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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통계’에서‘부실정책’나온다

잘못된 통계로 국가정책 부실화…통계 문제점 개선·보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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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9호 김대희⁄ 2008.06.03 11:46:38

통계는 사회집단 또는 자연집단의 상황을 숫자로 나타낸 정보다. 통계는 국가운영의 효율화와 국가 구성원들의 합리적인 의사를 위한 기초정보로서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통계의 부족·부실로 인해 사회적 이슈의 파악과 이에 대한 정책대응, 기업의 합리적 의사결정, 학계의 연구기능 등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 중에서 국가기관이 국가 운영을 위한 기본 정보로서 중요하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통계를 ‘국가통계’라 한다. 우리나라의 국가통계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상당히 부실하며, 개선·발전돼야 할 부분이 많다. 이는 통계 시스템의 취약성에서 비롯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참여정부가 작은 정부라는 건 터무니없이 축소된 엉터리 통계다.” 참여정부 임기가 끝나가던 올해 1월 말, 박재완 대통령직 인수위 정부혁신·규제개혁 TF 팀장이 정부조직 개편안을 거부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해 일침을 놨다. 당시 참여정부의 주장은 2006년 말 현재 134만 명인 공무원 수는 전체 인구 대비 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절반 또는 3분의 1선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노 대통령도 이런 수치를 기반으로 “우리 정부가 정말 큰 정부냐. 크다면 세계에서 몇 번째로 큰 정부냐. 공무원 수, 재정 규모, 복지 크기가 각기 세계에서 몇 번째냐”라며 인수위를 향해 날이 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새 정부조직 개편안 마련을 지휘하던 박 팀장은 “현 정부의 주장은 축소된 엉터리 통계에 기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실 국내 통계의 부실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 국정감사나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각 부문별로 수없이 지적돼온 사안이다. 참여정부가 2005년에 통계청장을 차관급으로 격상시킨 사례도 통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취지라 볼 수 있다. 또한, 통계청이 2006년 2월 당시 501종이던 국가승인통계에 대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동안 ‘품질진단’을 한다는 3개년 계획을 발표한 일도 이와 맞물린다. 2006년에 107종, 2007년과 2008년에는 170여 종씩 품질진단을 실시하기로 하고, 품질진단은 각 분야별 전문가들에게 맡겼다. 하지만, 통계청은 2007년 실시한 품질진단 결과에 대해서는 대외비에 부쳤다. 통계청은 어떤 통계가 어떤 전문가들에 의해 품질진단을 받았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 혈세로 도대체 누구를 위해 품질진단을 했단 말인가? ■숫자놀음 ‘통계’ 둘러싼 갈등 지난 참여정부의 혁신도시 정책이 엉터리 자료를 토대로 추진됐다고 한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지방에 생기는 부가가치 추정액은 1조3,000억 원이어서, 수도권 감소분 1조 원을 감안하면 순증가분이 3,000억 원에 그치는데도, 이를 4조 원으로 부풀려 사업 추진의 명분으로 삼은 것이다. 혁신도시 이면을 조사한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균형발전위와 국토연구원은 공공기관, 협력업체의 임직원과 그 가족이 100% 이주할 수 없는 현실인데도 이를 무시하고 과다 계상해 2005년에 4조 원이란 허망한 수치를 내놓았다. 통계조작극을 벌였다고 볼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위가 기획을, 국토연구원이 허위보고서 작성 실무를, 건설교통부가 지원·방조를 맡았다고 감사원은 잠정 결론을 내렸다. 새 정부에 들어서면서도 통계지표를 둘러싼 갈등이 잇따랐다.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한 이명박 정부로서는 과거와는 다른 개혁정책을 추진하는 근거로 ‘통계’만큼 좋은 자료도 없다. 그러나 관련 이익단체들은 정부가 목적을 위해 통계를 악용해서는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명의 공동명의로 펴낸 ‘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정부역할의 재정립’이란 책자에는 “한국 교사들의 월급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인용해 한국의 15년 경력교사의 월급이 터키를 제외하고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 이익단체인 한국교총은 각 나라의 보수체계 특성, 환율상황 등이 고려되지 않은 ‘엉터리’ 통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교총은 지난 2003년, 2004년에도 똑같은 논란이 있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를 모를 리 없는 KDI와 집필 교수가 관련 통계를 계속 인용하는 데는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OECD 통계를 둘러싼 갈등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통계청과 OECD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우리나라 제조업 임금상승률이 OECD 회원국 평균의 2.4배를 넘는 것으로 보도되면서, 2000년 이후 임금상승률은 OECD 회원국 중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자료도 