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호 김현석⁄ 2008.05.26 15:05:33
10년 만에 정권을 창출한 이명박 정부 들어 소위 미국식 지방분권을 주장하는 개헌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07년 1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개헌을 화두로 던진 후 여야는 18대 국회에서 개헌을 논의키로 잠정 합의했었다. 여기에 최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개헌특위 설치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점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권 때 정치권에서 약속한 개헌론이 18대 국회 시작과 함께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분권형 골격을 담을 개헌은 특히 통일에 대비한 개헌을 비롯, 대통령제 중임제도 삽입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지방선거 때 개헌추진 그러나 행정부를 비롯, 입법부까지 장악한 보수정당이 헌법초안에 5.16을 혁명으로 기록하는 등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도 잠재해 있어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이명박 정부는 정부 출범부터 개헌 바람을 일으키기보다는 임기 중반까지 개헌에 대한 충분한 여론을 수렴한 후 2010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시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명박 정부의 개헌의 틀은 우선 지방분권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식 연방정부안을 택할 공산이 크다는 여론이다. 지방분권형 개헌에는 미국 연방정부처럼 각 주에 모든 권한을 주고 스스로 주를 운영하는 방안이다. 이에 따라 각 주는 행정 및 입법·사법 권한을 주는 대신에, 주 정부가 행정력을 잘못해 재정자립도가 떨어질 경우 중앙 정부가 주 정부로부터 권한을 인수해 직접 운영하는 방안인 ‘관리대상 정부’로 선정, 워크아웃제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이에 따라 중앙 정부는 주 지사를 중앙 정부에서 파견해 다음 지방선거까지 주 정부를 총괄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8대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그 동안 고질적 병폐의 일환인 지방자치단체장 및 의원에 대한 선거법의 손질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광역 단체장 및 광역 의원에 대한 정당추천제를 실시하고,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추천제는 폐지하는 한편, 기초의회를 없애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의 단체장 및 의회의 손질은 현 행정구역상에는 맞지 않는데다 국가예산 낭비를 초래함에 따라 국가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지방 의회에 대한 대폭적인 개혁을 단행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기초의원제를 폐지하는 대신에 기초단체장은 광역단체 의회에서 예산 심의 및 통제를 받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현재 기초단체장과 의원들은 정당추천제여서 선거에서 당선되어도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고, 대선이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요원으로 활동, 공명선거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지방분권형 개헌안에는 경찰직제를 폐지하는 방안도 담을 예정이다. 경찰청을 폐지하고, 미국처럼 법무부 산하 가칭 [수사국](美FBI)으로 전환해 전국 수사만 전담하는 조직으로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국 경찰직제를 폐지하는 대신에 자치경찰제를 도입, 지자체에서 치안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기초의회 폐지…지자체 손질 이와 관련, 여야 등 정치권에서도 이같은 수사조직 개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개헌논의가 진행되면서 본격적으로 수사체제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현 검찰청 조직은 기소권을 갖고 조사에 전념하고, 가칭 [수사국]이 수사권을 갖고 검찰청과 공조하는 방안으로 수사조직체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연이은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더욱 검찰 중심구조로 편향적인 변화를 거듭해 왔으며, 그 결과 작금의 검찰개혁 논의를 촉발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검찰개혁 논의의 핵심은 검찰이 수사, 수사지휘, 기소 독점 및 재량권, 교정 및 보호관찰 등 행형에까지 이르는 권한을 장악, 지나친 권력의 독점화로 인해 필연적으로 정치화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인권 침해 및 권력형 부패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는 것이며, 이에 대한 견제 방법으로 시민사회는 형사절차 개선, 검찰청법 개정, 특별검사제의 도입, 독립 인권위원회와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의 신설 