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9일 대선 1-2위 간 최종 득표차 531만7708표라는 역대 최다 득표차로 당선돼 올 2월 25일 17대 대통령에 취임, 6월3일로 100일을 맞은 이명박 대통령. 대선 내내 자신을 옭아맸던 BBK 검증 공방을 뚫고 압승한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섬기는 정치’를 역설하는 등 10년 만의 정권 교체로 자신감이 넘치는 상태에서 출범했다. 그러나 축제 속에 치러져야 할 취임 100일 잔치가 신통치 않은 성적표로 사과에 사과를 거듭하는 모습으로 치러져 이 대통령의 최근 심경은 어지럽기만 하다. 특히 지난 2월 취임식에서 ‘선진화, 실용, 변화, 화합’ 등 4대 키워드를 국정철학으로 제시하면서 “소모적인 정치관행과 과감하게 결별하자. 또 국민들의 뜻을 받들고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생산적인 일을 챙겨 하자”고 정치권에 주문하는 동시에 이 대통령도 스스로 “여와 야를 넘어 대화의 문을 활짝 열겠다”며 ‘대화와 상생’의 정치를 강조했지만,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러운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인수위 시절부터 터져 나온 인사부재 현상을 비롯하여, 17대 국회 마지막날까지 매듭 짓지 못한 한미 FTA비준동의안, 또한 친박 복당 문제를 둘러싼 박근혜 전 대표와의 불협화음 등 대여(對與)·대야(對野) 관계를 비롯한 정치권 전반에 파열음이 터지고 있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가 10대들이 주류를 이뤘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일개 ‘아이들의 소영웅심’ 정도로만 치부하는 등 안일하게 대처하는 사이 성난 민심이 켠 촛불은 그 범위가 점점 늘어나 ‘이명박 탄핵’ 소리가 나오면서 대정부 투쟁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수행 능력은 무엇이 문제이며,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1. 리더십 부재와 정책신뢰 위기 출범 100일을 넘긴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어려움은, 출범 초기에 가졌던 경제 활성화에 대한 희망과 기대감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지 못하는 러더십 부재와, 일관성 없는 정책추진으로 많은 실망감만 안겨주는 등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데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인천대학교 정외과 이준한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리더십의 특징은 자신의 강점으로 포장해왔던 CEO 경력과 연관되어 있다”면서 “정치인 경력이 일천한 이 대통령은 이른바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사장처럼 100%의 권력을 위임받은 듯이 군림하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국민들은 이 대통령이건 누구건 ‘여의도 정치에서 벗어나자’는 말에 찬동하기 마련이지만, 이 말이 ‘여의도식 구태 정치를 없애자’는 것으로 이해하지 ‘아예 정치를 없애자’는 말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CEO로서 승승장구했던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반대자, 소수자, 비판자들을 설득하고 타협하는 리더십을 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지난 5월 7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은 25.4%라는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는데, 임기 내내 인기가 없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이 26.5~28%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는 지 가늠해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앞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크게 높아질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단언했다. 이 교수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상승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는 이유로 대략 7가지 문제점을 꼽고 있다. 첫 번째는, 일반적으로 지지율이란 떨어지기는 쉽지만 다시 올라가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 두 번째는, 한국의 정치제도에 따른 선거일정 때문인데, 이 대통령의 5년 단임의 임기 동안에는 국회의원 선거 2회와 지방선거 1회가 열리게 되어 있어, 이렇게 엇갈리는 선거주기가 이 대통령이 정치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매우 협소하게 남기고 지지율의 상승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는, 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 아젠다의 성격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한미 FTA 비준, 한반도 대운하, 공무원 감축 및 연금법 개혁, 의료보험 개혁, 수도사업 민영화를 포함한 각종 공기업 구조조정과 민영화, 각종 규제법 개혁 등의 정책 아젠다는 이명박 정부에 양날의 칼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이명박 정부가 자신있게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사항이기 때문에 추진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정책을 추진할 때 필요한 설득과정을 능수능란하게 진행시킬 능력도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강행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크게 손상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제시한 주변국에 대한 정책을 뒤집으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거나, 아니면 주변국의 정세에 잘못 대응함으로써 리더십에 상처를 입는 상태로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지지율 상승을 가져오기에는 다소 무리라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층의 