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의 빛>이란 명제로 ‘2008 한·중 현대정예작가 대작 전’이 6월 2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서울미술관에서 열렸다. 한국과 중국은 현재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미술은 어떤 문화예술 분야보다도 중국과 수많은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동방의 빛>은 60여 명에 달하는 한·중 양국의 대표적 중견작가가 100호 크기의 대작을 선보인 가운데, 서울의 도심 속에서도 한국의 전통이 숨쉬는 인사동 서울미술관(350평)에서 개최돼 그 의미가 남다르다. 서울미술관은 인사동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전시관으로 유명하다. 또한, 이번 전시는 미술계로부터 필력이 가장 왕성하고 완성도가 높다는 평을 받고 있는 4,50대의 중견작가들로 구성됐고, 양국의 구상미술을 한 공간에 대작으로만 구성했기 때문에, 자국의 모델적 조형들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작품을 보는 즉시, 작가가 자기 고유의 필치와 색감·방법으로 자국의 풍경·풍물·자연·인물은 물론, 인생의 정경까지 표현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동방의 빛>에 출품된 작품들은 양국의 역사와 삶과 자연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특히, 이번에 초대된 중국 작가들은 뛰어난 필치를 구사하는 대표적인 작가들로, 중국 미술의 전통과 현대를 담는 대가 중의 대가들이다. 즉, 이들이야말로 중국 고유의 화법과 현대적 조형을 조합시킨 ‘중국 구상미술’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가들이다. 한국 작가들 역시 국내 화단에서 구상미술의 선구적인 역할을 하는 정예급으로만 구성됐다. 이 전시는 중국과 한국의 주요 도시는 물론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도 기획돼 한·중 미술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6월 24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는 서울전은 7월 12일부터 21일까지 경상남도 마산시 ‘마산 3·15아트센터’로 이어진다.
■ 한·중 화가들의 첫 만남…‘우리는 하나’
6월 24일 찾은 인사동의 서울미술관 ‘동방의 빛: 2008 한·중 현대정예작가 대작 전’의 전시장 안은 분주했다. 한눈에 봐도 ‘거대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큰 그림들, 자신의 작품을 관람객에게 설명하고자 직접 전시장을 찾은 한국과 중국의 화가들로 350평 규모의 넓은 미술관 안은 벌써부터 꽉 찬 느낌이었다.
화가들은 다음날 있을 오프닝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림에 대해 아주 작은 관심이라도 질문한 사람이 원하는 대답의 100% 이상을 만족시키기 위해 열변을 토하는 화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비록 중국 화가와 말은 통하지 않지만,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그들의 손짓과 표정과 그림을 통해 전해졌다.
이번 한·중 미술 교류전을 마련한 김일해 위원장은 “장미췐 학장을 제외하고는 오늘 처음 본 분들이다. 하지만, 왠지 예전부터 알고 지낸 것처럼 친근한 기분이 든다. 미술의 힘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한·중 화가들의 만남은 서울과 마산의 빡빡한 일정을 앞두고 화합과 단결의 장으로 이어졌다. 풍성한 만찬 자리에서 한·중 화가들이 잔을 부딪치며 ‘위하여’를 외치는 화기애애한 정경은 “한·중 화가는 하나여야 한다”는 각오를 뒷받침했다.
이번 전시가 이뤄진 배경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 자리에 모인 한·중 화가들을 대표하는 화가들과 특별한 자리를 마련해 인터뷰를 가졌다.
‘한·중 현대정예작가 대작 전’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여기 모인 중국 화가들은 서양 미술에서 일정한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다. 시스템의 문제로 한국 작가들은 서양 미술을 중국보다 더 일찍 발전시켰다. 중국이 1978년 문호를 개방하여 서방의 문화를 접한 이후 21세기 초반부터 중국 작가들도 그림으로 역사를 쓰고 있다. 문호 개방 이후 30년 동안 개혁과 개방에 힘썼다. 서울 88올림픽, 월드컵 당시에도 많은 미술이 넘어왔다. 아시아 예술은 한국과 중국이 함께 끌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 작가도 현재는 한국 작가처럼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시점이다(장미췐).
나는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이번 교류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뚜짼치).
작년 겨울에 장 원장(장미췐)이 자신이 교수로 있는 대학으로 한국 작가 몇 명을 초대한 적이 있다. 중국에 가서 보니, 중국 작품이 생각보다 훨씬 뛰어나고, 미술관도 크고 좋았다. 중국 작가들은 100호~200호 크기의 대작을 내놓았으나, 우리가 들고 간 그림은 아주 작은 크기여서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당시 교류는 제대로 된 교류가 아니라는 생각에 “내년에는 서로 대작을 놓고 교류하자”고 제안했다. 급작스럽지만, 한국 전역을 돌며 국내 굴지의 작가들에게 중국의 대표 작가들과 합동 전시를 하고 싶다는 우리의 취지를 전했고, 다들 흔쾌히 응했다.
양국의 미술이 힘을 합치면, 아시아 중심을 넘어 세계의 중심으로 뻗어 나가리라 믿는다. 한국과 중국은 이번 전시와 같은 교류전을 통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야 한다. 소묘 분야는 중국이 최고이며, 한국은 서양 미술을 한국적인 것으로 발전시킨 점을 높이 살 수 있는데, 이 점은 중국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6개월 동안 준비해 오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회를 추진하면서 그림이 공통언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장 학장을 제외한 다른 중국 작가들은 오늘이 초면이다. 하지만, 그림을 먼저 봐서인지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처럼 친근했다(김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