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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한반도 변혁이냐 퇴보냐

MB, 호국보훈의 달 딛고 새로운 변신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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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0호 김원섭⁄ 2008.06.09 15:24:14

‘일제강점기 6.10만세’, ‘6.25’, ‘6.3사태’, ‘6.10항쟁’, ‘6.29선언’, ‘6.15남북공동선언’. 호국보훈의 달인 6월에 일어난 일지들이다. 6월 때문에 득을 본 대통령은 노태우·노무현·이명박 3인.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지난 1987년 6월항쟁의 저항의 물결로 결국 ‘6.29선언’을 해 직선제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운을 얻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6월 월드컵 열기로 한반도에 붉은 물결이 일렁일 때 미군 장갑차에 효순, 미선 양이 치어 사망해 반미 고조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964년 굴욕적인 한일회담의 중단을 요구하는 ‘6.3사태’를 주도해 박정희 정권에 구속되는 인연으로 영웅시대를 만들어 갔다. 그러나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촛불집회를 열면서 청와대 주변까지 진출하는 등 1964년 6·3시위와 반대 입장에 서 있다. 특히 일부 참가자들은 대통령 면담도 요구하는 마당이어서 굴욕적 한일외교에 섰던 그 당시 이명박 고대생의 입장에서 현재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일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월이다. 다시 날자’ 운구행렬을 따라 100만 인파에 싸여 시청 앞 광장을 굽이굽이 가로질러 떠나던 고 이한열 열사. 벌써 성년을 넘어 21살이 되었다. 4.19혁명은 참여계층이 학생이었다. 순정의 발로에서 우러나온 학생들만의 의거였다.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지도부가 없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고 자유당이 무너진 것은 혁명임은 분명하지만 즉흥적인 면이 있었다. 그 후 27년이 지나 일어난 6월 항쟁은 국민들 항쟁을 통일적으로 이끌었던 지도부가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역량이 성장하고 진화한 형태이며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것이다. 그러나 6월 항쟁은 보수 정권에 의해 빛이 바래오다가, 그 후 10년 만인 97년 국민의 정부에서 빛을 되찾으면서 동토를 녹여가며 민주주의의 새싹이 돋아 참여정부를 거쳐 그 후 또 11년을 맞았다. 미국 쇠고기 수입으로 출발한 광우병 촛불 집회가 6월항쟁으로 다시 점화되고 있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6월항쟁을 다시 계승하느냐의 기로에 섰다. 이같이 6월은 한반도의 희비의 쌍곡선을 그린다. 이런 6월에 10년 만에 정권을 잡은 이명박 정부가 한미 FTA 협상으로 위기국면에 처했다. 광우병 촛불 집회는 초·중·고생까지 참여하는 마당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6월 항쟁을 기리는 문화행사로까지 확대될 움직임이다. 특히 서울대, 고려대등 각 대학교가 동맹휴업을 결정하고 촛불집회에 참석, 대학 간의 동맹휴업이 확산되고 있다. 재협상과 고시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 집회가 쇠고기 수입 반대를 넘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불만으로 번지면서 대학생들도 촛불 집회에 적극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6.4 재선거 결과 한나라당이 참패함에 따라 향후 여권의 국정안정 기조도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촛불집회, 6.3사태 + 6.10항쟁 = 복합체 6월 촛불집회는 6.3사태와 6.10항쟁의 요소의 복합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장성민 전 국회의원은 보고 있다. 그는 최근 쓴 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이라는 정부의 굴욕적 협상에 대한 외세 저항적, 주권 보호적 반정부 투쟁이란 측면에서는 6.3사태의 요인이 강하며, 군부독재의 일방주의적 통치 행위에 맞서서 체제 민주화를 요구했던 민주화 세력이 이제는 재벌독재를 향해 ‘식탁민주화’를 외치는 ‘생활 안보적 시민세력’들로 거듭나 반정부 투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6.10 항쟁의 정신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초동단계에서 민심의 불길을 진압하지 못할 경우에는 6.10 항쟁에 버금가는 국정혼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며, 지금의 시위 현상은 6월 10일을 향해 번져 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제 2의 6.29 항복선언과 같은 충격적인 대국민 선언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될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장 전 의원은 보고 있다. ■이 대통령, 국면쇄신 통해 극복의 길로 지금 식탁안보와 건강주권을 지키려고 새벽 광장에서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던 젊은이들의 그 순수한 몸짓과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도 눈빛은 맑고 밤새껏 외쳐대도 그 목소리는 쉬지 않는 젊은 시민의 소리에 이명박 정권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장 전 의원은 또 정권의 생각도 젊어져야 하며, 돈도 권력도 이념 싸움도 아닌 자신들의 자존심과 건강주권에 저토록 열광하는 젊은 시민들의 함성을 이명박정부는 좌파와 야당의 배후 조종 운운으로 이들의 순수성을 이념화·무장화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래야 지금의 광화문 촛불 집회가 더 이상 6.3 사태와 6.10 항쟁의 복합적 성격으로 악화되지 않으며, 제2의 6.29 항복선언을 요구하는 최악의 상황으로도 발전되지 않을 것이고, 현 정부로부터 특단의 