특성 때문이라고 이 교수는 주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지지세력은 지역적으로 수도권에 많이 몰려 있고,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젊은 연령대의 지지를 고르게 획득하였지만, 이러한 유권자들의 특성은 항상 시대적 유행과 흐름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전임 대통령들에 비해 핵심 지지층의 세력이나 응집력이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여섯 번째는, 경제가 개선되지 않고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며 고용률이 낮아질 경우, 이 대통령의 리더십은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해 지지율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 자신이 국민을 섬기겠다는 공염불만 되뇌는 등 근본적인 입장 변화없이 그 반대편에서 독단적이고 일방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리더십 스타일을 전면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일단 등진 민심을 되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 쇠고기 파동, 대운하 등 비판여론 증폭 지난해 12월 19일 47.90%의 득표율로 대선에서 승리한 이 대통령은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당선 소회를 밝히며 ‘섬기는 정치’를 역설하는 등 자신감 넘치게 출범했다. 그러나 인수위 당시부터 ‘강부자(강남 땅 부자) 내각’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라인’이란 신조어가 회자되면서 싸늘하게 식어버린 민심은 ‘광우병 파동’이란 기폭제를 만나면서 폭발한데다, 청와대 비서진들의 재산 상태가 공개되면서 ‘부자 청와대’라는 문제까지 불거져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0%대로 곤두박질쳤다. 이와 관련, 한국개발연구원 유종일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성급함과 미숙함이 두드러지면서 정책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외 경제환경이 안정우선의 경제운용을 요구하는데 반해, 현 정부는 성장률 목표에 집착한 나머지 무리한 경기부양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 환율정책, 금리정책, 재정정책 등 거시정책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 교수는 “특히 많은 국민들은 이 대통령이 성공한 CEO출신으로서 강한 추진력으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할 것을 기대하였으나, 여러 측면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에 많은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며 “민의와 여론을 존중하고 쌍방향 소통을 추구하기보다는, 일방적 지시와 밀어붙이기에 익숙한 CEO형 리더십이 국민통합과 갈등조정 등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대통령의 리더십으로서는 매우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국민들이 깨닫게 되어 더 큰 실망을 안겨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폭넓게 인재를 등용하지 않고 자신과의 연줄을 중시하는 편협한 인사 스타일과 전문성과 도덕성은 부족하면서 특권적 지위를 누려온 인사들을 고위직에 중용하는 바람에 ‘강부자’ ‘고소영’이라는 신조어가 나오는 등 서민을 위한다는 대통령의 진정성과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국정의 큰 맥을 짚어 나가고 훌륭한 인재를 등용해서 지도력을 발휘하기보다는, 대통령이 직접 부산하게 돌아다니며 소소한 일들을 챙김으로써 국정의 비효율성에다 때로는 난센스까지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총선 당시 ‘대운하 전도사’를 자처한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의 지역구에 ‘대운하는 대재앙’이라며 반대 입장을 가진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출마하면서부터 정부의 대운하 추진 여부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런나 대운하 추진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악화일로에 이르고, 결국 이재오 전 의원은 낙선의 고배를 마시고 미국 유학행을 선택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국민적 반대 여론이 명확해지자 한나라당은 대운하를 총선 공약에서 제외시킨데 이어, 정부 역시 “논란이 큰 과제는 시간을 두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한 이후 추진할 것”이라고 물러서면서 대운하 논란은 사그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잠시 가라앉았던 대운하 논란은 국토해양부가 새 정부 출범 직후 대운하를 추진하기 위해 만들었던 국책사업단을 부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촉발됐으며, 여기에 4대강 하천 정비 사업이 ‘대운하 사업’으로 확인되면서 대운하를 둘러싼 정치 공방이 가열됐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대표적인 대선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정책이 국민의견 수렴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않은 채 ‘밀실 추진’되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여 여론의 뭇매를 맞다가 결국 ‘물길 잇기’라는 우회로를 선택했지만, 그마저 대운하의 다른 이름이라고 알려지면서 도리어 국책연구원의 양심선언으로 반대여론이 높아지는 등 비판 여론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대운하를 하겠다고 하면서 ‘물길을 잇는 것’이라고만 하고, 또 어떤 때는 ‘올해 안에 하겠다’고 하니까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일관성과 신뢰가 중요한데, 이런 것들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 파동’은 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세 차례에 걸쳐 고개를 숙이면서 국민에게 사과하는 상황을 연출할 만큼 큰 논란이 됐다. 