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줌마에 의한, 아줌마를 위한 뮤지컬이 탄생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5월 24일부터 7월 19일까지 무대에 오르는 창작 뮤지컬 <줌데렐라>는 아줌마 작가 고혜정을 비롯, 아이 셋을 둔 개그우먼 김지선과 결혼 3년차의 아역 탤런트 출신 주부 이재은, 얼마 전에 결혼식을 올린 여성 듀오 ‘수’ 출신의 이주현까지, 실제 아줌마가 쓰고 아줌마들이 출연해 제작단계부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작가 고혜정은 KBS 2TV 슈퍼선데이에서 <금촌댁네 사람들>과 저서 <친정엄마> <여보 고마워> 등을 통해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 왔다. <줌데렐라>는 방송작가였던 고혜정 특유의 재치와 맛깔스런 글로 아줌마들의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며 공감을 얻은 작품이다. 뮤지컬로 새롭게 옷을 입은 <줌데렐라>는 ‘아줌마’에서 ‘신데렐라’로 거듭나고픈 ‘줌데렐라’들이 꿈꾸는 14가지 판타지를 유쾌하게 그려낸다. 아줌마들이 꿈꾸는 14가지 판타지란, ‘무쇠 같은 건강’‘슈퍼맨 같은 남편’‘나만 바라보는 돌쇠’‘돈을 불러 오는 라이센스’‘완벽한 몸매’‘쥐도 새도 모르는 비자금’‘스트레스 없는 시댁’‘모두가 인정해 주는 나만의 일’‘내 맘대로 커주는 자식’‘혼자 사는 친구’‘써도써도 펑크 나지 않는 카드’‘살찐 통장들’‘백옥 같은 피부’‘잘나가는 형제’이다. 80년대의 가요를 배경음악으로 추억여행을 하고 그녀들이 꿈꾸던 삶의 가치와 진정한 행복을 재발견하면서, ‘아줌마’로 시작해 ‘할머니’로 끝나는 인생이 아닌, 죽을 때까지 공주로 우아하게 살면서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희망차고 발전적인 상상과 긍정적인 사고로 아줌마가 아닌 ‘줌데렐라’로 거듭나자는 주제를 담고 있다. 대한민국 남자들이 보면 화가 날, ‘순도 100%’의 여자들을 위한 이야기 <줌데렐라>의 유쾌함을 들여다본다.
■ 다섯 명의 여고 동창생 ‘다섯 손가락’ “혼자 사는 삶도 괜찮지 않아?” 김 부장 역…김지선/김현숙 또래 친구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김 부장은 대기업에서 간부로 일하고 있는 똑똑한 커리어우먼 노처녀이다. 친구들은 남편 걱정, 자식 걱정 하지 않고 사는 잘나가는 그녀를 부러워한다. “처녀 적에는 내도 늘~씬했다고마” 싸모님 역…하재숙/김도연 친구들 중에 제일 돈도 많고 잘 사는 ‘싸모님’. 남편이 서울 강남 부자에다, 애들은 유학 가 있고,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매일 네일 아트에 마사지, 쇼핑 등등. 그녀는 모든 아줌마들이 부러워하는 팔자 좋은 인생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많다. “살 만해지니깐 죽으라고?” 동동맘 역…김선화/이재은 전업주부인 동동맘은 가족과 가정밖에 모른다. 항상 자신보다는 가족을 먼저 챙기며 남편을 열심히 내조했고, 어려운 친정을 도왔다. 하지만, 살 만해지니까 위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식새끼들 키워놔 봤자 다 소용없어” 윤희 역…홍승아/이주현 사회적으로 성공한 커리어우먼 윤희는 대학에서 잘나가는 스타 강사로 TV 출연도 하는 유명인사다.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윤희이지만, 자기 맘대로 커주지 않는 자식들 때문에 힘들고, 자식들에게 제대로 해주지 못한 마음에 죄책감을 갖고 있다. “나도 내 일이 있었으면 좋겠어” 서빛나 역…조련/김민숙 남편의 외도를 목격하고 이혼을 선택한 ‘돌아온 싱글’이다. ‘서덕순’이라는 본명 때문에 인생이 떡친 꼴 된 것 같다고 ‘서빛나’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이혼녀로 사는 어려움에 힘들어한다. ■ 자정이 지나도 ‘줌데렐라’의 이야기는 쭈욱~ 주부로, 커리어 우먼으로, 부잣집 사모님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다섯 명의 여고 동창생 ‘다섯 손가락’. 남들이 보기에는 다 나름대로 성공한 인생이고 부러운 삶을 살고 있는 친구들이다. 여고를 졸업한 지 20여 년. 동동맘의 갑작스런 초대로 근사한 호텔에서 남편·자식 걱정은 뒤로 하고 밤을 지새우던 다섯 명은 그 동안 자존심 때문에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혼자 속 끓이며 눈물짓던 고민들을 풀어내기 시작한다. 남편과 자식들의 뒤치다꺼리에 지친 대한민국의 모든 아줌마들이 부러워하는 ‘골드 미스’ 김 부장은 노처녀라는 외로움에, ‘돌아온 싱글’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서빛나는 자신의 무능력과 사회적인 편견과 남편 없는 외로움에, 커리어우먼으로 누가 보더라도 최고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윤희는 부모의 명성을 따라와 주지 못하는 못난 자식 걱정에, 말끝마다 ‘허즈번드’ ‘베리 땡큐’ 등 영어를 달고 품위 있는 척 남의 눈을 의식하는 부잣집 싸모님은 뚱뚱하고 못생긴 자신을 무시하는 남편의 눈치에, 남편과 자식·친정에 헌신해 이제야 꽤 살만한 가정을 꾸린 동동맘은 갑자기 닥쳐온 ‘위암’ 선고에 괴로워한다. 이들 다섯 명은 동동맘에게 갑작스레 다가온 죽음 앞에서, 20여 년 간 잊고 살았던 삶의 가치와 속은 곪을 대로 곪았으면서 남들에게는 행복한 듯이 이중적으로 살아야 했던 가식적인 삶을 여고 동창이라는 친밀감 안에서 속 시원히 털어놓고 하소연하며 울고 웃는다. 이들은 서로의 고민에 충고하고 위로하고 희망을 주고 제2의 멋진 인생을 이루기 위해 ‘줌데렐라’가 되기를 계획하며 새로운 희망에 부푼다. ■ ‘줌데렐라’는 외롭지 않아, 볼거리가 많으니까 “억울해, 밖에서 고생하는 우리는 뭐냐고”…‘투덜투덜’ 남편들. 빈약한 슈퍼맨과 만취한 모습 등 시종일관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등장해 웃음을 주는 상징적인 남편 5명. 아내들의 쏟아지는 불평·불만에 남편들도 할 말이 많다. “조금만 서운하게 해도 변했다고 한 소리, 잘 해줘도 밖에서 딴 짓 했다고 한 소리, 천근만근 무거운 어깨로 귀가하면 생각하는 건 ‘밤일’밖에 없고… 남편들은 외로워.” 남편과 자식에 가려 이름을 잊고 사는 아줌마들. 이날만큼은 ‘공주’가 되어 평생 받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평소 입어보지 못했던 근사한 드레스로 레드 카펫도 밟아보고, 그토록 만나고 싶어 한 ‘7080’ 세대 가수 오빠에게 안겨보고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다. 관객도 타임머신을 탄 듯 7080 시절로 돌아가 자신이 뮤지컬을 관람하러 온 건지 콘서트를 보러 온 건지 혼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