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대 대선을 앞둔 2002년 6월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고전 중이었다. 특히, 통일민주당 시절 YS에게서 받았다는 ‘김영삼 시계’를 차고 있었던 게 결정타였다. 그 때문에 ‘참신한 정치인 노무현’에게 기대를 걸던 진보 성향의 20~30대 유권자들이 빠르게 등을 돌렸다. 이때 노 후보를 구한 게 ‘효순·미선 사건’이다. 그해 6월 여중생 두 명이 주한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참사였다. 이 사건이 난 뒤 한국 정부가 보여준 소극적 태도와 미군의 뒤늦은 사과에 분노한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몰려들었다. 촛불집회는 진보세력의 결집의 장이 됐고, 이곳에서 형성된 지지세를 등에 업고 노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단지 ‘자국민 생명 보호’라는 이슈의 덕을 크게 본 셈이다. ■ 3·1 운동의 횃불로 승화해야 이명박 대통령도 지금 연쇄 폭탄세례를 맞고 있다. 쇠고기 파동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독도 파동이 자국민 안전과 관련된 사안들이다. 그러나 위기는 다시 기회로 돌아온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촛불이여 안녕처럼’…이 대통령도 6년 전 노무현 후보가 누렸던 그 시절의 국민 결집을 다시 재연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제 2의 3.1운동’을 재현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조건 감정적으로 대할 경우 우리는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 지금 일본은 ‘독도’를 놓고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즉, 우리가 일본에 대해 뭐라고 해도 무시하겠다는 태도이다. 그래서 되로 받고 말로 주는 실효지배를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도 독도 문제와 관련 “나는 한일 국교 정상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감옥까지 갔던 6.3세대지만 우리가 일시적으로 흥분해 강경대응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외교안보 분야 원로 전문가 모임인 서울포럼 회원 20여 명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치밀하게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민간 차원의 내실 있는 독도 지킴이 운동도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가수 겸 독도 명예군수인 정광태 씨는 독도 지키기에 국민들의 동참을 바랐다. 정 씨는 1982년 ‘독도는 우리 땅’을 발표한 뒤 지난 26년 간 독도 지킴이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왔다. 그는 14일 오후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임을 알리는 성명서를 낭독하기 위해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과 함께 독도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 되로 받고 말로 줘야 기부천사로 알려진 가수 김장훈 씨는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씨와 함께 미국 유력 언론인 뉴욕타임즈에 독도와 동해를 알리는 전면 광고를 실어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유명 포털사이트를 통해 ‘뉴욕타임즈에 실린 동해와 독도 광고, 국민이 후원해요’라는 제목으로 네티즌들의 광고비 모금 운동이 벌어져 하루 만에 3000만 원을 모으기도 했다. 이 모금액은 서 씨에게 전달, 가을에 예정돼 있는 뉴욕타임즈 고구려·발해 광고비에 보태진다. 또, 여름 휴가철을 맞아 독도를 직접 찾겠다는 사람들도 며칠 새 부쩍 늘었다. 여행업계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올 여름 휴가 때 독도 여행을 문의하는 전화가 최근 2~3일 사이 2배 이상 폭증했다. 이미 이번 주말 울릉도~독도 여객선은 예약이 끝났고, 최대 성수기인 다음주에도 예약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이 미국 의회 도서관의 독도 표기를 ‘리앙크루 암초(Liancourt Rocks)’로 변경하는 로비를 전개하는 가운데 재미 한인들의 풀뿌리 운동이 ‘독도 수호’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의 김동석 소장은 “일본이 미 의회 도서관의 ‘독도’ 명칭을 변경하려는 속셈은 분명히 의도된 치밀한 전략에 따라 살금살금 추진된 일”이라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일본의 움직임이 포착되자마자 공화당의 로스 레트넨 의원과 민주당의 개리 애커맨 의원 등 영향력 있는 의원들을 접촉해 협조를 당부했다”면서 “우선 급한 불은 껐지만 불씨가 아주 뜨겁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명칭 변경 전략은 독도 영유권 주장에 앞서 분쟁 지역이라는 것을 국제적으로 알리기 위한 사전단계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미 의회 도서관은 여타 기관과 학교 등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파급 효과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