수입 쇠고기 문제가 쟁점화된 것은 지난 4월 20일 미국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직전 한미 쇠고기 협정이 타결되면서부터였다.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쇠고기 협상이 정상회담 직전에 타결된 점과, 쇠고기 개방의 조건에 광우병 위험이 큰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포함되자, 야권은 이를 ‘졸속협상’으로 규정하고 재협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광우병에 걸린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인터넷으로 순식간에 확산되면서 촛불문화제로 이어지자,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은 야 3당 공조를 통해 국회에서 쇠고기 청문회를 여는 등 쇠고기 정국을 형성했다. 그러자 정부는 미국과의 추가 협의를 통해 협정문 형식으로 검역주권을 보장했다고 발표했고, 야권은 광우병 위험이 큰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와 동물성 사료 금지 강화조치 등이 빠졌다며 연일 재협상과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 고시 연기를 요구했으나, 5월 29일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전격적인 장관 고시로 인해 정국은 급속도로 냉각되기에 이른다. 따라서 29일 저녁부터는 단순한 미국산 수입 쇠고기 반대운동이 아니라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번지고 있어 정부 여당이 이에 어떻게 대처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3. 대통령은 건설회사 CEO가 아니다 “기업이든 국가든 경영의 본질은 같은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20대의 원점으로 복귀했다. 한때 기업성장의 불을 밝히기 위해 뛰었던 내가 이제는 우리 모두의 성장을 위해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는 지난 1995년 1월 이명박 대통령이 펴낸 자전적 에세이집 ‘신화는 없다’의 에필로그에 실려 있는 글이다. 이 글을 보면 이 대통령이 마치 13년 뒤에 대권을 거머쥘 모습을 이미 예견했다는 듯, 최고실력자가 아닌 최고경영자(CEO)의 꿈을 키우며 ‘샐러리맨의 신화’에 이은 ‘청계천 신화’ ‘대권신화’를 일찌감치 준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에 항상 따라다닌 ‘신화’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그의 일대기는 보통 사람들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난과 경험하기 힘든 기적들로 채워졌다. 특히 이 대통령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일에 매달렸던 젊은 시절의 스타일이 몸에 배어, 서울시장 재임시에는 4년 간 청계천 복원, 대중교통체계 개편, 서울숲과 서울광장 조성 등 역대 어느 시장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대형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불도저’라는 별명에는 “강한 추진력을 보였다”는 찬사와 함께 “개발주의식 행정을 했다”는 비판도 함께 따랐다. 이처럼 CEO로서, 또는 정치인으로서 일궈낸 ‘이명박의 신화’ 뒷면에는 그의 길지 않은 정치 이력과 함께 영욕이 함께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 사상 최악의 과열경선을 거쳐 대권을 거머쥔 이 대통령이 취임 87일 만에 국민에게 세 번이나 머리를 조아리면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등 100일도 안돼 곳곳에서 국정난맥상을 보이며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낳고 있어, 앞으로 남은 장애물이 지나온 파도만큼이나 높아 보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인사문제와 관련해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 대통령이 사람을 뽑을 때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고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입맛에 맞게 능력 위주로 하다 보니 도덕적 잣대가 느슨해지는 등 곳곳에서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은 저서 표절과 공금유용·세금축소 신고 의혹, 자녀 이중국적 의혹 등 각종 도덕적 흠결이 청문회를 통해 확인됐으며, “저서가 다른 학자들의 책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았다”는 표절 의혹 제기에 표절 사실을 시인하기도 했다. 이윤호 산업자원부 장관 내정자는 큰딸이 한국 국적을 포기했는데도 주민등록을 말소하지 않아 5년 동안 부당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은 과오가 드러났다. 이 후보자는 자신의 공직 취임이 거론되던 올해 1월 30일에야 큰딸의 주민등록을 지웠다고 밝혔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35만 원짜리 비눗갑, 3000만 원짜리 붙박이장, 1000만 원짜리 샤워 부스 천장 등 최고급 외제 마감재로 치장된 64평형 부티크 모나코 오피스텔을 부인 명의로 소유한 사실이 논란이 됐다. 이춘호 전 여성부 장관 내정자는 보유하고 있던 오피스텔 등 40여 건의 부동산을 “암인 줄 알았는데 암이 아닌 것을 축하하기 위해 남편이 선물로 사줬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는 등 부동산 투기 의혹에 시달리다 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인 지난 2월 24일 결국은 자진 사퇴했다. 박은경 전 환경부 장관 내정자도 사흘 뒤인 27일 절대농지(김포시) 불법 소유 의혹이 증폭되자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했을 뿐”이라고 해명하다가, 역시 여론의 빈축을 사고 결국은 자진 낙마했다. 또한, 당시 논문 표절 의혹으로 거센 퇴진 압력을 받았던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차관급)은 가까스로 살아남았으나, 4월 24일 공직자 재산공개 후 인천 영종도 농지 매입에다 서류조작 의혹까지 불거지자, 여론의 뭇매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물러났다.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은 최근 경기 안성의 농지 매입을 위해 인근지역으로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드러나 도마 위에 올랐다가 결국은 스스로 물러났으며.