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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은 ‘신뢰’로 통한다

직장인 조직신뢰도 100점 만점에 50점 수준
신뢰받는 직장이 경영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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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0호 김대희⁄ 2008.06.09 17:16:06

최근 신뢰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뢰를 조직의 핵심 가치로 제시하는 기업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직장인들이 자신이 소속한 직장에 대해 갖고 있는 신뢰 수준은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이상 직장인 450여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 직장인들의 조직에 대한 신뢰도는 100점 만점에 50점으로 조사됐다. 특히 상사, 동료에 비해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신뢰 수준이 조직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조직에 대한 신뢰 수준이 높은 집단은 낮은 집단에 비해 업무 몰입도가 높고, 조직에 대한 자부심이 높으며, 이직 의도는 현저히 낮았다. ■기업 경쟁력의 중요 요소 ‘신뢰’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끄는 경쟁력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학자 및 경영자들은 이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근본 요소 중에 간과하면 안 될 중요한 요소가 바로 신뢰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그의 저서 ‘신뢰(Trust)’에서 신뢰를 ‘공동체의 타 구성원이 보편적인 규범에 기초하여 예측가능하고 정직하며 협동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는 기대’라고 정의하면서, 이러한 신뢰는 단순히 윤리적 가치를 뛰어넘어 사회적 자본으로서 경쟁력을 높이고 경제적 번영을 가져오는 필수 요소라고 말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신뢰받는 직장의 조건’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신뢰가 기업 경쟁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우선, 신뢰는 구성원들의 능력과 협력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다. 조직 또는 리더에 대한 높은 신뢰는 구성원들의 조직 몰입도 및 창의성을 제고시킬 뿐만 아니라, 자발적으로 타 구성원들과 협력하려는 의사도 강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둘째, 조직 내 신뢰는 변화에 대한 구성원들의 수용성을 높인다. 구성원들은 조직과 경영자를 신뢰하지 않거나 자신들이 신뢰받고 있지 않다고 느낄 때 변화에 저항하고 소극적인 업무 태도를 보인다. 반면, 조직에 대한 신뢰가 높다면 구성원들은 조직이 제시하는 공동의 가치와 비전 달성을 위해 스스로 동참하게 된다. 셋째, 신뢰는 조직의 환경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신뢰를 통한 제반 절차의 단축을 통해 구성원들이 고객의 니즈 및 환경 변화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신뢰에 기반을 둔 경영 활동은 구성원들을 리드하거나 설득하는데 필요한 유·무형의 노력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 비용 등을 절감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다수의 경영학자들은 조직과 구성원 상호간의 믿음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미래 경영 환경에서 기업이 경쟁력을 발휘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우리 기업들도 신뢰를 조직의 핵심 가치(Core Value) 중 하나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경영진 ‘공정성’ 신뢰도 떨어져 직장인들은 회사 경영진보다 동료들을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진을 불신하는 이유로는 회사의 정책이나 제도 운영 과정에서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직장인 450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조직에 대한 신뢰도는 100점 만점에 50점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대상별로는 동료에 대한 신뢰도가 54.1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상사에 대한 신뢰도(48.8점),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47.2점) 순으로 점수가 높았다. LG경제연구원은 “동료에 대한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은 직장인들이 경영진이나 상사에 비해 동료들과 서로 협력해서 업무를 수행해야 할 기회가 많을 뿐 아니라 회사 생활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직장인들은 경영진의 신뢰성에 가장 걸림돌로 ‘공정하지 못한 업무 처리’를 들었다. 경영진의 공정성에 대한 점수는 37.3점에 불과했다. 연구원은 “경영진이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자 한다면 능력을 발휘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제도 운영에 있어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영진의 ‘관심과 배려’ 항목에서는 외국계 기업 종사자들의 만족도(57.4점)가 국내 기업 종사자의 만족도(48.8점)보다 높았다. 연구원은 “글로벌 진출 경험이 많은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 기업에 비해 좋은 직장 환경 구축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상사의 성별에 따른 신뢰도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상사가 여성인 경우 남성보다 여성 응답자의 신뢰도 수준이 더 낮았다. 여성 상사에 대한 남성 응답자의 신뢰도 점수는 49.6점, 여성 응답자의 신뢰도 점수는 43.5점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여성 응답자의 경우 여성 상사가 남성 상사에 비해 능력이 부족하고 같은 여성임에도 터놓고 대화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밝혔다. 근속 연수별로는 근속 1년 이상~3년 미만 응답자의 조직에 대한 신뢰도가 48.4점으로 가장 낮았다. 근속 연수 15년 이상의 응답자는 54.6점을 줘 조직에 대해 가장 큰 신뢰를 보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조사를 바탕으로 연구원은 신뢰받는 직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구성원에 대한 존중과 배려 ▲일관성 있는 조직 운영과 원칙 실행 ▲이바지에 대한 공정한 보상 ▲통제와 신뢰의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연구원은 “오늘날의 글로벌 경쟁 체제하에서 기업은 탄력적으로 변화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종업원들이 회사에 대해 불신을 갖는다면 변화는 이루어질 수 없고, 진정한 변화 노력은 신뢰라는 탄탄한 기초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원은 “우리 직장인들의 조직 신뢰 점수는 만족할 수준이 아니다”며 “무엇보다 조직 리더들이 피나는 노력을 통해 신뢰가 얻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뢰’받기 위해선 먼저 ‘신뢰’하라 직원들의 입장과는 달리 수많은 기업들은 직원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질까? 겉으로는 신뢰를 부르짖으며, 상호존중, 고객에 대한 충성을 얘기하지만, 오히려 수많은 조직들은 의심으로 뭉친 조직일 수 있다. 가장 흔한 예가 출퇴근시간을 체크하는 경우다. 출퇴근시간은 하나의 약속이지만, 다른 의미로 본다면 “회사는 당신을 신뢰하지 않는다. 조금만 한눈을 팔면 딴 짓을 할 사람이다. 그렇기에 출퇴근시간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 대해 신뢰를 얻지 못하는 직원은 이에 걸맞은 기대대로 행동하게 된다. 글로벌 기업인 휴렛팩커드는 이런 신뢰의 속성을 알아차리고 이미 1972년에 출근시간 입력제도를 폐지했다. 당시 CEO였던 루이스 플랫이 직원에 대한 강력한 신뢰를 바탕으로 내린 조치다. 이로 인해 휴렛팩커드는 경쟁력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상호신뢰의 문화를 기반으로 승승장구했다. 신뢰가 의무감과 책임감을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 신뢰는 구속력을 가지며, 이 힘에서 벗어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신뢰가 없다면 감시와 통제에 비용이 소요된다. 일 년 내내 임금협상, 단체협상을 하느라 정작 중요한 일을 못하는 회사가 많다. 신뢰는 요청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신뢰는 신뢰받을 만한 행동이나 태도의 결과로 나타날 뿐 강조하고 떠든다고 생기지 않는다. 이미 신뢰가 있는 개인이나 조직은 신뢰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신뢰를 보내야 한다. 신뢰해야 하는데 신뢰하지 않음으로써 오는 손실은 무엇보다 크다. 신뢰한다는 것은 그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손실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결심하는 일이다. 그 정도 비용은 신뢰를 얻음에 있어 필요비용이란 인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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