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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 외환은행 인수 시나리오

인수가격, 1심 재판 결과 최대변수… 국민·하나은행 반전기회도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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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9호 성승제⁄ 2008.08.12 16:34:48

“외환은행 노조와 직원 80~90%가 원하는데 결국 우리들이 원하는 대로 가지 않겠습니까? 법적 공방과 세금·먹튀(먹고 도망간다) 논란은 여전히 남았지만, 현 시점에서는 HSBC은행이 인수할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외환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외환은행 매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론스타가 HSBC은행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려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며 “아직은 시기가 적절하지 못해 대외적으로 나서지 않았을 뿐 내막을 알면 좀 더 이해하고 수긍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와 영국계 HSBC은행 사이에 어떤 일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어떤 부분을 오해했을까? 또, 국내 최고의 외환보유 능력을 가지고 있는 외환은행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 핵심과 시나리오를 알아봤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와 HSBC 간의 외환은행 매각계약 재연장 발표가 늦춰지고 있다. 계약 만료일인 지난달 31일이 지나면 곧장 양측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양측은 그러나 인수가격 재조정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인수계약 당시보다 주가가 하락한 탓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심사에 착수함에 따라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가능성이 일단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사건 1심 재판이 끝나는 오는 10월쯤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워 놓은 상태다. 현재로선 돌발 변수가 없는 한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우여곡절이 예상된다.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싸고 정부당국, HSBC, 론스타 사이에서 명분과 실리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외환은행 인수전 참여가 좌절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HSBC와 론스타 간 가격 재협상, 1심 재판 결과 등의 변수를 지켜보며 반전의 기회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장 강력한 변수는 인수 가격이다. 양측은 작년 9월 주당 1만8045원에 외환은행 매각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180도 변했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으로 외환은행 주가가 25일 현재 1만3350원까지 떨어졌다. 앞으로의 상황도 불투명하다. HSBC 입장에서는 1년 전 인수대금 그대로 계약을 재연장하기에는 손해 보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최근 인터넷판 신문에서 “HSBC가 론스타와 계약을 연장하면서 가격에 대해 재협상을 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경영진은 계약 연장을 원하지만 결정권을 쥔 이사회가 부정적이어서 섣불리 재연장을 점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HSBC는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할 경우 단번에 한국에서 6대 시중은행으로 올라설 수 있다. 하지만, 가격 재협상에 실패할 경우 외환은행은 HSBC에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 론스타 “1년 전 계약대로 한국시장 빠져나가자” 외환은행의 주인인 론스타의 입장은 1년 전 HSBC와 맺은 계약대로 실행돼 가능한 한 빨리 한국시장에서 빠져나가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HSBC 측에서 인수 가격을 깎겠다고 달려들면 상당히 곤혹스럽게 된다. 론스타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 회수 압박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을 파기할 경우 새로운 매각 대상자를 물색해야 하고, 더욱이 하반기 금융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HSBC보다 나은 조건으로 팔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권 관계자는 “론스타가 계약을 파기하고 블록세일(대량매매)을 통해 지분을 팔고 나갈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의 주가보다도 낮은 수준에서 팔아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론스타 입장에서는 HSBC가 요구할 경우 어느 정도 가격을 깎아주면서 HSBC의 발을 묶어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HSBC와 론스타가 계약 재연장 과정에서 가격 때문에 판이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 시중은행들도 상황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은행은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고,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취약한 기업금융 부문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인 해외 진출을 위한 전략적 M&A 대상으로서 외환은행의 매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잠재적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어 온 하나금융지주 역시 “끝까지 가봐야 안다”는 입장이다. ■ 외환은행 직원들 “빨리 마무리되었으면…” 그렇다면, 현재 은행에 몸담고 있는 외환은행 직원들의 입장은 어떨까? 한마디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상당히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하지만 HSBC은행이건, 국민은행이건, 하루 빨리 계약이 처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우리(외환은행) 직원들은 대부분 HSBC은행에 매각되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과 론스타, HSBC은행 간에 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론스타의 먹튀·세금 논란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따져들었다. 그는 “외환위기를 겪는 시기에 외환은행을 매입할 투자사를 찾기 힘들었다”며 “당시 론스타가 정부에 공문으로 매입을 희망한다는 의견을 보낼 때 정부는 급한 불부터 끄자는 심정으로 조속히 협상에 타결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당시 거의 부도에 가까운 많은 국내기업들이 우리 자금으로 살아났다”며 “단순히 당시의 매각 가격과 현재 높아진 매각 가격만 비교할 게 아니라, 외환위기 때 외환은행 덕분에 기사회생한 기업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환은행 되찾기 범국민운동본부’와 ‘민주사법국민연대회의’는 “론스타 펀드의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 문제가 지난해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논란이 되자 당시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가 론스타 측에 대주주 적격성 관련 심사서류를 제출토록 했지만, 아직도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사실상 론스타 스스로 산업자본임을 인정하는 셈이라는 주장이다. ■ 범국본, “외환은행 인수 원천 무효” 현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10%(의결권은 4%) 넘게 소유할 수 없으므로, 2003년 당시 정부가 외환은행을 부실은행으로 잘못 판정해 매각결정을 내린 것이 설사 정당하다 하더라도 은행법상 론스타를 인수자로 선정한 것은 원천무효라는 것이다. ‘론스타게이트 의혹 규명 및 외환은행 불법매각 중지를 위한 국민행동’ 집행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투기자본감시센터 장화식 정책위원장도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면 은행법상 대주주의 자격이 없는데도 당시 정부는 이 문제를 아예 무시하고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관련 규정상 론스타와 특수관계인이 갖고 있는 비금융회사 지분이 총자본 총액의 25% 이상이거나 비금융회사의 자산총액이 2조 원 이상이면 산업자본으로 판명된다. 2003년 9월 외환은행 인수 당시 론스타측은 문제의 소지가 없는 4호 펀드(외환은행 인수)만 대주주 적격성 관련 심사서류를 제출하고 나머지 2호, 3호, 브라조스 펀드 및 오퍼튜니티 펀드는 내지 않았는데도 당시 금감위는 예외적으로 이를 묵인해줬다. 지난해 하반기에 이런 문제가 알려지면서 시민단체들이 집중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자 금감위는 론스타에 서류 보완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서류 제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론스타가 계속 버티자 금융당국은 5000만 원의 제재금을 물리고 심사를 끝내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는 작년 9월 서울행정법원에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여부 관련 심사서류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외환은행 되찾기 범국본 김준환 사무처장은 “론스타 문제의 핵심 본질은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라며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원천무효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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