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에 처음 도입돼 그 동안 꾸준한 개선 작업이 이뤄져 오던 ‘중소기업 전용 R&D 지원제도’가 한 번에 확 바뀔 전망이다. 이번처럼 크게 손질되기는 12년 만에 처음이다. 최근 중소기업청은 과제 발굴에서부터 기술개발, 사업화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시장의 가치를 반영해 중소기업의 R&D 성과를 한층 제고하기 위한 ‘중소기업 R&D 시장밀착형 체질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올해 중에 기술개발 지원방식을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표된 방안은 물가·환율 등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증대에 따라 R&D를 비롯한 투자축소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투자를 통해 경제활력 회복에 일조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방향으로 추진된다. 우선, 고유가 등의 외부충격에 노출된 창업·일자리·에너지 등의 현안 문제에 대해 R&D 투자 측면에서 즉시 시행이 필요한 실행방안을 마련하여 적시에 대응하면서, 그 동안 중소기업 R&D에 제기된 ‘목표성 부족’, ‘단순개발보조’라는 일각의 비판과 우려를 불식시키고, 중소기업 기술개발 활동의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도 함께 강구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홍석우 중기청장은 “10여 년 만에 중소기업 R&D 체계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즉시 3,000개사 전부에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내년부터 개편안을 조금씩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일자리·에너지난 해소… 중기 R&D 근본체질 강화 기술혁신개발사업의 하반기 지원용 비축자금(300억 원 내외) 전액을 3년 내 기술창업기업 및 에너지 절감 기술개발에 긴급 투입하고,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여 3/4분기 이내에 신규 R&D 투자가 착수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한시적으로 R&D 인건비 특별조치를 마련, 이번 사업에서는 연구인력을 신규채용하는 경우 인건비 계상 한도 내에서 전액 정부가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방안은 국가R&D예산(10조8,423억 원)의 4% 규모를 차지하는 중기청의 중소기업 전용 R&D(4,300억 원) 중 3,000억 원에 이르는 ‘중소기업 주관 제품개발 R&D’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선별 대상은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과제만을 체계적으로 선별하여, 최종 제품화 단계까지 제대로 지원해 기술적 성과가 사업적 성공으로 이어지는 비율을 끌어올리고, 획기적인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민간 주도의 보다 자율적이고 편리한 R&D 환경을 조성하면서, 투명성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시장이 원하는 R&D 지원으로 사업화 성과를 제고한다. 중기청은 궁극적으로 기술을 통해 구현하게 될 제품의 특성에 따라 표준형과 비표준형 개발로 구분하고 차별화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사전에 규격·기능·인터페이스 등이 정해진 표준형 부품의 경우, 독자 설계·개발이 가능하므로 ‘단독개발’ 형태로 지원하지만, 기능 및 인터페이스가 기업 또는 제품마다 다르게 규정되어 특정 수요기업 또는 여러 부품기업이 동시에 설계·합의를 해야 상용화가 가능한 비표준형 부품은 ‘공동개발’ 형태로 지원된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기술 자체만 보고 비표준형 제품의 경우에도 단독형 기술개발을 추진했기 때문에 사업화로 이어지는 성과가 저해되었다고 보고, 향후에는 제품까지 확인하여 공동 개발이 꼭 필요한지를 판단해 협동형으로 지원하며, 이러한 과제는 단독개발 형태로는 지원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사업화타당성평가 과정을 R&D 기획단계로 전면 개편하여, 철저한 평가를 통해 제대로 된 기술을 고르고 우수한 과제는 R&D 단계로 바로 연계하는 SBIR식 지원방식이 전면 도입된다. 사업화평가를 거친 과제는 R&D 자금을 SBIR과 동일한 수준(7억5,000만 원)까지 지원하는 등 과감한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장기적으로 중기청 R&D의 50% 이상을 사업화평가부터 시작하도록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협동조합 등의 단체·벤처캐피탈·대기업 등이 참여하여 연중 상시적으로 사업성 높은 과제를 체계적으로 발굴한다. 지금까지는 두 달 이내의 단기 설문조사 방식에 의해 기술 수요조사가 이루어졌으나, 앞으로는 49개 기술 분야별로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100여 개 ‘과제발굴 연구회’를 조직화해 중소기업형 유망품목을 발굴하고 제품지도를 작성해 나갈 계획이다. 기술개발이 성공적으로 끝난 과제는 사업화까지 후속 지원을 계속해 명실상부한 완성형 상용개발 일괄 지원체제를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기술개발을 완료한 과제가 미처 제품화되지 못한 채 사장되는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화 단계 중 금형·목형 제작, 성능 실험·개선 등 R&D 성격이 강한 제품개발 과정에 대한 지원도 추가하기로 했다. 