 하고, 18%는 주 3~4회 야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야근시간은 ‘평균 2시간~3시간’이 35%로 가장 많았고, ‘평균 3시간~4시간’은 33%, 심지어 ‘4시간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21%나 됐다. 야근은 업무의 완결성을 높일 수 있고, 조직 또는 일에 대한 충성도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문제는 야근의 생산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야근문화’ 퇴출작전…CEO 의지 관건 그렇다면 노동시간은 긴데 생산성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에 대해 LG경제연구원이 “야근에 시달리기 때문에 오히려 생산성이 낮아진다”며 한국 직장인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진 ‘야근문화’를 지목했다. 연구원은 최근 ‘야근 없는 직장 만들기’라는 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야근문화 퇴출을 위해서는 업무 생산성 배가와 의사결정 효율화, 제도적 보호장치, 최고경영자의 추진의지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야근이 지속되면 정신적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쉽게 피로해져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 또,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시간이 줄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고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근무 여건 악화로 우수한 인력이 떠나갈 위험이 증가하고 인재 유치는 어렵게 된다. 연구원은 오래 일하면 더 높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노동시간이 일정한 수준을 넘으면 노동시간이 증가할수록 생산성이 오히려 떨어진다고 밝혔다. 실제로 고려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연간 노동시간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노동시간이 줄어들수록 오히려 생산성이 늘어난다는 결론이 나왔다. 한 대기업이 실시한 초과근무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초과근무로 가정생활에 지장을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46%, ‘심한 스트레스를 느낀다’ 33%, ‘초과근무 때문에 부서이동이나 전직을 고려하겠다’ 19% 등으로 나타났다. 야근으로 인해 많은 직장인들이 가족 및 인간관계가 악화되고, 스트레스가 증가하며, 이직 의사를 갖게 된다는 결과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야근 문화를 퇴출시킬 것인가? LG연구원은 ‘살림의 고수들’이 수납공간을 늘리기보다는 안 쓰는 물건을 과감하게 버려 짐을 최소화하듯이, 기업도 업무 프로세스를 줄여 쓸데없는 일을 없애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예로, LG전자는 2005년부터 회의자료를 1시간 이내에 공유하고 회의 시간은 1시간 이내로 하며, 회의결과를 1시간 이내에 공유하는 이른바 ‘111 회의문화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LG생활건강도 2005년 정시퇴근제도를 도입하고 간단한 회의는 메신저로 하는 등 제도를 개선했다. 그 결과, 직원들은 상당수 업무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조직이 이전보다 활기차졌다고 답했다. 이 같은 ‘시간관리’ 문화와 업무조성 분위기가 회사에 정착돼야 한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연구원은 야근을 반복할 경우 생산성이 하락하는 이유로 ▲정신적 스트레스 증가 ▲업무 몰입도 저하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시간 감소 ▲우수인력 유출 ▲인재유치 어려움 등을 꼽았다. 연구원은 야근문화를 퇴출하기 위해선 ▲사업목표와 현안 구체화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 ▲집중업무시간제 ▲정시퇴근제 도입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근 퇴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CEO의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불필요한 야근을 없애려면 무엇보다 CEO와 임원들의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며 “구조적으로 야근이 잦은 것은 곧 그 회사의 경영진에 문제가 있다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직장인들 “일 없어도 야근한다”…이유는 “상사가 퇴근 안해서” 실제로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업무가 많지 않은데도 일부러 야근을 한 경험이 있었다.