제시됐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생산성 증가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생산성 대비 임금인상률인 단위노동비용은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라는 사실은 간과됐다”며 통계에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노총은 또 “우리나라의 임금인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OECD 국가들에 비해 사회보장제도가 최저수준이기 때문”이라며 “이런 점도 전혀 감안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통계 어디 갔나…믿지 못할 통계조사 취약한 통계 때문에 교수, 연구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종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허다하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행정안전부의 의뢰로 지난 한 해 동안 ‘지역생활여건 실태분석 및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과정에서 그는 국내 통계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절실히 느꼈다. 지역별 비교가 가능한 마땅한 지표가 없을뿐더러, 어렵사리 고른 지표도 통계 신뢰의 결정적 요소인 정확성이나 객관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기초통계라고 해서 들여다보면 흉내만 냈지 기본조차도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정말 통계 후진국이다”라며 “사용 자체가 불가능한 이런 통계를 가지고 어떻게 정책을 세우는지 이해할 수 없다. 통계가 문제면 정책 분석이 문제고, 결국 정책 방향 자체도 문제가 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통계청은 매달 38개 주요 도시의 489개 품목 가격을 조사해 조사월보(月報)를 발간한다. 이 문서의 수치를 바탕으로 정부는 소비자 물가지수를 산정하고, 각종 정책의 기본 자료로 삼는다. 하지만 국가 물가통계의 기초가 되는 원(原)자료 가운데는 실제와 동떨어진 부분이 적지 않다. 직접 느끼는 체감(體感) 물가와 통계청이 발표하는 지표 물가 간에 괴리가 있을 수도 있다. 통계청 조사월보에 따르면, 지난 1월 38개 도시의 케이크 값은 한 개(800~900g)에 모두 1만9,000원이었다. 수많은 메이커·종류의 케이크 중에서 통계청이 유명 제과업체 케이크 한 품목만 정해 놓고 조사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통계청 조사에선 케이크 가격이 2005년 6월 이후 33개월 동안 전혀 오르지 않았다. 물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이다. 이처럼 통계청이 조사대상 품목의 대표 업체 한두 곳에만 전화로 조사하는 품목이 전체 489개 중 113개(23%)에 달한다. 그 동안 조사하던 품목이 갑자기 생산 중단되면, 일단 가격과 품질이 다른 품목으로 조사 샘플을 교체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의류처럼 품질 비교가 어려운 공산품인 경우, 조사 샘플 자체가 바뀌어도 가격 변화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런 조사방식 때문에, 통계청 조사에선 여자 바지가 2006년 5월부터 22개월째 가격 상승이 없었다. 블라우스 값은 58개월 동안, 브래지어 값은 41개월 동안 가격이 그대로다. 이에 대해 한 소비자는 “통계청 정보를 믿고 옷을 사러 갔다가 낭패를 봤다”며 “이제부터 옷을 사러 통계청으로 가야겠다”고 비꼬았다. 또, 통계청은 지난 2월의 휘발유 가격이 0.2%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경유(-0.2%), 자동차용 LPG(-0.1%)도 조금씩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같은 기간 한국석유공사는 휘발유(1.69%), 경유(0.06%), 자동차용 LPG(0.01%) 모두 조금씩 오른 것으로 조사했다. 이런 상반된 결과는, 통계청이 한 달에 세 번 전국 150개 주유소를 조사하는데 반해, 석유공사는 1주일에 한 번씩 전국 1만2,000개 주유소 중 9.2% 정도인 1,100개 주유소의 기름 가격을 조사하기 때문이다. 두 통계의 표본수 차이는 7.3배다. 결국 통계청의 표본이 충분치 않아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원래 데이터인 ‘조사월보’가 허술하면 이를 바탕으로 작성되는 물가상승률 또한 허술해진다. 통계청 관계자는 “좀 더 많은 표본을 조사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다”며 “주어진 여건하에서 물가 통계가 최대한 현실을 반영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눈먼 통계’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이어져 주택보급률, 미분양 아파트, 주택멸실(없어지는 집) 등 주택 관련 통계의 신뢰도가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난무한다. 특히, 부동산시장의 가장 기본인 가격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부동산지수는 아예 없는 실정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의 수요·공급을 확인하고 건설계획을 수립할 때 기초자료가 되는 통계가 부실하다 보니 주먹구구식 정책이 양산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현실 진단도 미흡한 상태에서 주택정책을 펴다 보니 시장의 이상 움직임을 감지하고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정책은 아예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시장이 달아오르면 규제책을 내놓고, 침체되면 규제완화에 나서는 대책이 수십 년 간 반복되는 등 ‘눈먼 통계’에 끌려다니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도 “정부가 뒷북 정책으로 비난을 받고 있지만 미래 예측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선제적인 대응책을 내놓기 어렵다”며 부족한 통계의 어려움을 인식하듯 말했다. 