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한 18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회의장 1명과 부의장 2명 등 ‘국회의장단’ 선출을 앞두고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에서는 치열한 물밑 경쟁 바람이 불고 있다. 국회의장의 경우 관례상 여당의 최다선 의원이 맡아 왔다는 점에서 18대 국회 최다선인 이상득, 정몽준 의원(이상 6선)이 있으나,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 의원은 공천 당시부터 당선되더라도 어떠한 직책도 맡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며, 정 의원은 이미 당권 도전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에 일찌감치 국회의장 후보에서 제외됐다. 따라서 두 사람을 제외하면 5선인 김형오 의원이 최다선으로서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김 의원은 특히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 부위원장을 지냈을 뿐만 아니라 17대 국회 전반기 원내대표를 지내면서 원만히 대여관계를 조정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그 동안 국회의장직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던 4선의 안상수 의원이 최근 여러 의원들과 접촉을 강화하며 의장직에 도전할 뜻을 피력하는 등 경쟁에 뛰어들면서 당내에 바람을 일으켜 경선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안 의원은 “당을 위해 일하는 건 지금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할 수 있고, 또 다른 분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굳이 내가 하겠다고 고집할 필요가 없다”면서 “국회의장직을 당 원로들만 하는 정치적 은퇴 코스로 여기는 것은 절대로 옳지 않다도 본다. 젊고 패기 있는 사람들이 의장을 맡아 국회개혁, 정치개혁 등을 이루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동안 당 대표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진 안 의원이 과연 의장직 도전을 끝까지 고수할 것이냐 하는 데에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 국회의장에 김형오·안상수 경합 따라서 당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국회의장 도전 의사를 적극 피력하고 있는 것은 여권 내부에 ‘김형오-국회의장, 안상수-당 대표’라는 확실한 교통정리를 이끌어내거나, 자신의 정치적 무게감을 더 높이기 위하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사석에서 안 의원이 “많은 선후배 당원들이 진정으로 내가 당에서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요구한다면 그 뜻을 따르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이라며 자신을 적극적으로 추대한다면 당 대표로 갈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도 그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물론 안정권으로 봤던 안 의원의 도전으로 김 의원 측으로서는 다소 당황스러운 모습이다.
심지어 당 일각에서는 ‘김형오 당 대표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안 의원의 도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인것이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의 한 측근은 “김 의원의 당 대표설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해본 바도 없고 권유를 받아 본 적도 없다”고 일축하면서 “우리는 이미 국회의장직으로 마음의 정리가 됐으며, 여권 내부에서 이미 의견 조율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입법부 수장으로서 국가 발전의 한 축인 국회를 잘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원내대표와 대통령직 인수위 부위원장직을 맡으면서 리더십과 경륜을 발휘한 김 의원이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의장직을 놓고 두 사람 간에 피할 수 없는 경쟁 상황이지만, 당내애서는 두사람 모두 ‘관리형 당 대표’로서 손색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원구성까지 시간이 촉박한 만큼 여권 내부의 논의를 거쳐 어떤 식으로든 역할 분담하는 쪽으로 정리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최근 18대 총선 낙마 이후 한달 만에 칩거를 끝내고 지리산에서 ‘돌아온 2인자’ 이재오 의원이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일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해 ‘안상수 대표-정의화 원내대표’를 건의했다는 설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물론 김 의원 역시 ‘관리형 대표’로서 적임이라는 당내 분위기도 만만찮아 여권 핵심부의 의견 조율에 따른 상황변화 가능성도 절대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외에, 이번에 당선됨으로써 7선으로 원내 최다선에 오른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도 있지만 국회 관례상 의장이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며, 친박연대로 출마해 나란히 6선에 성공한 서청원, 홍사덕 후보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이들은 복당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데다 복당된다 해도 이 대통령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워 온 만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국회의장이 5선이 될 경우 부의장은 4선에서 나올 확률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 부의장…여당 이윤성·김영선, 야당 박상천·김영진·문희상 부의장은 여야에서 한 명씩 맡고 있는데, 관례상 원내 1, 2당에서 선출되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 후보로는 4선의 이윤성 의원이 가장 적극적으로 출사표를 던졌으며, 역시 4선의 김영선 의원은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직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김 의원이 부의장에 선출된다면 국회 사상 처음으로 여성 부의장이 탄생한다. 