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4월 24일 재산공개 당시 농지를 매입하고도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아 땅투기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농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도 허위로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남에 따라 낙마 위기에 몰렸으나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이 대변인은 당시 이 사건을 단독 취재한 국민일보의 편집국장과 사회부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보도를 막으려 한 사실도 같이 드러나 국민일보 노조 측의 강력한 반발을 사는 등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졌었다. 사실 정권 때마다 각종 비리에 의해 낙마한 고위급 인사들이 있었지만, 지난 김영삼 정권부터 노무현 정권까지 불법 의혹으로 사퇴한 장관 및 내정자의 수가 통틀어 10명 정도에 그친 것으로 볼 때, 이번 정부에서 사퇴한 인사가 벌써 이 숫자에 근접하고 있다는데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것으로 볼 때 청와대의 도덕성 검증 시스템이 거의 마비된 상태였음을 알 수 있다. 2개월 전 내각 기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청문회에서는 불법과 탈법이 도마에 올라 기용 인사들의 도덕성 검증이 실패했음을 보여주었다. 이에 따라 민정 라인을 직접 겨냥해 부실검증을 질타하는 발언이 오가기도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같은 식구끼리 말하기 뭐하지만, 언론이 하루 만에 밝혀낼 일을 왜 민정 라인은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되풀이돼 온 낙마 사례에 비춰 현장에 가서 등기부등본 한 통만 떼도, 부동산 사무실 한 곳만 찾아갔더라도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일부 대통령 측근만 참여하는 인사팀으로는 교차검증이나 스크린이 제대로 될 수 없다는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밀실인사라는 비판과 함께 ‘정권실세’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면 ‘논공행상’ 등 무리한 인사가 뒤따르기 마련이라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뒤늦게 복수의 검증팀 가동을 보완책으로 강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4. 당내화합 실종 새 정부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또 다른 요인에는 비판적인 지지자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했던 한나라당과의 관계가 삐걱거린 점도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지난 4-9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표와의 불화로 촉발된 친이계(親李系. 친 이명박계)와 친박계(親朴系. 친 박근혜계)의 지리한 갈등은 ‘계보정치’의 잔영을 드리우면서 새 정부가 추구하는 ‘변화’ 이미지를 희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국내에는 경쟁자가 없다”는 이 대통령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4-9 총선을 통해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이 재확인된 이상, 진작에 친박계를 끌어 안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됐다는 지적이 당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즉 당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친박인사들의 탈당 문제가 취임 100일이 지난 현재까지 갈등의 핵으로 남아 당 화합은 물론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최측근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은 대통령의 형이라는 이유로,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전 의원은 낙선으로 인해 운신의 폭이 급격히 좁아지면서 결국 미국 유학길에 나섰고, 다른 측근들도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거듭된 회동에도 불구하고 사이가 좀체 좁혀들지 않고 있는 것도 전면 지원을 담보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만나서 잘 좀 해보려고 해도 저쪽에서 다른 소리를 하니까”라며 “공천이다, 총선이다, 이제는 당 대표 문제까지… 저쪽에서 계속 시끄러운데 뭔가를 바라는 것도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해 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아님을 시사했다. 특히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든든한 우군이 돼주리란 믿음에 취한 나머지, 최소한의 조정 과정조차 생략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당을 소외시키고 확정되지도 않은 정책들을 내놓는 바람에 여당을 당황시킨 것은 결과적으로 신정부에 독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다. 