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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불도저 통치 스타일 바뀌나

‘MB식 어법’ 곳곳에서 문제점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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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0호 심원섭⁄ 2008.06.09 15:26:35

“기업이든 국가든 경영의 본질은 같은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20대의 원점으로 복귀했다. 한때 기업성장의 불을 밝히기 위해 뛰었던 내가 이제는 우리 모두의 성장을 위해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는 지난 1995년 1월 이명박 대통령이 펴낸 자전적 에세이집 ‘신화는 없다’의 에필로그에 실려 있는 글이다.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에 항상 따라다닌 ‘신화’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그의 일대기는 보통 사람들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난과 경험하기 힘든 기적들로 채워졌다. 특히 이 대통령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일에 매달렸던 젊은 시절의 스타일이 몸에 배어, 서울시장 재임시에는 4년 간 청계천 복원, 대중교통체계 개편, 서울숲과 서울광장 조성 등 역대 어느 시장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대형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불도저’라는 별명에는 “강한 추진력을 보였다”는 찬사와 함께 “개발주의식 행정을 했다”는 비판도 함께 따랐다. 이처럼 CEO로서, 또는 정치인으로서 일궈낸 ‘이명박 신화’의 뒷면에는 그의 길지 않은 정치 이력과 함께 영욕이 함께 하면서 일부 국민, 아니면 지역민에 국한돼서 평가가 내려졌다. 그러나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은 잘하든 못하든 대한민국 5000만 국민들이 서슬 퍼런 잣대로 평가를 내리고 있는 시점이다. 이 대통령은 집권 초반 부처 업무보고를 비롯하여 각종 공식·비공식 행사에 참석해 소위 ‘MB식 어법’이라 해서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말들 속에서 ‘MB의 철학’이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의문에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은은 물론, 특히 인사문제와 관련해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 대통령이 사람을 뽑을 때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고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입맛에 맞게 능력 위주로 하다 보니 도덕적 잣대가 느슨해지는 등 곳곳에서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의 질타를 피한 곳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보니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하면서 공직사회 변화의 진앙지가 됐으나 ‘자괴 속의 복지부동화’를 초래한 측면도 없지 않았던 것이다. 집권 초반부터 미국산 수입 쇠고기 파동이라는 혹독한 시련 끝에 얻은 교훈의 산물인지는 몰라도, 최근 이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국민과 소통 부족, 민의를 못 읽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리가 국민의 눈높이를 잘 몰랐던 점이 적지 않다”면서 “오늘을 계기로 새롭게 시작하는 심정으로 일해달라”고 지적하면서 공무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대책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창의, 실용 유공 공무원 포상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새 정부의 국정방향은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일하고 창의, 실용적으로 업무를 추진하자는 것”이라며 “우리가 아무리 잘해도 이를 받아들이는 국민이 만족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의 ‘미국산 수입 쇠고기 파동’에 따른 여론 악화가 국민과의 소통 부족으로 민의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앞으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다짐한 것이라고 청와대 측은 풀이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국민과 직접 현장에서 접촉하는 일선 공무원들의 역할을 강조하며 변화와 분발을 거듭 당부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같이 주민과 접촉하는 기관이 중요하며 국민이 공직자들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이렇게 변화되거나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으면 실명을 밝히고 건의해 주면 적극 수렴해 개선을 추진하고 그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앞으로 자신의 말 수를 줄이고 많이 듣는 쪽을 택함으로써, 말을 많이 하여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나 속마음의 노출을 가급적 억제하고, 이른바 쌍방 소통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사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해왔던 ‘여의도식 정치’가 비 생산적, 비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본능적, 습관적이라고 할 정도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쇠고기 파문을 거치면서 “정치가 무엇인지를 절감하는 것 같다”는 한 측근의 주장처럼 정치의 비효율성이 갖는 여러 의미를 곱씹고 있는 것 같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중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날부터 다음날인 5월 31일 저녁까지 미국산 수입 쇠고기 반대 시위대의 요란한 함성이 청와대로까지 들리는 상황 속에서 번민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안팎의 관측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CNB 저널과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은 원래 생각이 많은 분”이라며 “오랜 생각 끝에 잘못된 원인을 찾아낸 다음에 곧바로 새로운 행동 양식으로 극복하는 오랜 습성에 비춰볼 때 앞으로 상당히 달라진 면모를 보일 것”이라고 장담했다. ■“혹독한 체질 개선 뒤따라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변화는 17대 국회를 끝으로 정계를 떠난 ‘원조보수’ 김용갑 전 의원이 이미 수차례에 걸쳐 진언한 바 