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 복당 문제는 가급적 빨리 해결해야 합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5일 호주 시드니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이같이 원칙적 입장만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박 전 대표는 출국 이후 청와대의 발표로 인해 논란이 된 이명박 대통령 회동 당시 당 대표 제안 여부와 관련해서는 “언론에 나온 것이 전부”라며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해서도 “정부가 협상을 했고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정부가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면서 “국민이 먹는 것인 만큼 국민이 안심하고 납득할 수 있는 정부 대책이 하루 빨리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가급적 말을 아꼈다. 이는 지난 11일 호주, 뉴질랜드 방문을 위해 출국한 한나라당 박 전 대표의 국내 현안에 대한 첫 번째 반응이지만 기대했던 반응 치고는 다소 싱겁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그만큼 국내정치에 대한 박 전대표의 ‘입’에 정치권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는 증거다. ■호주, 뉴질랜드 돌며 조용한 행보 박 전 대표가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5월 말까지 탈당한 측근들의 복당 문제를 결론 내 줄 것을 요청한 데 대해 14일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재섭 대표가 ‘전대 이전 절대 복당 불가’ 방침을 철회하고 ‘7월 전당대회 이전 복당’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만큼, 박 전 대표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는 측면에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나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를 열어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를 공식 의제로 올렸다. 이날 “나도 원칙이 있다”며 자신의 ‘대표 재임중 복당 불허’ 방침을 고수할 뜻을 피력했던 강재섭 대표가 그 원칙을 철회하고, “복당 시기는 반드시 7월 전당대회 전후를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일단 복당 논의의 물꼬를 열었던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일괄복당’이라는 원칙을 주장하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요구와는 달리 ‘선별 복당’을 계속 주장하고 있는 강 대표를 비롯한 주류 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강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5월 말까지는 사실상 복당이 안된다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 대해 “처음부터 사실상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친박계 김학원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가 처음부터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한 셈이 됐다”고 전제하고 “전대 이전에 복당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봐야 한다. 굉장히 불만족스런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말 한마디는 정치권의 엄청난 파장을 몰고오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박 전 대표의 성격상 22일까지 이어지는 호주, 뉴질랜드 방문에서는 국내문제와 관련해 섣부른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그냥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박 전 대표로서는 자신이 제시한 시한인 5월 말까지는 현재 공이 넘어가 있는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결정 추이 등 상황을 지켜보며 현안과 관련한 언급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관망하는 자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호주에서 어떠한 구상을 하느냐에 따라 정치권에 적지 않은 상황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달 말까지는 가부간에 결정이 나야 한다. 그래야 나도 결정할 수 있다”며 ‘5월 말’을 데드라인으로 못박은 바 있다.
■친박 복당 마지노선은 18대 원 구성 전 이와 관련, 박 전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16일 CNB 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래 전부터 계획된 방문이었지만 그래도 중요한 시기에 출국할 때에는 뭔가 확고한 결심을 굳히기 위해 나간 것으로 봐야 한다”며 “따라서 박 전 대표의 ‘호주구상’에 따라 정치권에 적지 않은 핵폭발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친박연대 홍사덕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친박 무소속연대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김무성 의원 주장에서도 알 수 있다는 게 측근들의 주장이다. 홍 위원장은 15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선별 복당은 어떠한 논리로도 설명이 되거나 정당화될 수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하면서 “우리의 입장은 북극성”이라며 일괄복당 입장에 한 치의 변함도 없음을 강조했다. 이는 전날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우리가 못 받을 이유는 없다”면서도 “아무나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괄복당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데 따른 것이다. 