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유통업계 하반기 장사 어렵다

백화점·대형마트 성장세 꺾일 듯…소매경기 하락세 3분기도 지속

  •  

cnbnews 제75호 김대희⁄ 2008.07.16 10:18:23

지난 1996년에 우리나라 유통시장이 완전 개방된 이후 국내 소비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국내 유통시장이 완전 개방된 이후 10년 동안 슈퍼마켓 등 소규모 점포의 위상은 추락한 반면, 대형 할인점·편의점·무점포판매 등의 신업태는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6년 대비 대형 마트의 판매액은 960%, 편의점은 210% 늘어났으며, 무점포판매업 역시 통계조사를 시작한 2000년 대비 146% 증가했다. 그러나 슈퍼마켓은 13.4% 감소했고, 기타소매업은 3.8% 증가하여 거의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방의 영향은 유통산업 구조의 변화뿐 아니라 소비자의 구매 패턴에도 영향을 미쳤다. 구매 패턴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저가격·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대형 할인점의 인기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식품구매의 경우, 과거 동네 슈퍼마켓에서 주로 구입하던 식료품을 점차 대형 마트에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1993년 11월 이마트 창동점의 출점으로 시작된 국내 할인점의 가격파괴 열풍은 백화점·슈퍼마켓을 뛰어넘는 소매업태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할인점은 파격적인 판매가격 인하로 기존 소매유통 가격체계를 무너뜨리고 가격결정권을 제조업체에서 유통업체로 이전시켰으며, 소비자에게 새로운 구매 패턴을 제시하는 등 국내유통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며 성장해 왔다. 하지만,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올 하반기에 접어들어서도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모르고 고유가·고물가·고환율 등 ‘3(高)’로 거시경제에 빨간 불이 켜지면서 내수 위축 우려가 커져 유통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처럼 경기침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하반기 소비자들의 심리는 더욱 얼어붙어 슈퍼와 홈쇼핑을 제외한 백화점· 대형마트·편의점·인터넷쇼핑몰 등 유통업계의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됐다. ■ 백화점·대형마트, “경기 위축으로 하반기 부진” 올 초 선전했던 백화점과 대형 마트들이 소비 위축 영향으로 하반기에는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롯데백화점 유통산업연구소는 ‘2008년 하반기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유통업계가 연초 예상했던 신장률 4.5%보다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올 초 어려운 환경에서도 두 자릿수 이상 매출 신장으로 선전했던 백화점업계는 하반기 들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슈퍼와 홈쇼핑 업태는 선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유통산업연구소는 GDP 성장률과 민간소비 모두 상반기 대비 둔화될 것이라며,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에다 하반기에 소비자 심리가 더욱 냉각될 것으로 진단했다. 또,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장기화돼 세계 경제 침체 가능성이 증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57조1,000억 원의 매출액으로 3.6%의 신장율을 보였던 전체 소매유통업은 올 하반기에 물가상승 지속 및 소비심리 위축으로 연초 예상 신장률 4.5%보다 다소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와 신세계·현대 등의 백화점 3사의 경우, 지난해 18조7,000억 원의 매출액으로 전체 소매유통업 중 11.9%의 매출 비중을 차지하면서 3.2%대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고, 명품도 6월 들어 40~50%대의 높은 신장률을 보이고 있으나, 하반기 들어서는 연초 예상 2.6% 신장률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상반기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해외소비 감소와 지난 10년 간 중산층 10% 이상 감소, 물가상승에 따른 고소득층 소비의 위축 때문으로 연구소는 분석했다. 대형 마트는 28조9,000억 원의 매출액으로 18.4%의 매출비중을 차지하며 10.3%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지만, 의류·스포츠·잡화 등 패션 매출의 부진으로 연초 예상 10.4%보다 하회할 것으로 추측했다. 