주택보급률은 주택정책을 펼치는데 가장 기초가 되는 자료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7년 말 기준으로 전국의 가구수(1인 가구와 비혈연가구 제외)는 1,276만 가구이며, 주택은 1,379만 채로 주택보급률은 108.1%에 이른다. 주택보급률만 놓고 보면 주택수는 가구수보다 8.1%나 많다. 하지만, 주택보급률에서 1인 가구는 제외되고, 다가구주택의 경우 구분 거처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작년 1인 가구는 329만8,000여 가구로 전체 가구 중 20%에 이른다. 1인 가구를 포함해 전국 주택보급률을 산정하면 85.9%에 불과해 국토부 발표보다 무려 22.2%포인트나 낮아진다. 재건축·재개발로 매년 수많은 주택이 사라지고 있지만, 이 같은 멸실주택에 대한 통계는 국토부가 제대로 집계조차 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멸실통계는 뽑을 수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보고가 정확하지 않아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한계를 시인했다. 미분양이 심각하다지만 미분양 아파트 집계도 업체의 자율신고에 의존하는 방식이어서 공식 집계와 업계 추산이 따로 쓰이는 게 현실이다. ■믿을 만한 부동산 지수 없어… 국토부, 잘못된 통계 논란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5월 기준으로 국내 가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6.8%에 달한다. 은행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은 60%를 넘는다. 여기에 주택저당채권유동화제도(MBS), 부동산투자회사(REITs) 등 부동산 증권과 관련한 제도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주택 관련 통계로는 국민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주택가격지수와 스피드뱅크, 부동산114 등 사설 부동산 정보업체가 월 단위, 주 단위로 발표하는 주택가격 추이 정도뿐이다. 이들 가격은 흔히 말하는 ‘시세’인데, 이 ‘시세’는 실제 거래된 가격이 아닌 부동산 중개업소가 제공한 가격 또는 호가에 불과해 시장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국토해양부가 매월 실거래가를 공개하고 있지만, 거래 건수가 많지 않은 한계가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부동산 문제’는 곧 ‘주택·토지가격 상승’과 같은 의미로 인식되고 있는데, 상업용 부동산이나 부동산 수익률 등 투자정보는 더욱 부족하다. 부동산 지수는 부동산 시장의 큰 흐름을 읽는데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지금 당장 부동산 지수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더라도 지금부터 준비하면 언젠가는 신뢰할 만한 지수를 갖게 될 것”이라며 준비작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도 필요성을 인식하고 부동산 지수 산정을 위한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감정원은 지난해 말 ‘부동산 실거래가격에 기초한 주택가격지수 개발’ 보고서를 국토해양부에 제출했고, 국토부도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로 지수 개발이 쉽지만은 않다. 한편, 국토해양부의 부동산 관련 통계가 ‘엉터리’로 작성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부는 실제로 부동산 중개인이 감소했으나 오히려 늘어났다고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국토해양부가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 및 중개인 현황’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현재 부동산 중개인은 전분기보다 401명 늘어난 1만1,538명으로 집계돼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부동산 중개인은 폐업하거나 등록이 취소되면 재등록을 할 수 없어 줄어들어야 하는데도, 국토부는 전국적으로 401명, 경기도는 무려 543명이나 부동산 중개인이 늘어났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각 시·도가 개별 구·동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이를 국토부가 취합해 발표하는데, 하위 단계에서 오류가 발생해 이 같은 내용이 발표된 것 같다”며 “조사방식상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국토부의 행정처리에 문제를 제기하며, 오류가 난 자료를 검수도 하지 않은 채 공개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통계를 대하는 자세에 문제가 있다”며 “서비스 차원의 정보도 오류가 있으면 공개하지 말아야 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차원의 정보라 해도 오류발생으로 인한 손해는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특히 정부기관에서 오류가 난 자료를 검수도 하지 않은 채 공개하는 일은 있어선 안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가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국가통계의 획기적 발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대두되고 있다. 국가 발전과 국가 기능의 다양화, 경제활동의 복잡화, 국민 욕구와 사회적 가치관의 다양화로 앞으로도 통계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국가통계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정부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통계에 대한 이해와 관심 부족, 그리고 좋은 통계의 생산을 위해 필요한 조직·인력·예산 등의 인프라 부족에 있다. 앞으로 국가통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과 보완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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