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공사 퇴직 간부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로부터 압수수색까지 받고 있다. 이미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부당한 자금 운용 및 부당계약·뇌물수수 등 여러 비위 사실이 적발돼 왔지만 이 같은 행태가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수사과는 7월 25일 오전 성남 분당에 있는 대한주택공사 본사 택지설계단과 택지개발처·도시기반처 등 3개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2005년 회사를 그만둔 전 주공 서울본부장 권모 씨(61)가 퇴사한 뒤에 입사한 민간 토목설계회사가 지난 3년 간 수백억 원에 이르는 주공의 설계용역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공여한 혐의가 포착돼 압수수색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 경찰 측의 설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권 씨가 입사한 토목설계회사는 주공으로부터 수주가 거의 없었지만, 권 씨 입사 이후 20여 건이 넘는 대규모 설계용역을 따냈다. 이와 함께 주공 판교사업단 김 모 전문위원도 주공 화성 태안사업단장으로 근무하던 2005년 1월 화성 태안~수원 영통 우회도로 설계변경 편의를 제공하고 H개발 김 소장으로부터 8000만 원을 받는 등 그해 11월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2억7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19일 경찰에 구속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국회의원의 관광성 해외여행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100명 가량의 직원들이 국내출장을 간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주공은 지난해 1월 16∼24일에 5216만 원을 들여 국회 모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 1명을 수행해 터키·이집트·두바이 등을 돌아보는 관광성 출장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해외여행 사실을 숨기기 위해 직원 99명이 국내출장을 한 것처럼 꾸몄다. 당초 그리스 도시계획공사 등 4개 기관을 방문하는 출장계획이었지만, 실제 출장에서는 2개 기관만 방문하고 고대 유적지를 관광하거나 골프를 친 것으로 나타났다. 택지개발사업에서 폭리를 취한 점도 적발됐다. 주공은 경기도 양주덕정1지구의 택지개발사업 과정에서 실제 부담하지 않은 도시기반시설분담금을 택지조성원가에 포함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355억 원의 폭리를 취한 사실이 지난달 드러났다. 1999년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공공임대 아파트의 택지조성원가에 도시기반시설분담금 550억7400만 원을 포함시켰지만, 준공된 2002년 6월까지 철도분담금·시도 6호선 분담금 등 총 355억1074만 원이 집행되지 않자 2005년에 이를 공사의 기타수익으로 돌린 것이다. 심지어 직원이 자신의 친족이 운영하는 유령회사와 4차례나 부당한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주공 3급 직원이 발코니 난간 제조와 관련한 사업을 업종상 관련이 없음에도 자신의 5촌 당숙의 회사에 계약시켜준 것이다. 또,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이 회사가 주공과 3차례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주공 측에 허위 임대차계약서 및 공장 사진을 입찰서류로 제출하는 것도 눈감아줬다. 이로 인해 주공은 2005∼2007년 사이에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무자격 업체와 총 4차례에 걸쳐 계약을 체결했다. 이 밖에도, 2004년에는 주공 직원들이 용인 동백지구 택지개발공사에 참여한 건설업체로부터 수천만 원의 뇌물을 챙기면서 도박판까지 벌이다 국무총리실 기동감찰반에 적발되기도 했다.
■ 마사회 돈 미친소 집회 방지 사용… 마사회 공공의 적? 미국산 쇠고기 수입 집회가 장마 속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행심을 조장하고 있다는 여론의 지탄을 받는 마사회에서 모은 기금이 촛불집회를 막는 전경의 노고를 치하하는 자금으로 사용돼 물의를 빚고 있다. 마사회 기금 유용의 발단은 농림식품부에서 시작된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촛불집회 진압에 동원된 광주·전남지역 전경을 비롯해 전국 전·의경들에게 냉동 닭과 전복을 보낸 것으로 밝혀져 도마 위에 올랐다. 7월 23일 농식품부 등에 따르면, 7월 14일 광주청과 전남청에 ‘농림수산식품부’ 명의로 냉동 닭 5만 마리와 전복 7만5000미를 보냈다. 