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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고유가에 고사 위기

공장 돌릴수록 적자만…경유값 휘발유 앞질러
경유값 급등으로 애물단지된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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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호 김대희⁄ 2008.05.26 14:46:23

두바이유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기름값이 떨어질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산업계 전반이 ‘낭떠러지’의 위기로 몰리고 있다. 국내 주유소에서 팔리는 휘발유 가격도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섰다. 경유도 리터당 1,999원까지 솟구쳤다. 더불어 지난 5월 21일 경유의 공장도 가격(정유사 희망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앞질렀다. 주유소에 공급되는 경유값이 휘발유값을 넘어선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기름값이 폭등한 이유는 국제 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5월 21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 원유 7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전날에 견줘 배럴당 4.19달러 폭등한 133.1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 역시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23.69달러로 하룻만에 3.29달러가 올랐다. 최근 국제유가 오름세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GS칼텍스 측은 “지난해 7월부터 국제시장에서 경유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앞질렀다”며 “그 동안 경유에 부과되는 세금이 휘발유보다 낮아 경유가 상대적으로 싼 것처럼 보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GS칼텍스에 이어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도 기름값을 인상했다. ■대답 없는 정부… 車업계와 국민들 속수무책 경유차 운전자도 경유차 업계도 울상이다. 경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경유차를 몰 이유가 있느냐는 경유차 기피현상마저 나오고 있다. 정유업계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도 휘발유보다 4~5원 정도 비싸 경유차 운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경유값 상승은 소비자뿐 아니라 국내 자동차업체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경유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SUV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업체들이 위기에 빠지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 측은 “주유소의 경유 판매가격이 휘발유보다 비싸지는 기현상까지 벌어지면서 SUV의 판매량 감소는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완성차 5사 사장들이 힘을 모아 정부에 경유값 세제 인하를 요구했으나 세수 부족을 이유로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소비 억제와 세수 확보에 급급한 정부의 세금 정책이 경유 소비자를 더욱 혼란에 빠트린 셈이다. 당초 정부가 휘발유:경유:LPG의 가격비를 100:85:50으로 약속한 것만 이행해줘도 좋다는 게 일반적인 바람이지만 현재 휘발유값에 경유값을 85% 수준으로 맞추려면 경유값은 리터당 127원(지난 5월 10일 기준)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2006년 자동차용 경유소비량이 145억7,597만리터였음을 감안할 때 리터당 127원을 내릴 경우 정부는 무려 1조8,000억 원의 세수 감소를 감당해야 한다. 정부가 경유값 인상을 방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을 상황은 아니라는 게 국민들의 지적이다. 낭비되는 세금탈루를 막아 최소한 경유값이라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일부 주유소가 경유값을 휘발유보다 비싸게 파는 건 막아야 한다는 게 소비자들의 주장이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오른다고 가만 놔두고, 국제유가를 핑계로 계속 판매가격을 올릴 경우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수도 있다”며 “적어도 정부가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은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유사가 유가 급등 속에 폭리를 취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커지고 있다. 이에 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 제품 가격이 높은데다 운임과 환율 변동 등을 감안하기 때문에 폭리를 거둘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한성대 경제학과 박영범 교수는 “경유값 폭등으로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은 만큼 정부가 유류세가 가장 걷기 쉽다는 ‘징수 편의주의’ 발상에서 벗어나 당장 유류세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재훈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5월 22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유 가격 급등과 관련,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섰지만 아직은 조세체계를 고칠 때가 아니며 유류세 인하(탄력세율 조정)는 적절치 않다”면서 당분간 어떤 조치도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그는 “(연료가격 인상 등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 “올해 안에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원전 비율도 대폭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동차업계, 생산 라인 조업중단까지… 치솟는 경유값 때문에 올해 국내외 시장에서 한국의 자동차 생산이 6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견되는 등 외형적인 성장은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굴지의 완성차 업체들은 이런 분위기를 마음껏 즐길 만한 상황이 아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유가는 판매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특히 경유 가격 급등으로 SUV 차량은 직격탄을 맞았다. 