이러한 대책을 통해, 중소기업이 주관이 되어 단기 상용화를 목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중기청 고유의 제품 개발형 R&D 특성을 더욱 차별화함으로써, 사업화 초기의 성장병목을 해소하여 판매단계 진입기준 사업화 성공률을 현재의 41% 수준에서 향후 5년 이내에 50% 후반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 중기청의 목표다. ■ 현금에서 포인트 지급방식 변환… 투명한 R&D 지원체제 구축 그 동안 현금으로 지급하던 정부 출연금을 포인트 지급방식으로 바꾸고, R&D 지원의 전 과정을 온라인에서 처리하여 편리성과 투명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포인트 지급제도’는 실제 현금은 수탁은행에 예치되고 기업은 동일한 액수의 포인트를 지급받아 사용하는 방식이다. 기존과 동일하게 카드 또는 온라인 금융 방식으로 집행해 사용자 입장에서는 차이가 없으면서도, 현금 지급에 따라 발생되었던 문제들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비목별로 포인트가 지급되고 실시간 거래내용이 입력되므로, 목적 외의 부당한 현금인출이 불가능하다. 또한, 관리기관이 개별 기업의 연구비 사용내역을 언제나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어 자금유용 등이 우려되는 거래는 즉시 발견·조사가 가능하며, 시정조치도 포인트 환수로 간편하게 이루어지게 된다. 또한, 포인트제와 연동해 올해 말까지 ‘R&D 전자통합관리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중소기업은 실시간 정산 및 온라인에서의 즉시 전용·승인이 가능해져 그 동안 고질적으로 지적되던 정산·전용 불편 문제가 해소될 전망이다. 중기청은 투명성이 증대된 만큼, 비목별 자체전용 허용범위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참여절차도 대폭 간소화되어 R&D 이용의 편의성도 증대된다. 과제 유형도 사전기획·수요조사를 거치는 ‘선도과제’와 자유응모형 ‘실용과제’로 단순 이원화하고, 사업마다 들쑥날쑥이었던 지원기준도 통일하기로 했다. 현재 사업별로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는 규정도 1개의 통합지침으로 정비해, 접근성은 제고하고 혼란은 최소화할 방침이다. 신청절차도 온라인으로 10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하고, 전자협약 전면 도입에 따라 협약기간도 30일에서 15일로 단축되어 기술개발 본연의 활동 이외의 부담은 대폭 줄어들게 된다. 오기웅 중기청 기술개발과장은 “올 연말까지 긴급 대책을 통해 현안에 대한 보완 노력에 최선을 다하면서, 근본적인 체질 강화를 위한 정책개편 작업도 속도감 있게 병행 추진해, 올해 안에 모든 준비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본격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투자가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성과 부문에서는 선진국과 큰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R&D 투자가 기술무역수지와 경제활동인구 1,000명당 연구원 수 등 종합평가에서 선진국에 비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 중 논문발표 수를 보면 2000년부터 5년 간 조금씩 개선됐지만, 미국의 10% 수준에도 못 미쳤고, 일본과 중국에 비해서도 저조했다. ■ 개별 중소기업도 ‘R&D 로드맵’ 짠다 중소기업청은 올해 개별기업의 R&D 기획 지원사업으로 (주)이넥트론 등 30개 업체를 선정하고 수요자 니즈 분석, 제품·요소기술 도출 등을 통해 R&D 기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개별기업의 R&D 기획 지원사업은 외부 전문가가 개별기업의 R&D 역량을 진단해 R&D 기획 수립을 지원하는 향후 5년 간 기업차원의 R&D 로드맵으로서, R&D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사업화 성공률을 제고하고 중소기업의 R&D 기획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올해부터 시범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중소기업이 기술개발 단계에서 과제기획 단계에 가장 큰 애로를 겪고 있으나 기존의 기술 로드맵은 개별기업이 활용하기에 곤란해 개별기업 차원에서 R&D 기획 수립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 시행하게 됐다. 또한, 중소기업은 기술개발시 시장전망 분석, 기술발전 예측 등의 정보분석과 R&D 기획을 위한 전문인력 부족으로 급변하는 기술환경·경쟁기술·시장예측 등의 다양한 정보 제공과 R&D 기획 수립 자문이 필요하다는 데도 의의가 있다. 이와 관련, 중기연구원의 지난해 R&D 애로실태 조사에 따르면, 기획단계가 23.6%로 가장 많았으며, 개발단계(21.7%), 기관협력단계(17.5%), 완료단계(3.4%) 등으로 나타났다. 올해 개별기업의 R&D 기획 지원사업은 7억5,000만 원의 예산으로 30개 업체에 과제당 사업비의 75% 이내에서 3,000만 원까지 지원하고, 지원업체는 사업비의 25%를 부담하게 되며, 약 5~6개월의 기간 동안 외부 전문가들과 기업의 R&D 책임자가 한 팀을 구성하여 R&D 기획을 수립하게 된다. 중기청은 이번 사업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30개 업체 지원에 609개 업체가 신청해 20: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내고 있어 R&D 기획 부문에 대한 R&D 수행업체들의 폭발적인 관심과 애로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내년 사업부터는 이 부분의 예산을 대폭 확대해 중소기업의 R&D 효율과 사업화를 극대화하고 기술개발 자생력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기획부문의 정책개발 지원에 노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