이는 2억 원에 해당되는 것으로, 마사회 특별적립금 중 농축산물소비촉진사업에 할당된 예산으로 출자해 집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주무부처인 농식품부가 촛불집회 진압으로 곤욕을 치른 전경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보낸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일었다. 촛불 집회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전국 전경이 총동원됐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전경들을 위로하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욱이 쇠고기 파문의 책임자로 지목됐던 정운천 장관의 교체시기에서 농식품부의 이 같은 행보는 ‘정 장관이 전경들에게 주고 가는 마지막 선물’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이러한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데는 예산의 성격이 한우 시식회와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7월 25일 시행된 한우 시식회는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의 예산으로 집행되는 돈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조금이란 자발성을 기초로 법에 규정해 특정목적에 사용하는 기금으로, 한우농가들이 농가번영을 위해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제도적 기금이다. 이는 2005년 5월부터 시행됐으며, 1두당 2만 원씩 거출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한양계협회에서도 임의 자조금과 소비촉진 자조금이 형성돼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에서 밝힌 정 장관의 닭과 전복 소비촉진에 들어간 비용은 마사회의 특별적립금을 출자해 집행됐다. 양계농가나 어촌과는 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마사회에서 닭고기와 전복의 소비촉진 사업을 위해 적립금을 내놓은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첫 급여를 반납하여 어려운 가정을 돕고 있는 가운데, 한때 민주투사였던 이우재 한국마사회회장이 근무수당을 속여 직원들에게 수백억 원을 지급, 이명박 정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역주행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마사회는 직원들의 초과근무 여부에 관계없이 ‘시간외 근무수당’을 편성해 이를 기본급에 편입하는 방법으로 2002년부터 2008년 2월까지 총 234억 원의 인건비를 부당 지급했다. 마사회는 직원들의 실제 초과근무 시간에 따라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급해야 함에도 2001년부터 월별 20시간분(직급별 35만8000원~18만3000원)의 시간외 근무수당을 기본급으로 일괄 전환해, 초과근무 여부에 관계없이 부당 지급했다. 마사회는 2004년 11월부터는 해당 기본급 포함분과 별개로 시간외 근무수당 항목을 예산에 재편성해 또 다시 근무실적과 상관없이 정액(직급별 14만8000원~9만 원) 지급하다가, 2006년 12월에 이를 기본급에 편입해 인건비를 편법 인상했다. 한편, 온라인 경마로 연간 5조 원을 벌어들인 마사회의 수익이 도박으로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 도로공사 “나라 땅으로 장난 쳐”… 성매매 황제여행도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이 국유지 임대·매각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르고, 해외 성매매 여행까지 제공받는 등의 비리가 검찰에 적발됐다. 도로공사 인천지사 전 부지사장인 배모 씨는 2006년 4∼6월 중 부천아이씨단지 전 대표인 안모 씨로부터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부천시 오정구 소재 국유지 5078㎡의 임대·매각 청탁을 받고 3500만 원을 수수한 비리가 적발됐다.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국유지 매각은 도로공사에 위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는 매각 업무 관련 절차 규정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공사 발주 등을 조건으로 해외 성매매 여행까지 제공받은 사례도 적발됐다. 전 경남지부 고객팀 과장인 4급 직원 구모 씨는 2005년 12월부터 2006년 2월까지 무면허 공사업자에게 1억 원 상당의 철거 및 폐기물 공사 6건을 임의로 발주해준 뒤 현금 300만 원을 받고 일행 3명이 총 1080만 원 상당의 돈이 드는 태국 호화여행을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 씨는 평소 업자로부터 수백만 원 상당의 술이나 골프 접대를 수시로 받아오면서 이같이 공사를 발주해줬으며, 제공받은 태국 호화여행은 1인당 300여만 원 상당의 속칭 ‘황제여행’으로 성매매도 포함돼 있었다. 