최악의 고유가, 그 중에서도 리터당 1900원 선까지 돌파한 경유가격의 급등은 자동차 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SUV 차량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손실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제로 쌍용자동차의 지난 4월 판매실적에 따르면, 렉스턴이 264대 판매에 그쳐 지난해 같은달(730대)에 비해 63.8%가 줄었고, 올 3월(549대)보다도 51.9%가 감소했다. 뉴카이런 역시 452대 판매에 그쳐 지난해 4월(1,071대)에 비해 반 토막이 나버렸다. 쌍용자동차 관계자는 “그나마 ‘체어맨 W’의 인기로 버티고 있지만 경유값이 급등하는 바람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다른 회사처럼 중형 세단도 없기 때문에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사정은 여타 완성차 업체도 마찬가지다.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펼치기 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기아차의 RV 차종 스포티지와 쏘렌토도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국내에서 1,615대가 팔려나간 쏘렌토는 올 들어 판매량이 급감하더니 1월 812대에서 4월에는 그 절반 수준인 493대까지 추락했다. 스포티지 판매량 역시 4월 한 달 동안 2,203대가 팔려 전년 동기 2,898대에 비해 대폭 축소됐다. 현대차의 RV 차종 투산도 4월 판매량이 전달에 비해 31% 감소했고, 대우차나 르노삼성의 경우도 비슷한 판매량 급감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쌍용자동차는 최후의 수단으로 지난 5월 20일 렉스턴과 액티언을 생산하는 평택공장 조립1라인의 운영방식을 기존 ‘주야 2교대 근무’에서 향후 6주간 야간근무만 하기로 하는 등 한시적 부분 휴업을 단행했다. 향후 경유값 급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추가 감산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LG그룹도 화학 계열사 등에서 유가 상승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 관계자는 “LG화학 등이 유화 기초원료인 나프타 가격 상승을 유화제품 가격에 곧바로 반영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역시 유화 계열사를 중심으로 ‘고유가 폭탄’을 맞고 있다. 호남석유화학, KP케미칼, 대산유화 등 유화 계열 3개사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고 SUV 매매시장 급랭… RV 차량 사들이는 역발상도 필요 서울 장안평 자동차 매매단지는 90여 중고차 매매업체가 입주해 있는 국내 최대 중고차 매매시장이다. 이곳에 자리 잡고 있는 중고차 전문매장 삼진랜드 성기훈 대표는 “올 들어 신차 판매는 어느 정도 된다고 하는데, 지난해 10월 이후 유가가 급등세에 접어들면서 중고차 판매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며 “지난달부터 조금씩 매기가 회복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경유 가격 급등으로 경유를 사용하는 스포츠 유틸리티(SUV), 크로스오버(CUV), 소형 밴(CDV) 등 레크리에이션 비클(RV) 차량의 거래는 찾아보기 힘든 상태다. 그 동안 경유차값이 휘발유차보다 비싸고 차량유지비도 더 많이 들었지만, 상대적으로 싼 경유값 덕분에 어느 정도 수요 기반을 갖추고 있었는데, 이 같은 이점마저 사라지면서 RV 중고차 인기도 덩달아 떨어지고 있다. 이처럼 RV 차량 인기가 뚝 떨어지면서 RV 중고차값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식이 변경되면 차 가격이 5~10% 떨어지는데, RV 차량은 여기에다 추가적으로 5~10%씩 더 떨어졌다. 특히 중고차 성수기인 지난 4월 이후 가격 하락폭이 더 커져 주목된다. 2008년형 뉴렉스턴 RX5 고급형은 4월 2,600만 원에서 5월에는 2,500만 원에 시세가 형성돼 한 달 새 100만 원이나 떨어졌다. 르노삼성 2008년형 QM5 SE도 같은 기간 2,05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차값이 50만 원 떨어졌다. 그나마 이 가격도 공식 시세일 뿐 실제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은 이보다 100만 원가량 더 낮게 거래되는 예도 많다. 한화카프라자의 한 직원은 “예전에는 한 달에 중고차를 80대 정도 팔았는데 요즘엔 평균 65대 정도로 줄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체어맨, 에쿠스 등 고급차는 여전히 잘 팔린다”며 “돈 많은 사람들은 기름값에 신경 안 쓰니까 기름값이 오르면 차 값이 떨어져 현찰로 사 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유류비 상승을 체감하고 고통을 겪는 계층은 역시나 서민들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올 들어 RV 신차도 안 팔리고 있어 상당 기간 중고차 시세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철수 한국자동차유통경영연구소 소장은 “중고차 시장에서 신차와 중고차는 맞물려 갈 수밖에 없다”며 “신차가 안 팔리면 중고차도 잘 안 팔린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4월 말 현재 RV 차량은 모두 8만1,691대가 팔려 총 자동차 판매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6%로 집계됐다. 2006년과 2007년 2년 연속 28.6%에 달했던 RV 판매비중이 올 들어 5%포인트 가량 줄어든 셈이다. 한편, 지 소장은 “현재 가격이 바닥 수준인 만큼 실수요자라면 현 시점에서 RV 차량을 사들이는 역발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기름값·부가세 급등… 유류세 인하 효과 묻히나 기름값 급등에 따라 유류세 인하 효과는 크게 줄고 있다. 3월부터 휘발유와 경유 등에 붙는 유류세가 10% 인하됐지만, 기름값과 부가가치세가 급등하면서 유류에 붙는 세수의 감소폭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경유 가격은 유류세 인하 전인 2월 셋째주에 리터당 1,452원(전국평균 기준)으로 부가세(10%)는 132원이었으나, 5월 둘째주 경유값이 리터당 1,716원으로 올라 부가세도 156원으로 뛰었다. 경유에 붙는 부가세는 3개월 만에 리터당 24원 오르면서 유류세 인하폭인 리터당 52원(528원→476원)의 절반 정도를 만회한 셈이다. 또 휘발유의 경우 2월 셋째주 전국평균 가격이 리터당 1,650원으로 부가세는 리터당 150원이었으나 5월 둘째주에는 1,768원으로 부가세는 160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휘발유의 부가세 인상폭은 리터당 10원으로 유류세 인하폭 리터당 75원(745원→670원)의 13.3% 수준에 달했다. 유류세(교통세+주행세+교육세)는 종량세이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도 세금이 더 걷히는 것은 아니지만, 부가세는 종가세라서 가격과 함께 오르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에 따라 유류에 붙는 세수의 감소폭은 예상보다 줄어들게 된다. 특히 재정부는 올해 경유 판매량 전망치를 2,359만8,000킬로리터로 제시, 경유가 2배 이상 많이 팔릴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경유값이 휘발유값보다 급등하는 상황이 유류에 붙는 세수의 감소폭을 더욱 축소시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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