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 1,716명을 대상으로 “업무가 많지 않은데 일부러 야근을 한 경험이 있습니까?”라는 설문을 한 결과에 따르면, 72.2%가 ‘있다’라고 응답했다. 일부러 야근을 한 이유로는 절반이 넘는 57.1%가 ‘상사가 퇴근을 안 해서’를 선택했다. 다음으로 ‘야근수당을 받기 위해서’(10.8%), ‘업무를 빨리 익히기 위해서’(8%), ‘기타’(7.5%), ‘집에 가도 할 일이 없어서’(5.2%), ‘자기계발을 하기 위해서’(4.1%), ‘다음날 칼퇴근하기 위해서’(3.4%)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야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필요없다’라는 응답이 51.5%를 차지했다. 그 이유로는 ‘업무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져서’가 23.2%로 가장 많았다. 이 외에도 ‘억지로 하는 것이라서’(21%), ‘사생활이 없어져서’(14.6%), ‘당연하게 여겨질 것 같아서’(13.6%), ‘온 신경이 회사에만 얽매여서’(7.8%), ‘잘 보이려는 가식 같아서’(6.9%), ‘스트레스가 쌓이기 때문에’(6.2%)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야근이 필요하다고 한 48.5%(832명)는 그 이유로 ‘더 많은 업무 성과를 낼 수 있어서’(28%)를 첫 번째로 꼽았다. 그 밖에 ‘회사 분위기를 맞출 줄 알아야 해서’(15.9%), ‘빠른 시간에 업무 능력을 키울 수 있어서’(15%), ‘회사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되어서’(9.1%), ‘열심히 일하는 이미지가 생겨서’(8.4%), ‘좋은 평가를 받는데 유리해서’(4.9%) 등이 있었다. 한편, 주변에 일부러 야근하는 사람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78%가 ‘있다’라고 답했다. 가장 많이 하는 직급은 ‘과장급’(26.8%)이었으며, 뒤이어 ‘사원’(25.4%), ‘대리급’(21.8%), ‘부장급’(15.4%), ‘임원진’(5.2%)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에 앞서, 사람인이 리서치 전문기관 폴에버와 함께 직장인 1,691명을 대상으로 “귀하의 퇴근 유형은 주로 어디에 속합니까?”라는 설문조사 결과, 야근유형을 선택한 응답자는 699명(41.3%)으로 평균 주 3회 정도, 하루 평균 2.7시간의 야근을 한다고 답했다. 야근 횟수를 살펴보면, ‘주 3회’가 33.8%로 가장 많았고, ‘주 2회’(29.8%), ‘거의 매일’(20%), ‘주 4회’(10.7%), ‘주 1회’(5.7%) 순이었다. 또, 야근 시간은 ‘2시간’이 39.5%로 가장 많았고, ‘3시간’(37.1%), ‘4시간’(9.9%), ‘5시간 이상’(7%), ‘1시간’(6.6%) 순으로 집계됐다. 야근을 하는 이유로는(복수응답) 62.4%가 ‘업무량이 많아서’를 꼽았다. 뒤이어 ‘책임감 때문에’(35.8%), ‘사내 분위기 때문에'(22.9%), ‘상사의 눈치가 보여서’(16.9%), ‘야근수당 등 혜택을 받기 위해’(12%), ‘실무능력을 쌓기 위해’(11%),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해’(9.7%),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6.4%) 등이 있었다. 한편, 야근 없는 칼퇴근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이유로는 ‘사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져서’가 37%로 가장 많았고, ‘사원마다 최대치의 능력을 개발할 수 있어서’(33.4%)가 바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 ‘긍정적인 회사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어서’(16.7%), ‘사원들의 회사 충성도가 높아져서’(8.1%), ‘유능한 인재확보가 가능해서’(3.5%) 등을 보였다. ■웅진코웨이, 불필요한 야근이나 업무 줄인다 최근 웅진코웨이는 직원들의 업무를 사람의 몸으로 보고 이색 살빼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웅진코웨이는 야근을 줄이고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 게임 형식을 도입한 업무분석 프로그램 ‘몸짱 클럽’을 집중 추진한다. 몸짱 클럽은 불필요한 야근이나 업무는 사람의 몸에 비유하면 체지방이고 가치 있는 업무는 근육과 같다는 전제로 몸짱이 되자는 캠페인이다. 무가치한 업무 1시간은 체지방 1kg, 가치 있는 업무시간은 근육 1kg으로 홍보하고 있다. 체지방을 가장 많이 줄이고 근육을 키우는 부서는 해외 연수 등 포상도 주어진다. 몸짱 클럽을 홍보하기 위해 경영진을 모델로 한 코믹 플래시를 제작하고 행운의 콩 화분을 나누어주는 등 소프트한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웹상에 제안의 바다라는 의미의 ‘상상오션’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