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5월 8일 가진 CNB저널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당선 후 이명박 정부의 정치 행보를 보면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고사성어가 불현듯 떠올랐다”고 전제하고 “정권 출범 전부터 동분서주하며 민심 행보를 시작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의욕만 앞설 뿐 민심과 따로 간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루에 네 시간밖에 안 잔다’고 자랑하듯 말하지만, 그건 어떻게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갖는 근본적인 모순을 드러내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5년 정치, 그것도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기업 CEO와 달라서 하루아침에 뭘 뚝딱 해치우겠다는 발상은 지극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전 의원은 “아마 국민들 중 과거 현대건설 사장시절의 이 대통령을 나쁘다고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열사의 나라에서 불도저같이 밀어붙여 달러를 벌어들였고, 그것이 오늘날 한국 경제성장의 근간을 이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이 대통령이 지금까지 실패를 모르고 정상을 향해 끝없이 뛰어왔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으며, 특히 무엇이든 자신이 결정하고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들만으로 대열을 정비해서 저돌적으로 추진했다는 사실이 대통령의 자질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즉, 기업의 미덕이라는 것은 CEO의 생각대로 일사분란하게 밀어붙여 단기에 이윤을 창출하는 것인 반면,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좀 더디 가더라도 전국민의 뜻을 받들어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전 의원은 “외국의 예로 보다라도, 거대한 기업을 성공시킨 CEO 출신 대통령이 국가를 이끄는 일국의 대통령으로서는 실패한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대통령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혹독한 체질 개선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그런데 정권 출범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보면, 인사가 만사라는데 조각부터 난맥상의 극치를 보이는 등 우려했던 바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 같아 걱정이 이마저만이 아니다. 정권 출범도 하기 전에 3명의 장관 내정자가 낙마한 게 역대 정권에서는 없었던 일이다. 그럼에도 대통령 주변 사람들은 비판이나 직언을 하기보다는 무조건적으로 대통령의 행보에 보조나 맞추는 식으로 일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나무랐다. 통합민주당 주승용 의원도 지난 3일 ‘대통령 빼고 다 바꿔라’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국민의 분노는 쇠고기 재협상뿐만 아니라 국민을 무시하며 자기 고집만 내세우는 대통령의 태도 때문”이라며 “이 대통령은 아무런 미련을 두지 말고 ‘마누라 빼고 다 바꾼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모든 잘못을 다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 의원은 “이 대통령은 국정 수습책을 단계적으로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부분 개각, 청와대 비서진 사의 표명, 대운하 논의 보류 등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며 “그러나 이것은 정말 아니다.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려면 대통령이 근본적인 상황인식과 국정철학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주 의원은 “그렇지 않고 미국에 ‘수출중단 요청’, ‘보류’, ‘재검토 논의 중단’ 등 애매모호한 내용들을 수습책이라고 내놓고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주며 달래는 모양으로 한두 개씩 언론에 흘리는 모양새는 결코 국정수습에 도움이 안 된다”며 “그렇게 되면 오히려 국민의 분노만 더 키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단의 민심수습방안 고심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정국’을 타개할 해법으로 꺼내 든 카드는 첫째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 복원, 둘째 대대적인 인적 쇄신, 셋째 민심 수습 등 크게 세 가지로 알려졌다. 첫번째 카드인 친박 의원들의 복당 문제와 관련해 큰 틀에서 ‘원칙적 일괄복당’이라는 한나라당 지도부의 결론을 박 전 대표가 수용함으로써 문제가 타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원칙적 일괄복당’이란 한나라당은 복당 또는 입당을 원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문호를 최대한 개방한다는 대원칙하에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낙천한 뒤 탈당, 당선된 의원들에 대해 당헌·당규상 결격 사유가 없는 한 곧바로 복당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다음 단계로는 인적쇄신의 강도와 폭이라고 할 수 있다. 당초 청와대로서는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책임 있는 일부 장관들이나 수석비서관들을 경질하는 ‘소폭 쇄신’을 검토했었으나, 비난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내부적으로 “장관 몇 명, 수석 몇 명 선에서 수습될 일이 아니다”라는 의견이 힘을 받기 시작하면서 ‘내각 일괄사퇴’ ‘수석 전면교체’ 가능성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폭 물갈이 한다고 쇠고기 문제가 가라앉겠느냐”는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아 이 대통령이 쇄신 수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특단의 민심수습 방안 발표시기로 고려된 ‘취임 100일’(3일), ‘18대 국회 개원연설’(5일), ‘국민과의 대화’(9일)를 정국 돌파구로 삼는다는 복안을 마련했으나, 결국 국회 개원 여부가 난항을 겪으면서 개원 연설을 비롯해 국민과의 대화가 무기한 연기됐다. 하지만 이 대통령으로서는 향후 국정운영에 대하여 장고에 돌입할 시간적 여유를 벌었다는 점에서 실보다는 득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앞으로 이 대통령이 쇠고기 정국을 돌파할 묘안을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내놓을 국정쇄신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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