이와 함께, 전 도로공사 홍보실장 및 전 경남지부 관리처장이었던 1급 직원 이모씨도 2004년 12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건설업자에게 도로공사 11건을 수의계약으로 발주해주는 대가로 6회에 걸쳐 1000만 원을 수수하고, 지난해 11월에는 도로 포장재 아스콘 납품업자로부터 각종 업무편의를 제공해주고 3000만 원을 수수해 적발됐다. ■ 석탄공사, 부실기업에 특혜지원… 1600억원 주물럭 도로공사는 인사 청탁에 연루된 사례도 있었다. 인사 청탁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16일 불구속 기소된 장영달 전 국회의원의 경우, 2004년 11월 한국도로공사 과장 승진과 관련한 부탁을 받고 700만 원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나 적발됐다.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건설사에 거액의 특혜성 자금을 무담보로 지원해주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대한석유공사 간부 1명이 구소 기소됐다. 또 관련자 2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 회사 관리총괄팀장 김모 씨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관리본부장 김모 씨와 재무팀장 양모 씨는 각각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팀장 등은 석탄공사가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M건설사에 담보도 없이 1600억 원대 특혜성 자금을 지원해주는 등 비정상적 투자를 하도록 주도한 혐의(업무상 배임)를 받고 있다. 또, 김 본부장은 M건설사에 1120억 원을 부당 지원한 혐의(업무상 배임)를 받고 있다. 검찰은 석탄공사 규정상 100억 원 이상의 자금 관리는 김 팀장, 100억 원 이하의 자금 관리는 양 팀장이 전결하도록 돼 있어 이들이 M건설사 특혜지원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다만 김 본부장은 자금 운영을 보고받은 지난해 7월 4일 이후 자금 지원 부분에 대해서만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앞서 감사원은 석탄공사가 시설투자 차입금 418억 원을 사용용도 변경 보고 없이 지난해 4월 1차 부도가 난 M건설사의 기업어음을 매입하는데 사용하고 1000억 원대 자금을 저리로 부당 지원한 사실을 적발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었다. ■ 증권예탁결제원, 입사 조작은 당연… 위·변조도 기본 공기업의 신입 사원 채용 관련 인사가 아직도 투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인사 투명성 제고를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증권예탁결제원이 직원 신규채용 과정에서 채점표상의 점수를 조작, 위·변조해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순위를 바꾸고 이것을 감추기 위해 채점표 및 면접평가표 등 각종 서류까지 위·변조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김모 경영지원본부장과 정모 경영지원부장, 서모 인사팀장 등 5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공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우선 인사·재무 등 경영투명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이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석유공사, 해외사업 예산 눈먼 돈… 51억원 손실 석유공사 과장 신모 씨 등 전·현직 임직원 4명은 해외 유전개발 사업 관련 예산 횡령·배임 및 대출금 편취 등의 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신 씨는 지난 2005년과 2006년 아프리카 베냉 등지의 유전개발 사업과 관련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회사 돈을 임의로 사용해 회사에 51억여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다. 이에 앞서 검찰은 이 회사 전 해외개발본부장 김모 씨도 신 씨와 같은 혐의로 구속하는 등 지금까지 총 4명의 전·현직 직원을 구속 기소했다. ■ 한국기계연구원, 연구비는 유흥비… 6년 동안 22억원 횡령 한국기계연구원의 전·현직 연구원들이 지난 2002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6년 간 22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창원지검은 한국기계연구원의 그룹장들 6명이 지난 2002년 5월부터 올해까지 과학 기자재상으로부터 물품을 구매하는 것처럼 허위 요청서를 제출하는 수법으로 22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포착하고 지난 11일 3명은 구속, 나머지 3명은 불구속 조치했다. 특히, 구속된 책임연구원 중 1명은 연구비 명목으로 9억4000여만 원을 편취했으며, 이 중 2억여 원을 유흥업소의 술값으로 사용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