슈퍼는 11조8,000억 원의 매출액으로 7.5%의 매출비중과 4.7%의 매출신장률을 보인 가운데, 소비자들의 계획적인 소량 구매 경향과 유가 인상에 따른 근거리 점포 선호도에 따라 연초 예상 3.1%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3조4,000억 원의 매출액과 2.2%의 매출비중으로 -3.8%의 신장률을 보인 홈쇼핑 업체는 후발 홈쇼핑 업체들의 패션 및 식품 매출 호조를 통해 연초 예상한 -0.6%의 신장률보다 훨씬 높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4조8,000억 원의 매출액과 3.0%의 매출비중으로 11.1% 신장세를 보인 편의점 업태는 상반기 주력상품이 경기에 덜 민감해 매출을 유지했고, 하반기에는 기호품도 가처분소득 감소에 따라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15조8,000억 원의 매출액과 10%대의 매출비중으로 17.1%의 신장률을 보인 인터넷쇼핑몰은 개인정보유출에 따른 신뢰도 타격과 전문몰의 성장 부진이 지속돼 위축될 것으로 진단했다. ■ 3분기에도 소매경기 추락…2분기 연속 기준치 못 미쳐 이에 앞서, 소매경기 하락세가 3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911개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8년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3분기 전망치는 ‘97’로 집계되어 2분기 연속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유가 및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여기에 서민경제 침체에다 촛불시위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등 국내경제 불안요인까지 겹쳐 내수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Retail Business Survey Index)는 기업들의 현장 체감경기를 수치화한 것으로 0~200 사이로 표시되며, 100을 넘으면 다음 분기 경기가 이번 분기에 비해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음을 의미하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업체별로는 편의점(120)·대형마트(112)·슈퍼마켓(109) 등이 기준치를 웃돌았고, 전자상거래(78)·통신판매(61)·방문판매(48) 등 이른바 안방매출과 백화점(93)은 100을 밑돌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자상거래는 2005년 1/4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방문판매(48)는 2005년 1/4분기(87)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조사업태 중 가장 낮은 전망치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방문판매법 개정안(피라미드 판매 금지 규정에 방문판매원을 포함시키는 것을 내용으로 함)이 해당 업계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반해, 대형 마트(90→112)·수퍼마켓(95→109)은 기준치를 상회하며 전 분기 대비 상승세로 돌아섰다. 대형 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물가상승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할인행사’가 고객을 몰고 올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생필품 중심의 가공식품 가격 상승이 식품 부문 매출 상승을 유도할 것이라는 단기적인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슈퍼마켓 업계는 최근 유가 상승으로 인해 차로 이동하는 대형 마트보다 걸어다니는 동네 슈퍼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어 경기를 낙관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3/4분기에 예상되는 경영애로 요인으로 소비심리 위축(35.6%), 상품가격 상승(20.6%), 경쟁격화(14.4%)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이 외에, 인건비 부담(9.8%), 유통마진 하락(6.4%), 인력부족(4.9%), 기타(4.8%), 자금부족(3.5%) 등의 순을 보였다. ■ 소비자 심리 냉각 전망…유통업계 ‘공짜 휴가·생계형 마케팅’ 붐 치솟는 물가에다 소비심리가 위축돼 소매경기 여건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4.1%, 생산자물가는 9.7% 뛰었고, 수입물가와 원재료물가는 각각 31.3%와 56%씩 치솟았다. 가파른 물가상승률에 실질소득이 크게 낮아져 가계에 주름이 깊어졌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인 이상 전국 가구의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41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물가가 급등해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1.2%에 그쳐 전년 동기(4.0%)에 비해 크게 후퇴했다. 이 같은 소매경기 여건 부진과 경기침체에 유통업계의 ‘공짜 휴가’ 마케팅과 생활필수품이나 현금을 주는 ‘생계형’ 마케팅이 붐을 이루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편의점 GS25는 1일부터 1,000명에게 캐리비안베이 이용권을 증정하는 행사를 시작한 가운데, 1주일 간 응모 건수가 다른 행사의 평균치보다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경환 GS25 마케팅팀장은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알뜰한 휴가를 즐기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어 고객들이 ‘휴가 마케팅’에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위축된 소비 심리를 반영, 현금을 지급하거나 생필품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등의 생계형 이벤트도 부쩍 늘었다. 롯데닷컴은 7월 28일까지 ‘고유가시대! 이런 경품을 챙겨야 진짜 고수’란 행사를 통해 가구·침구·악기를 구입한 고객에게 구매금액별로 세탁세제, 액체세제, 물먹는 하마 등 생필품을 선착순으로 증정한다. 옥션이 라네즈·엔프라니 등 7개 브랜드 20여 개 샘플을 무료 증정하는 ‘파우치데이 행사’에는 지난해 행사 때보다 3배 이상 늘어난 하루 평균 1만여 명의 고객이 응모하고 있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