등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검찰의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 법무부 산하에 가칭 [전국수사국]을 신설해 마약범죄, 국제 테러를 전담하는 수사기능으로 육성하고,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법무부 산하에 [인권국]을 신설해 인권신장을 높이는 쪽으로 법제화해야 한다고 법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지난 1997년 12월 치러진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시절 줄곧 경찰수사권 독립과 자치경찰제 도입을 주장하던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당선된 이후에는 선거공약과 새 정부 국정 100대 과제에 포함된 자치경찰제 도입 논의가 과거 그 어느 때와 다른 현실감과 비중으로 제기되어 입법화를 전제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자치경찰제 도입은 반드시 경찰수사권 독립과 동시에 실시되어야 한다는 경찰 주장과 경찰수사권 독립을 절대 반대하는 검찰의 주장이 격하게 대립하자, 1999년 사상 유례없는 청와대의 ‘논의 중단 지시’에 의해 논의 자체가 중단되었다가,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경찰수사권 독립과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한편, 미국의 경찰제도는 식민지 시대부터 주민이 직접선거를 통해 보안관을 선출하는 마을 단위의 자치경찰제가 유지되어 오다가, 1838년 보스턴에 도시경찰이 탄생한 후, 1905년 펜실베니아 주의 주 경찰 및 1908년 연방수사국(FBI)의 신설을 계기로 연방 각 부처 및 각 주에 다양한 형태의 법집행 기관이 설립되었다. 미국은 연방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각각의 주마다 특성 있는 분권화된 경찰 제도를 취하고 있다. 미국의 행정제도가 다양한 것처럼 경찰제도 역시 다양하며, 우리나라와는 달리 철저한 자치경찰제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연방주의에 입각하고 있는 미국 헌법은 연방은 경찰권을 가지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했으며, 경찰권은 주에 유보된 권한으로 하였다(미국 연방수정헌법 제10조). 다만 연방정부가 콜럼비아구에 대해 가지는 경찰권은 주 정부가 가지는 경찰권과 마찬가지로 연방정부의 고유한 권한에 속한다. 연방과 주의 관계는 종속적인 관계는 아니며 사실상의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주 정부는 연방국가 내의 준국가로서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 ■자치경찰제 도입, 지방치안 전담 구축 미국의 경찰제도는 매우 다양화되어 있어 일률적으로 정의를 내릴 수 없으나, 미국 경찰이라고 할 때는 보통 지방자치경찰을 뜻한다. 미국 경찰은 연방경찰과 주 경찰의 양 체제로 나눌 수 있으며, 주 경찰에는 다시 순수 자치형 경찰인 군경찰과 도시경찰이 있고, 주로부터 위임받아 치안업무를 담당하는 지방경찰이 있다. 이 외에 특별구경찰이라 할 수 있는 공원경찰, 대학경찰, 지하철경찰, 주택경찰이 있으나, 연방헌법 제10조에 의하여 경찰권이 주에 유보되어 있어 있기 때문에 주 경찰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연방정부는 일반 경찰권은 없고, 주 정부만이 고유한 권한으로 경찰권을 가진다. 주 경찰은 주 정부를 관할하는 일반적 경찰권을 가지고 방범·수사·순찰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지방자치경찰은 미국 경찰의 핵심으로, 각 지역의 치안유지나 주민을 위한 봉사기능을 수행한다. 지방자치경찰의 역할은 지역의 특성, 인구, 지리적 조건에 따라서 다양하다. 미국 경찰의 특징은 경찰에 대한 조직·인사권은 원칙적으로 당해 자치단체가 행사한다는 점에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월 당선자 시절 목표로 추진 중인 정부조직개편안 방안 마련시의 지방분권 활성화 방안도 함께 추진키로 했다. 특히 지방경제를 살리기 위해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자생력을 갖춘 300만∼500만 명을 포용하는 ‘광역경제권’을 통해 균형발전을 추진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 대통령 측은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지방분권에 상당한 비중을 둘 전망이며,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신(新) 발전체제 달성을 위해서는 지방의 발전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중앙 정부 권한 중 각종 규제 및 감독 권한의 지방 이양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정부 조직이 대단히 방만해진 경향이 있다”며 “신이 내린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 잘하는 효율적인 정부, 작고 강한 정부’를 만들기 위한 방안이 적극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위는 또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광역경제권’을 통한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감정 해소 차원 행정구역 광역화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자생력을 갖춘 300만∼500만 명을 포용하는 광역경제권을 통해 균형발전을 이뤄내며, 이 과정에서 수도권도 끌어 안겠다는 포석이다. 이는 참여정부가 펼쳐 온 시·군·구 단위의 특구 지정이나 낙후지역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균형발전 정책과 방법론에서 차이를 보인다. 