이는 ‘여의도 정치’에 대한 이 대통령의 뿌리 깊은 불신과 혐오감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여야 대표와의 회동조차 최소한의 물밑 협상을 생략한 채 진행돼 ‘즉흥 정치’ ‘정치 아마추어리즘’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대로 가면, 여대야소(與大野小)에다 소위 ‘MB맨’들이 대거 여의도에 입성하면서 보수진영이 개헌선을 넘는 의회의석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수입 쇠고기 장관 고시로 인해 지속된 여야간 대치전선이 이어지면서 18대 국회가 개원하더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어렵다는 비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마저 서로간의 경쟁 의식이 강화되면서 의견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일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해 사실상 국정 ‘컨트롤 타워’ 역할은 미미한 실정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결국 국정운영이 표류하는 주요원인은 ‘소통’의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2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지금 많은 국민들이 새 정부를 걱정하고 있는데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소홀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정부가 국민들에게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는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세 번이나 머리를 조아리기도 했다. 이는 강한 추진력과 규제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업무 연착륙에 실패하면서 국민과의 ‘소통’이 불발된 점을 자인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6월 초 취임 100일과 함께 18대 국회 개원을 계기로 대선 승리 당시의 초심을 회복해 국정 운영의 동력을 재가동하는 한편 이를 국면 전환의 돌파구로 활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 주변 4강 외교의 득과 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중국 방문에서 중국 측으로부터 많은 홀대와 결례를 당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많은 국민들은 국내 문제도 어려운 마당에 그런 수모를 당하면서까지 꼭 갔어야 했느냐는 의문점을 제기하면서 적지 않은 푸념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측의 외교 결례는 이 대통령의 방중 첫날인 5월 27일 외교부의 정례 외신 브리핑에서 중국 외교부 친강(秦剛) 대변인이 한-미 군사동맹에 대해 ‘냉전의 유물’이라고 비판하면서 나타났다. 친 대변인이 평소 입이 가벼운 대변인으로 ‘악명’ 높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대 국가 정상이 국빈 자격으로 도착한 첫날 행한 논평으로는 부적절하고 비외교적 발언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 지도부의 외교 결례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이날 중국 베이징(北京) 한·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가진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시종 웃음을 보이지 않아 옆자리에 앉은 이명박 대통령의 미소 띤 얼굴과는 무척 대조적이었다. 물론 후 주석의 무표정한 모습은 쓰촨(四川)성 일대에서 일어난 대지진 참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표면적인 해석이지만, 접빈객(接賓客)의 전통이 강한 중국에서 시종일관 딱딱한 표정으로 ‘국빈’을 대하는 것은 국가 정상으로서의 매너는 아니라는 평가 또한 적지 않았다. 특히 후 주석의 이같은 태도는 지진 발생 전인 지난해 12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의 방중 때와 지진 발생 이후인 지난 5월 24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신임 러시아 대통령의 방중 때 내보였던 중국 정부와 언론의 환영 무드와는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 후 주석의 이러한 무표정의 속내는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일까?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의 외교 정책이 미국 편향적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사전에 길들이기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해석을 가능케 했다. 실제로 과거 한국 정부에서 미국-중국-일본 순이었던 외교순위가 이번에 미국-일본-중국 순으로 바뀐데 대해 무척이나 불쾌해한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는 입장이다. 중국 측의 외교 결례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신임 주중 한국대사의 신임장 제정도 계속 미뤄지다 이 대통령 방중 당일인 27일 오후 한중 정상회담 직전에야 비로소 이뤄졌다. 외교부가 신임 신정승 주중대사를 임명해 지난 5월 6일에야 베이징에 서둘러 부임시킨 것도 늦어진 원인이긴 했지만, 우리 정부가 이 대통령 방중 준비를 위해 신임장 제정을 서둘러 달라고 거듭 요청했던 점에 비춰볼 때 중국 정부의 조치는 너무 지연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중국이 남북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또 한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 주변 4강 외교가 좀 더 정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4강 외교 실패는 일본 방문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4월 21일 일본 방문에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과거의 역사를 직시하면서도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미래사를 열어가겠다”는 대일외교 원칙을 재천명하면서 “과거의 마음 상한 일 갖고 미래를 살 수는 없다. 일본에 대해 만날 사과하라고만 요구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기존 한일관계에 대한 개선 의지를 적극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이러한 관계 개선 의지와는 달리, 일본 정부는 한 달도 채 안 돼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과 교육을 노골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한일 양국 관계에 많은 파장을 일으켰던 것이다.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 역시 뉴욕타임즈 등 미국 대형 언론들의 푸대접 속에 방문했다는 주장과 함께, 미 대통령의 전용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초대받은 대가로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