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취임 이후 불과 100일 남짓 동안 두 번째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인 뒤 “물가를 안정시키고 서민의 민생을 살피는 일을 국정 최우선으로 하겠다. 반드시 경제를 살리겠다”며 향후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자신한 후 “이제 새로 시작해야 할 시간이다. 두려운 마음으로 겸손하게 다시 국민 여러분께 다가가겠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새로 출발하는 저와 정부를 믿고 지켜봐 달라. 촛불로 뒤덮였던 거리에 희망의 빛이 넘치게 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반추해 보면 당시의 태도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주장이다. 우선, 2월 25일 취임 전후로 받았던 30~40%대의 지지율에서 줄곧 1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지율을 지난 8월 4일 청와대가 발표한 ▶현대사 박물관 건립 ▶기무사와 대통령 전용 병원 부지 국민 환원 등과 8월 15일을 전후해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공기업 개혁, 교육 개혁, 부동산세제 개혁 등 각종 개혁 프로그램 등으로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 ‘원칙’ 통해 8·15 국정장악 포석 이러한 국가 정책들이 이 대통령의 일방적인 ‘독단’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견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을 끌어안아도 모자랄 판에, 지난 1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 제18대 국회 원구성 협상이 거의 성사 단계에 이르렀으나 청와대가 야당이 주장한 ‘장관 인사청문특위 구성’에 반대 입장을 전하면서 막판 협상을 결렬시켜 야당을 철저한 ‘적’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물론,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강공 드라이브’를 펴는 이유는 집권 초 대내외적으로 잇단 악재로 인해 국정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졌지만 이제는 국정운영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지고 있다는 판단하에 ‘원칙의 확립’을 통해 국정을 장악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6일 여당의 우려 섞인 시각과 야당의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강력한 반발에도 아랑곳없이 청문회 없이 교육·농림·복지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은 청와대가 정치권을 안정시키기보다는 오히려 파장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원망을 낳고 있다. 이에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청와대는 입법부 경시 태도를 버리고 삼권분립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원구성 협상은 물론 감사원장 청문회도 못 한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조차도 “청와대로서도 국정공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당에서 민주당과 원구성 협상을 위해 장관 임명을 다음주까지 늦추는 방안을 마련해 청와대를 설득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물론, 청와대의 이같은 조치도 국회가 법에 정해진 ‘20일 기한’ 내에 새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지 않았고, 청문경과보고서도 송부해오지 않았다며 법과 원칙에 따른 절차를 밟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청와대로서는 야당은 물론 청와대와의 충분한 입장조율 없이 한미 쇠고기협상 국정조사를 수용하고 PD수첩 증인채택 문제를 양보하는 등 ‘일방통행’을 한 한나라당 원내 지도부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일회성 이벤트엔 돌아선 민심 다시 안온다 뿐만 아니라 김문수 경기지사 등의 ‘배은망덕’이라는 문구까지 나오는 등 직설적이고 강력한 반발과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선(先) 지방발전, 후(後) 수도권 규제 완화’ 방침을 표명한 것이나, 8월 11일 공기업 선진화 방안의 1단계 조치를 발표키로 한 것도 흔들림 없이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또한, 이 대통령은 ‘일회성 이벤트’로 지난해 대선 당시 KBS 방송연설을 통해 “우리 내외가 살 집 한 채만 남기고 가진 재산 전부를 내 놓겠다”며 “이 약속은 대통령 당락에 관계없이 반드시 지키겠다”고 본인이 직접 공약한 ‘개인재산 사회환원’을 발표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등록 당시 신고한 재산은 ▲서초동 영포빌딩 120억 원 ▲서초동 땅 90억 원 ▲양재동 영일빌딩 68억5000만 원 ▲논현동 주택 40억5000만 원 등 총 353억8000만 원으로 돼 있으며, 그 당시 재산헌납 약속에 대해서는 ‘믿는다’는 답변인 48.3%를 차지했고, ‘실제로 헌납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는 의견이 46.2%를 차지해 재산헌납 여부에 여론이 반신반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지난 6월 김백준 총무비서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내부회의를 열어 일단 재산헌납위원회를 설립해 구체적인 준비 작업을 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한, 재산헌납위원장으로는 이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최근 자신이 위원장직을 맡을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지난 대선을 불과 열흘 앞두고 비등해지는 BBK 의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돌리기 위해 전격적으로 발표된 ‘재산헌납’을 이제 와서 ‘사회 환원’이라는 표현으로 치장하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국면전환용 카드 의혹을 제기하면서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재산만 헌납하면 될 일을 국가적 차원의 재산헌납위원회까지 설치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바닥을 헤매는 대통령의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이벤트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경박스럽게 쇼를 벌일 생각 하지 말고, ‘집 한 채 빼고 전 재산을 헌납하겠다’는 대국민 공약을 조용히 실천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로서는 이러한 정책과 이벤트로 오는 15일 광복절 겸 건국 60주년 기념일을 ‘MB 리더십’ 복원의 전기로 삼는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청와대가 이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을 위해 준비한 이러한 ‘회심의 카드’와 이벤트 등이 관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데는 의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8·15 드라이브 중 하나로 거론되는 이 대통령 개인재산 환원 발표는 정권에 신뢰를 잃은 민심이 ‘일회성 깜짝 이벤트’에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재산 환원을 발표해도 국민은 ‘미봉책’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위기 모면에만 급급한다는 인상을 줘 대통령의 지지율은 오히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