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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피싱, 대만 벤치마킹

올해 국내서 6100여건 발생…외화유출 주범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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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호 성승제⁄ 2008.05.26 14:37:25

검·경과 금융권 직원을 사칭하거나 자녀 납치를 빙자해 전화로 사기를 벌이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 피싱)가 날로 지능화하고 있다. 특히 일부 포털과 각종 미디어 매체에서는 보이스 피싱을 경험한 피해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객이 보이스 피싱 전화를 눈치 채고 스스로 예방하지 않으면 지금으로서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며 심각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보이스 피싱 조직이 점조직이어서 현금을 인출하는 역할만 맡은 조직 내 말단 구성원이 대부분이고, ‘본거지’는 대부분 중국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차원에서 중국·대만 정부와 긴밀한 협조를 요청해 공동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국내가 아닌 국제적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보이스 피싱. 그 피해사례와 예방책을 알아본다. #. 서울에 사는 나주부(36) 씨는 최근 보이스 피싱 전화를 받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을 경험했다. 사건의 전말은 자동응답전화(ARS)를 통해 우체국으로 우편물이 반송됐다며 내역 확인을 위해 상담원 연결을 유도한 뒤 고객이 발급받는 신용 카드가 우체국으로 되돌아왔다고 한 것. 김 씨는 당시 “해당 카드가 없다”고 하자, 상담원은 “개인정보가 유출돼 카드가 부정으로 발급된 것 같다”며 “경찰서에 신고해 주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경찰서를 사칭해 우체국에서 사고 접수를 받았다며 카드 번호와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요구했다. 하지만 김 씨는 전화 음성의 한국말이 서툴고 개인정보를 알려 달라는 말에 의심을 품고 기지를 발휘해 “경찰서에서 카드 번호를 왜 물어보느냐. 담당부서가 어디냐”고 되묻자, 경찰서라고 사칭한 사람은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 서울에 사는 이슬기(37) 씨는 최근 백화점에서 신용 카드로 물건을 구입해 고맙다는 인사 전화를 받았다. 이 씨는 “해당 백화점을 이용한 일이 없다”고 말하자, 사기범은 “카드가 부정 사용된 것 같다. 경찰서에 대신 신고 접수해 주겠다”며 개인정보를 요구했다. 순간 이 씨는 은행계좌와 주민등록번호를 알려 달라는 말에 이상한 생각이 들어 곧바로 전화를 끊고 해당 카드사에 문의해 본 결과 보이스 피싱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는 최근 신한카드가 발표한 보이스 피싱 피해사례를 가상 시나리오로 엮어본 것이다. 범인들은 과거에는 납치, 은행직원을 사칭하는 1인칭 수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제는 1인칭 수법에서 이를 한 번 더 이용해 경찰에 신고해 주겠다고 안심시킨 뒤 고객정보 유출 및 본인 계좌에 있는 돈을 사기 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즉, 수법이 점차 지능화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보이스 피싱 사기 수법이 어떤 방법으로 지능화 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반 시민들은 더욱 불안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국내 보이스 피싱 어떻게 생겼나 이에 대해 신한카드 관계자는 “카드 발급과 반송, 고액 승인과 관련한 의심스러운 전화를 받은 경우 절대 개인정보를 알려줘서는 안된다”며 “필요한 경우 해당 금융기관에 직접 전화해 사실 여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우선 보이스 피싱이 한국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부터 살펴보자. 보이스 피싱의 원조는 대만을 꼽을 수 있다. 대만 정부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보이스 피싱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만은 보이스 피싱을 뿌리 뽑기 위해 나라의 제도까지 바꿔 가며 강력한 근절 대책을 내놓았다. 이후 한계를 느낀 사기범들은 현금지급기(ATM)에서 뺄 수 있는 금액이 많고 대만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한국으로 무대를 옮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사기범들은 대부분 한국말이 서툰 조선족 사람들로 구성됐고, 중국·대만 등에서 국제전화로 사기를 치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대만 측에서 이미 국내 보이스 피싱 사기를 예고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이다. 당시 대만 경찰은 모 방송사와의 인터뷰에 “이(보이스 피싱) 범죄가 한국으로 번지고 있다는 걸 진작에 감지하고 우리 경찰이 공조 의사를 전했지만 답이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다른 대만 경찰 고위 관계자는 “한국에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도와 줄 의향이 있다”며 “어떤(외교적) 형식을 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건 수사와 관련된 자문과 기술의 협조”라고 설명했다. 사기범들은 종전에는 불특정 번호를 누르고 특별한 대상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전화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포털·옥션·텔레콤사 등에서 고객의 정보를 빼돌려 휴대폰으로 전화하는 수법이 많아졌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한 수백에서 수천만 명의 고객들이 보이스 피싱 사기에 쉽게 노출된 셈이다. 프로젝트 성격으로 여러 사건을 한 데 모아 중국 경찰과 공조하고 있다는 대답을 했을 뿐이다. ■경찰도 은행도 ‘조심하라’는 말뿐 은행마다 현금지급기에 “은행이나 금감원을 사칭하는 보이스 피싱 범죄를 조심합시다”란 경고 문구를 새긴 것도 이 같은 취지라고 볼 수 있다. 전화사기에 의한 지급정지제도를 마련해 보이스 피싱 범죄에 이용된 통장에 대해 지급 정지를 명령하는 등 자구책도 마련했다. 경찰 역시 보이스 피싱 피해를 막기 위한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래저래 보이스 피싱을 근절하는 데는 갈 길이 멀다. ‘사기전화가 걸려온 발신지가 중국으로 드러나면 바로 중국 경찰에 수사요청을 한다’는 등의 대응책은 공허한 구두선이다. 결국 보이스 피싱 범죄의 표적이 대부분 한국인데다가, 이로 인해 매년 수십억 원의 돈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상황에서 ‘보이스 피싱은 예방이 최선’이란 메시지는 무책임하게만 느껴진다.