또한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국회의장직과 원내대표직 도전 의사를 각각 갖고 있는 4선의 안상수 원내대표와 정의화 의원도 국회의장과 원내대표직에 대한 ‘교통정리’ 결과에 따라 국회 부의장직 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윤성 의원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25년간의 기자생활과 국회 개혁특별위원장, 국회 산업자원위원장으로 활동한 12년 간의 의정경험을 모두 녹여 국회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바람을 담을 단단하고 큰 그릇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깨끗한 정치,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 부의장에 출마하기로 했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어 이 의원은 “국회 부의장에 당선되면 상시국회 체제 마련을 비롯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상임위 전환,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강화 등을 추진하고 국회의 결산기능 강화를 위해 회계감사 기능을 보완하는데 앞장서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17대 국회 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됐던 미완의 과제들도 18대 국회에서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야당 몫 부의장 한 자리를 놓고 5선의 박상천 대표를 비롯하여 김영진 당선자, 그리고 4선의 문희상 의원 등 통합민주당 중진 의원 세 사람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경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오는 7·6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던 박 대표가 당권 경쟁을 포기함으로써 국회 부의장에 합의 추대된 게 아닌가 하는 기류가 우세했으나, 김 당선자와 문 의원이 적극적으로 경쟁에 뛰어듦으로써 경선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사실 선수(選數)를 우선시하는 관례와 제1야당 공동대표를 지낸 정치적 중량감 등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 박 대표가 최적의 카드라는데 당내에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인다. 특히 박 대표는 1996년과 1999년 국민회의 원내총무를 지낸데 이어 2000년 새천년민주당에서도 원내총무를 역임하는 등 여야를 넘나들면서 세 차례나 원내를 지휘한 바 있어 국회운영 사정에 매우 밝은 점이 추대 가능성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따라서 박 대표는 경선으로 가기 전에 대세론을 선점해 합의 추대로 경선까지는 가지 않겠다는 복안을 갖고 호남지역 당선자들 중심의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해 최근에는 구 열린우리당계 중진 및 당선자들과의 대면접촉을 늘리고 있으며, 특히 당 원로인 김원기 전 국회의장으로부터 조언과 자문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민주당의 수장을 지낸 박 대표가 합의 추대를 이끌기 위해 분당 악연을 털고 열린우리당 출신 의원들과 적극적으로 손을 잡을 경우 당 대표 경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박 대표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김 당선자와 문 의원은 “절대로 박 대표 뜻대로 안 될 것이다. 동등한 출발선에서 18대 당선자들의 뜻을 물어야 한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출신지역인 광주지역 당선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당선자의 경우 서울과 수도권 당선자들과 개별 접촉을 통해 득표활동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당선자의 경우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박 대표와의 앙금도 적지 않아 사전 조율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그리고 ‘선수파괴’가 여론으로 부상될 경우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문 의원이 대안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문 의원은 당 대표 경선 출마와 국회 부의장 도전을 놓고 고심해 왔지만, 최근 국회 부의장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접촉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경기 의정부 갑에서 4선 고지에 오른 문 의원은 수도권 및 열린우리당계 의원들 사이에서 폭넓은 기반을 갖고 있어 부의장 경선에 나설 경우 의외로 높은 득표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야당 몫 국회 부의장 자리는 국회의장이나 여당 몫 국회 부의장만큼 언론이 주목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국회운영 과정에서 야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창구이자 여야의 균형을 맞춰 나가는 중심추의 역할을 맡는 포스트 중 하나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자리다. 국회의장단은 18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구성돼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은 오는 26, 27일로 예정된 18대 총선 당선자 워크숍의 마지막 순서로 야당 몫 부의장 후보를 선출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