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인터넷 미디어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7월 22일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해 명예훼손 글과 악성 댓글 등에 대한 처벌과 함께 익명성을 없애는 본인 확인제 확대 실시 방침을 밝혔다. 이어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사이버 모욕죄’의 신설까지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쇠고기 정국과 촛불 민심을 주도한 인터넷 여론을 응징하고, 앞으로는 아예 싹을 잘라내겠다는 속셈으로 읽힌다. ■ 인터넷 종합대책, 사실상 인터넷 실명제 도입 방통위는 현재 하루 인터넷 접속건수가 20만 건(인터넷 언론), 30만 건(포털, 손수제작물 사이트) 이상인 사이트에 대해서만 실시되는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올해 말부터 엔터테인먼트에서부터 게임 사이트 등까지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방통위는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하루 10만 건 이상 접속하는 모든 사업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웬만한 사이트는 모두 적용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최근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하는 유해정보 유포, 개인정보 유출, 공공기관 해킹 등 정보화의 역기능으로 사회 혼란과 국민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법무부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이하 정통망법)에 명예훼손 조항이 있으나 모욕죄에 대한 규정이 없는 만큼 ‘사이버 모욕죄’ 신설 검토를 방송통신위원회 등 소관부처에 건의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여성 시위자가 전경에게 목을 졸렸다는 루머 등 촛불집회 과정에서 빚어진 일들을 제시하며 “사이버 공간에서 불법과 무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포털의 사회적 책임 강조 현 정부의 입장에서는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계기로 촉발된 일련의 반(反)정부 불법 폭력시위 등의 과정에서 인터넷의 유해정보 확산 등 역기능이 두드러진데 따포털 사이트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막라 이 같은 조치를 구상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나 다음(Daum)·네이트 등 대한 만큼 합당한 책임도 짊어져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네티즌의 관심을 끌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벌이는 무책임한 태도가 허용돼선 안 된다는 논리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인터넷 관련 전문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좌파정권 아래에서 사세(社勢)를 키우면서 자주 ‘오버’하던 포털업계가 본격적인 부메랑을 맞고 있다”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 방통위에서 주장하는 새 포털 정책의 목적은 인터넷 역기능을 방지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들의 사회적 책임을 크게 강화했다는 점이다. 건전한 인터넷 이용질서 확립의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내놓은 ‘사이버 모욕죄’의 경우는 모욕죄가 현행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한 만큼 사이버 시대에 맞게 현행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게 현 정부의 판단이다. 이번 종합대책이 부과하려는 의무는 대부분 대형 포털이 자초한 것이고, 외국과 달리 이용자에 대한 영향력이 지대한 포털은 산업 생태계 및 사회에 대한 무거운 책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촛불에 데인 정부, 촛불 미연방지 자구책 이 같은 인터넷 종합대책이 제시된 배경은 쇠고기 정국과 같은 정치적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다음 아고라로 대표되는 인터넷 여론에 대한 일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시각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전한 인터넷 이용질서 확립을 위해서’라며 제한적 본인확인제 확대, 명예훼손 글 삭제요청 불응시 포털 사업자 처벌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함은 물론, 촛불정국에서 온라인 여론의 ‘힘’을 실감한 정부가 이를 관리·통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대책은 정보유통업체로서 중립성을 강조하는 네이버보다는 미디어를 지향하며 사이버 공론장인 아고라를 운영하는 다음 쪽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게시글에 대한 명예훼손을 당사자의 요청만 있어도 블라인드 처리하고 불이행시 포털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둔 것은 아고라와 같은 난상토론의 관리자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명예훼손 가능성으로 댓글 삭제 요청을 받은 포털이 이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특정인 또는 특정세력이 자신에게 불리한 게시글을 차단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악성 댓글의 피해자 보호도 필요하지만, 명예훼손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더 고려할 여지를 남긴다. 한 포털업계 관계자는 “처벌을 피하려면 지금보다 모니터링 인력을 더 늘려야 하는데,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고, 또 매일 수만 건씩 올라오는 게시물을 일일이 확인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가 인터넷 대책을 마련한 이면에는 정치적 고려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성향의 언론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 강행 당시 인터넷을 통해 사회적 공론이 활성화되면서 정권이 큰 타격을 입은 점을 주목하고, 그 온상을 제거하겠다는 발상이 깔렸다고 분석했다. “앞으로는 사이버 공간을 통해 정부를 공격하는 누리꾼들을 방치하지 않고 아예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포석인 셈”이라는 지적이다. ■ 다음 한메일 서비스 오류에 ‘안전불감증’ 지적 7월 22일 다음의 한메일 서비스 로그인 오류로 최대 55만 이용자들의 개인정보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인터넷 규제에 대한 당위성을 더 높여주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오후 3시 10분부터 50여 분 동안 다음에 로그인을 하면 타인의 메일 계정이 보이는 오류상황이 발생했다. 다음 측은 오후 4시경 한메일 서버를 차단해 이용자 접속을 막고, 오후 5시경이 돼서야 시스템을 복구하고 한메일 서비스를 재개했다. 이에 각종 보수 언론에서는 ‘다음’의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태라고 해석했다. “다음 한메일 서비스의 보안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사건의 재발 가능성이 높다”면서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의 심각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다음이 “네트워크가 약간 불안정해 접속이 원활하지 않다”는 공지만을 띄우고 정확한 상황을 알리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이용자 문의가 폭주하고 고객센터가 마비되는 등 후속 대응에 미흡한 모습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 정·언·민 ‘방송장악 저지 범국민행동’ 출범 민주당·민주노동당 등 야당과 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방송인총연합회·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대거 참여한 ‘방송장악과 네티즌 탄압 저지 범국민행동’이 7월 24일 출범했다. 한국방송인총연합회와 언론개혁시민연대는 7월 22일 오후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이명박 정부의 노골적인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맞서기 위해 범국민 연대기구를 결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YTN 구본홍 사장 선임 강행에 이어 KBS·MBC에 대한 탄압과 장악 시도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범국민 연대기구는 이런 정권의 탄압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이 결집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