대책을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6월의 위기와 관련,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전면적인 국면쇄신을 꾀한다면 대선 때의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재·보궐 선거가 전통적인 한나라당 강세 지역이 대부분이었고 투표율이 저조했던 점을 감안하면 한나라당의 부진은 100일을 맞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쇠고기 심판론이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선거에 앞서 한나라당은 쇠고기 고시 발표와 촛불집회 시위대에 대한 과잉진압 논란이 불거진 이후 국민 여론이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전반적으로 재보선 판세가 악화되고 있다는 자체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대학, 동맹휴업 선언 여기에 서울 지역 대학들은 서울광장 촛불 집회에 참석하는 것을 넘어, 최근에는 동맹휴업과 자체적인 촛불문화제 개최 등으로 쇠고기 수입과 이명박 정권에 대한 반대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4일 촛불 집회에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지역 대학생 100여명이 참여해 대학가에 불고 있는 촛불 집회 동참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홍익대 등 서울 신촌 지역 대학들은 지난 5일 오후 이화여대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하고 신촌을 ‘광우병 청정지역’으로 선포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의 고공농성이 진행 중인 탑 앞으로 연세대 학생들과 홍익대 학생들이 함께 모였다. 이들은 국민에겐 광우병 쇠고기, 대학생에겐 이명박 정권 반대를 위한 신촌 지역 대학생들의 촛불 집회를 연 뒤 시청으로 행진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근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경찰들의 촛불 시위대 과잉 진압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고려대와 성균관대, 서울시립대, 국민대 등 인근 지역 5대 대학들과 연계해 공동청문회를 열었으며,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과 이명박 정권의 문제점, 시민-경찰 간 폭력 문제 등을 논의했다. 여기에 1700개 시민단체와 인터넷 모임으로 구성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국민대책회의)는 지난 5일 ‘국민집중행동의 날’을 선포하고 ‘미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촉구하며 72시간 동안 철야집회를 연속해 열기로 했다. 또 6월 항쟁 기념일인 10일에는 100만명을 목표로 전국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키로 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5일 새벽 2시 40분께 서울광장 촛불집회에서 한 50대 남성이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서울 동작구 본동에 사는 김모 씨(56)는 이날 촛불 집회에서 페트병에 미리 준비한 시너를 자신의 몸에 뿌린 뒤 불을 붙였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진강)는 지난 5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과 관련한 시국 수습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변협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 당국은 협상과정 및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고 설명·설득하는 과정을 소홀히 했다”며 “대통령은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에게 진심어린 사과표시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양국 협정도 국가 간 약속이므로 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쇠고기 수입조건에 대해 미국과 새로운 대화를 시도하는 노력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협은 “국정 운영에 있어 이윤 극대화를 위해 투명성과 원칙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등의 지나친 효율성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며 “내각 및 참모진의 인사쇄신과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5일 국민 9만 여명이 참여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협상과 장관 고시의 무효를 주장하는 헌법소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민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수입위생조건 고시 관보 게재를 연기하고 미국의 답변을 기다리는 것은 고시의 기본권 침해 상황을 본질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국민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고시 철회와 재협상을 위하여 싸우고 있다”며 “정부는 즉각적인 고시 철회와 재협상을 통하여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변은 이날 청구서에서 수입위생조건 고시가 검역주권을 미국측에 이양해 국민주권을 침해하고, 국민을 광우병 감염의 위험에 노출시켜 국민의 생명권과 보건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헌법소원과 함께 낼 예정이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장관 고시의 관보 게재가 연기됨에 따라 신청하지 않았다. 민변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고시가 있었던 지난달 29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청구인단을 모집했고, 이날 모두 9만6072명이 헌소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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