특히 홍 위원장은 지난 7일 박 전 대표가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를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매우 심각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어 홍 위원장은 박 전 대표가 탈당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서 “당의 공식 입장이 나온 후 생각해보겠다”고 답한데 대해서도 “워낙 한마디 한마디를 골라서 얘기하는 분인데 제 느낌은 ‘이거 정말 심각한 단계까지 왔다. 대통령과 당 대표가 왜 이러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밝히면서 “만일 원 구성 전까지 복당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전체를 아울러서 박 전 대표와 상의해야 될 일”이라며 “지금 (박 전 대표가) 아마 아주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라며 ‘호주구상’을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친박 무소속연대 소속 당선자 8명도 15일 여의도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복당 문제와 관련해 “5월 말 이전에 일괄 복당을 지지하고 그때까지 결론이 나지 않으면 교섭단체 구성에 들어가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져 박 전 대표와의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했다. 친박 측 입장에서는 14일 최고위원회가 복당시킨다는 데 합의를 이룬 것은 ‘일단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박 전 대표가 줄기차게 요구했던 ‘무조건 일괄복당’ 원칙을 강 대표가 “말도 안되는 것”이라고 무시하면서 원구성 협상을 봐가며 결정하겠다는 것은 ‘시간 끌기용 꼼수’가 아니냐며 실랄하게 비판했다. 한 측근 친박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귀국하고 새 원내대표단이 구성된 이후 본격적인 안이 만들어져야 수용 여부를 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5월 말까지 결론을 내달라는 입장과 일괄복당 방침에 변함이 없는만큼, 이때까지 당이 진지하게 의논해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측근도 “우리가 나서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은 당 지도부가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라면서 “이 문제를 진정성을 갖고 논의를 하는지, 단순한 시간 끌기용인지 두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 무소속연대 소속 한 의원도 “원 구성 추이를 봐가며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개악이다. 원구성이 언제 될지 어떻게 아느냐”며 “복당 범위도 선별복당을 주장하는데, 공천심사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고 큰소리로 비판했다. 한편 친박진영 안팎에서는 비례대표 공천헌금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고있는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가 현 시점에서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야 박 전 대표의 부담을 덜어주고 꼬인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 대표, “걸림돌 된다면 내가 포기” 이에 대해 친박연대 관계자는 “강 대표가 ‘재임 중 복당 불허’방침을 철회함으로써 사실상 청와대 부담을 덜어줬듯이, 이제는 서 대표가 스스로 결심함으로써 박 전 대표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줄 차례”라며 “서 대표가 검찰 수사가 해결될 때까지 복당 대열에서 물러서 있겠다고 결단을 내린다면 많은 문제가 풀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사덕 위원장은 “비대위 어느 누구도 서 대표를 걸림돌로 생각한 적 없다”고 서 대표를 감쌌으며, 친박연대의 한 관계자는 “사실 서 대표를 남겨두고 가자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선 하는데까지는 해본 뒤 박 전 대표가 2년 후 당권을 장악했을 때 서 대표를 복당시키자는 안을 논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서 대표의 한 측근은 “자신이 복당의 걸림돌이 된다면 물러나겠다는 서 대표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다만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과 감정에 의해 선별복당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선별복당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것을 비판했다. 다만 당 안팎 친박인사 일각에서도 ‘문제 인사’들을 안고 함께 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는 만큼, 최고위가 선별복당 범위를 결정하면 박 전 대표도 이를 수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고위원회가 ‘문제 인사들’을 배제한 선별 복당 범위를 정할 경우 이마저도 ‘수용 불가’라고 외면하기에는 박 전 대표로서는 명분이 약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당 밖 친박 인사들을 일괄적으로 복당시킨 이후에, 향후 사법기관에서 기소되거나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인사에 대해서는 당헌, 당규에 따라 당원권을 정지하거나 출당조치 등을 취하면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어떻게 귀결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처럼 친박 인사들의 복당 논란은 호주, 뉴질랜드를 방문 중인 박 전 대표의 20일 귀국에 따른 ‘호주 구상’과 오는 22일 새 원내대표 선출, 친이-친박 간 물밑 조율 및 여야 원구성 협상 추이 등에 따라 복당 해법의 접점을 찾을 것인지, 내홍이 확산될 것인지에 따라 파고의 높이가 결정될 전망이어서 정치권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