■중국·대만과 협조, 근본적 뿌리 뽑아야 특히 인터넷을 통해 개인정보를 습득한 사기범들이 우체국·금융권·경찰서·백화점 직원 등으로 위장해 휴대폰으로 전화하고 자동화 기기에서 돈을 빼내는 수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 분야만 막는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이에 따라 대만을 벤치마킹해 정부 차원에서 근절해야 하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우선 대만의 사례를 보면, 대만의 한 시민이 보이스 피싱 사기 전화라는 것을 감지하면, 전화국에 연락해 해당 발신번호를 곧바로 차단시킨다. 만약 이미 돈을 보냈다면, 전국의 모든 은행에 알려 계좌를 동결시킨다. 이에 따라 피해자는 보낸 돈을 간단히 되찾을 수 있다. 대만 금융감독위원회의 관계자는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송금 당시의 영수증이 있고 조사를 통해 그 돈이 아직 (보낸 계좌에) 있다고 하면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찾아갈 수 있다”며 “작년 한 해 많을 땐 하루 1만2000통 넘는 신고가 들어왔지만 이제는 1000통 정도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즉, 쉽고 빠른 절차가 피해자의 적극적인 신고를 이끌었고, 그만큼 범죄도 줄인 셈이다. 대만의 한 정부 관계자는 “사기전화는 일반적으로 고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회사를 사칭한 뒤 자동화기기로 유도해 범죄용 계좌, 이른바 대포통장으로 송금시키는 게 전화 사기의 전형”이라며 “이에 따라 자동화기기 송금 한도를 하루 3만 원, 우리 돈 90만 원으로 줄이고 통장 만드는 요건을 까다롭게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신분증 역시 두 개 이상 제시하도록 해 위조신분증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 카메라로 얼굴도 찍어 둔다”며 “특히 외국인 관광객에겐 아예 통장을 만들어 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아울러 “이는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국민들도 대부분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자동화기기 한도를 줄인다면 금융사들이 부담스러워한다. 이에 따라 국민들에게 조심하라는 식의 예방책만 나올 뿐 뿌리를 뽑는 근본적인 대안은 없는 상태다. 더 큰 문제는 경찰과 은행의 공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은행 현금지급기에는 ‘보이스 피싱 사기를 조심하라’는 안내 문구가 있긴 하지만, 이 역시 형식적이라는 지적이다. 한도제한 없이 송금과 인출이 가능한 자동화기기 시스템 역시 보이스 피싱 피해금액을 불리는데 한 몫 하고 있다. 중국과의 공조 수사도 넘어야 할 산이다. 중국은 중국 나름대로, 한국은 한국 나름대로 보이스 피싱 범죄자들을 잡아들이고 있지만, 긴밀한 수사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일선 경찰에게 중국과의 공조 수사 시스템에 대해 묻자 그 방법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경찰청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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