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금융소외자와 저소득자를 위한 지원 대책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금융소외자들이 만족하기는 이르고, 또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지원의 본격적인 출발에 대해서는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우선, 6개 복지사업자들은 7월부터 은행권이 모은 휴면예금을 활용해 총 700여만 명으로 추정되는 금융소외자 지원에 나섰다. 또 올해 말부터 대부업체 이용자의 제도권 금융회사 환승을 지원하고, 금융권 연체 대출채권을 매입해 금융소외자를 도와주는 정부 차원의 대책도 나올 예정이다. 여기에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시중은행들의 대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 20~40%대 수준인 대출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고, 금융당국 역시 서민 신용대출 금리인하를 유도하고 있어 금융소외자 및 저신용자들은 모처럼 반기는 모습이다. 하지만, 금융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와 실질적으로 저신용자들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찮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은행권으로부터 모은 휴면예금 1765억 원 중 200억 원을 6개 복지사업자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휴면예금관리재단인 소액서민금융재단은 지난달 30일 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지원 대상 6개 복지사업자에게 하반기 사업자금을 전달하는 교부행사를 가졌다. 이에 따라 각 복지사업자는 올해 하반기 사업자금을 활용해 △저소득층 창업과 취업 지원 △신용회복 지원 중에 있는 금융소외계층의 긴급 생활자금 지원 등의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신나는조합’과 ‘사회연대은행’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연리 2%로 2000만~3000만 원씩의 창업 및 취업 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자는 △4인 가족 기준 월소득이 223만 원 이하인 취약계층 △최저생계비 이하 수준의 소득자인 기초생활수급자 △최저생계비의 120% 수준 소득자인 차상위계층 등이다. 신용회복위원회와 자산관리공사의 신용회복지원 프로그램을 받고 있는 금융소외계층 중 의료비 등 긴급 생활자금이 필요한 경우 신용회복위원회와 한마음금융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연 2~4% 금리로 500만 원 내외의 자금을 대출해준다. 한마음금융은 최고 6.3% 금리로 역시 500만 원 내외의 자금을 빌려 준다. 실업교육 대상자 중 일시적으로 자금부족을 겪는 실업자들은 근로복지공단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연간 3~4% 금리로 500만 원까지 빌릴 수 있다.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기여하는 사회적 기업도 실업극복재단에서 연 2% 금리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소액서민금융재단 관계자는 “신용회복 지원 중에 있는 7~10등급자와 취약계층 등을 모두 합해 약 700만 명 정도가 이번 휴면예금 지원 대상”이라며 “올 하반기 시범사업을 거치면 내년부터 본격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 사업자들은 이번주부터 공고를 낸 뒤 지원자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심사를 거친 후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구체적인 대출자격과 대출금액·이자율 등은 사업자별 공고를 참조해야 한다. ■정부, 1조원대 신용회복기금 조성 금융위원회는 이와 함께 1조 원대 신용회복기금을 조성할 방침이다. 이는 대부업체 금융소비자들이 제도권 금융회사로 갈아타는 것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다만, 금융회사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부분보증을 실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또, 이 기금을 활용해 연체 대출채권 매입도 추진할 예정이다. 즉, 연체 대출채권을 매입해 금융소외자의 채무를 재조정해주고 장기분할상환 방식으로 채무자가 빚을 갚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국회와 협의를 거쳐 자산관리공사의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4조 원 중 국책은행 배분금(2500억 원) 투입과 민간 금융회사 배분금(7500억 원)의 기부를 유도할 방침이다. 필요할 경우엔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매입한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추가 재원도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대부업체 연체채권 중 채권가격이 싸고 대부업체도 매각의사가 있는 6개월 이상의 부실채권을 신용회복기금으로 사들이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제도권 금융기관 대출자도 3개월 이상 연체할 경우 금융채무불이행자로 경제활동에 제한을 받는 만큼 채무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 ■시중은행, 저신용자 대출 경쟁 치열 이와 함께, 시중은행들은 잇따라 저신용자를 위한 제2금융권 대출상품 판매에 나서고 있다. 감독당국도 서민 신용대출 금리인하를 유도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계열사인 하나캐피탈의 신용대출상품인 ‘마니또론’을 전 영업점에서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의 대출한도는 300만∼5000만 원이며, 금리는 연 7.5∼35.0%다. 우리은행도 지난달부터 계열사인 우리파이낸셜의 신용대출상품인 ‘우리모두론’을 전 영업점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이 상품은 신용도에 따라 연 7.39~38.90%의 금리를 적용한다. 신한금융지주도 신한캐피탈의 대출상품 판매를 검토하고 있으며, 기업은행도 기은캐피탈의 소액 신용대출상품을 창구를 방문한 고객에게 소개할 계획이다. 지난달 9일 금융위원회가 은행의 자회사 대출상품 판매 대행을 허용한 이후 은행권의 소액 저신용자 대출상품 판매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후원하는 한국이지론은 1일부터 금리가 30% 이상인 제2금융권 대출을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19.0~29.9%대 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골든브릿지캐피탈, 고려상호저축은행, 씨티파이낸셜코리아 등 3개 금융회사는 연체일수가 20일을 넘지 않고 연봉이 1200만 원 이상이면서 국민연금을 납입한 실적이 있는 대출자 중에 선별해 환승상품을 제공한다. 한국이지론 관계자는 “제2금융권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고객 중에 상위 30% 정도는 자신의 신용도에 비해 높은 금리를 지불하고 있다”며 “신용대출 시장의 경쟁이 촉진될 경우 금리가 낮아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서민 대출시장에 뛰어들기 전까지는 금리인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이런 상품의 금리도 30% 안팎으로 상당히 높은데다 기존의 캐피털이나 대부업체보다 대출심사가 까다로워 저신용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전체 대출시장에서 제2금융권 소액대출 시장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저신용자 대출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리가 낮아지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