예컨대, 지방의 경제적 잠재력을 충분히 살려 메트로폴리스 급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논리로 해석된다. 이는 새 정부가 수도권 중심으로 정책을 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해석돼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도 “현 정권이 지방 분권과 함께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웠지만 지방은 더 어려워졌다. 나눠주기식 접근을 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진정한 균형발전은 지방을 광역경제권으로 만들고, 거기에 국내외 기업이 찾아가 투자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인프라를 확실히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권 때도 지방분권을 추진하려는 움직이 있었다. 2002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방분권을 촉진하고 지방 공직사회의 인사와 조직을 혁신하기 위해 지방분권 특별법을 만들고, 인재의 지방 할당제를 도입하는 방침을 확정했다. 이 대통령 취임 전 인수위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균형발전 촉진법을 제정하고 대통령 직속의 지방분권 특별위원회를 두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었다. 인수위는 이와 함께 실효성 있는 국어 정책 수립과 국어 진흥을 위해 국어기본법(가칭) 제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도 했다. 그 당시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은 “인수위와 행정자치부가 함께 지방분권 촉진을 위한 방안을 논의해 총괄기본법 형태로 지방분권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분권화 방안을 마련했다”며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그러나 인수위와 행자부는 정부조직 개편 논의는 새 정부 출범 뒤로 미루기로 했다. 당시 정 대변인은 “새 정부 출범 후 민관 합동의 ‘정부조직 진단위원회’를 만들어 정밀 진단을 마친 뒤 그 결과에 따라 정부조직 개편 시기와 방법을 결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김진선 강원지사, 지방분권 헌법 운동 한편, 자유선진당의 류근찬 의원은 전국시도지사협의회의 완전한 지방분권을 위한 헌법개정 논의를 환영한다며 18대 국회에서 헌법 개정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류 의원은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인 김진선 강원도 지사가 지방의 자치권 강화를 통한 분권형 국가 체계를 헌법전문에 명시하도록 헌법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면서 “자유선진당은 김 지사의 제안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정치권이 이의 실현을 위해 앞장서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완전한 지방분권을 위한 헌법개정과 관련해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지난 대선 대통령 후보시절, 강소국 연방제를 통해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하고. 이를 위해 헌법개정을 포함한 국가 대개조를 주장했었다”면서 “자유선진당은 획기적 지방분권을 실시하여 지방 하나하나가 강력한 경제 및 행정의 단위가 되어 세계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하고,연방제에 준하는 완전한 지방분권을 실현을 당의 정강정책에 명시하여 완전한 지방분권 실현 의지를 밝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류 의원은 “지방분권을 위한 헌법개정 논의가 18대 국회에서 진지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며 “다만 개헌 논의가 완전한 지방분권을 포함한 국가 대개조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정부 여당에 의해 집권초기의 실정을 만회하기 위한 정략적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절대 안된다”고 지적했다. 류 의원이 제기하기 전에 김진선 강원도 지사는 지방분권형 개헌론을 먼저 제기했다. 김 지사는 “지방의 자치권 강화를 통한 분권형 국가 체제를 헌법 전문에 명시하도록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인 김 지사는 “1995년 도입된 지방자치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했으나, 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개헌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며 “그 방안이 국가 사무와 권한을 지방으로 대거 이양하는 분권형 국가로의 전환”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개헌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될 수 있다”며 “18대 국회에서 권력구조와 정치구조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대통령 4년 중임제, 정·부통령제, 내각제 개헌의 물꼬를 분권형 국가체제로의 논의에서 시작하자는 것이다. 김 지사는 현직 시도지사 중 유일하게 세 번 연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