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이들 기관은 대한민국을 쥐고 흔들 수 있는 기관이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이들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면 임기 5년 내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새로 집권한 대통령은 우선 이들 조직부터 손대기 시작한다. 그러나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한 이명박 정부는 국정원을 빼놓고는 이들 조직 장악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권 재창출도 아닌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한 이명박 대통령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처럼 이들 조직에 대해 대수술을 가해야 했다. 전 정권이 임명한 이들 수장들을 그대로 끌고 오다 보니 이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는 노무현 정권 때와는 완전히 다른 형상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막 가자는 거야?’식으로 검찰 군기잡기에 나서 검찰을 국민의 편으로 돌려놓는데 성공했다.
■ MB, 사정기관 장악 실패 국정누수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정권 교체 속에서도 이들 조직에 대해 메스를 가하지 않은 채 그대로 안고 이명박 정부를 출발시켰다. 이들 사정기관은 이 대통령과의 엉거주춤한 기거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사정기관은 명령 상하복종이 투철한 기관으로서, 정권이 바뀌었지만 새 정권이 이들 조직 장악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권이 새로 창출되면 임기가 보장된 이들 사정기관도 교체하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수장을 교체했을 뿐 나머지 사정기관장들은 임기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교체를 하지 않았다. 이는 지금 KBS 등 공공기관의 장을 교체하려는 움직임과는 거꾸로 가는 현상이다. 경찰의 촛불시위에 대한 대응 전략에서도 나타났고 금강산 피격사건에서도 국정원·국방부·검찰·경찰 등의 사정기관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래서 여권에서도 이들 기관에 대해 재정립해야 한다며 수장 교체까지 들고 나왔다. 이 대통령이 이들 사정기관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면 사회 저항세력에 맞대응할 수 있는 힘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인 김옥희 사건이 터져 나왔다. 이는 DJ 정권이나 노무현 정권 때라면 사전에 정리될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재임 6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이들 사정기관을 장악하는데 힘겨워 이런 일이 터졌다고 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2003년 3월에 검찰과의 대화에서 ‘막 가자는 거야’면서 검찰의 독주에 쐐기를 박으며 검찰 장악에 성공했다. 이런 탓으로 국민들에게 문턱이 높았던 검찰의 문은 낮아졌으며, 강압적 수사 등 인권유린이 거의 사라졌다. 일부에서는 김옥희 사건을 계기로 검찰이 이대통령 시험무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 대선기간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고발·고소사건을 비롯한 각종 자료를 다량으로 확보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언제든지 이 수집한 자료를 꺼내 조사 내지 수사할 수도 있고, 이 자료를 갖고 이 대통령 측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된 ‘BBK사건’에 대해 다량의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정가에서는 이명박 대세론으로 굳어지면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이명박 후보와의 ‘BBK'를 놓고 무언가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 사정기관, MB 약점 언제든지 흘릴수도 이에 따라 검찰의 칼날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이 대통령의 좌장격인 L 전 의원 쪽을 향한다는 얘기가 여의도 정가에서는 나오고 있다. 특히, L 전 의원 측근들이 청와대 및 공공기관의 주요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시점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어 L 전 의원 측으로서는 또 하나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또, 지난 대선기간에 이 대통령의 최측근들의 행보에 대한 자료도 다량으로 갖고 있는 검찰은 언제든지 이 자료를 꺼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선 기간 동안 이 대통령의 지원 세력이었던 조직들에게까지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A씨와 G씨 등은 대선 기간 중 외곽조직을 이끌면서 자금을 챙겨 주택을 구입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김옥희 사건을 갖고 검찰은 고스톱을 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공천제를 폐지하고 일부 공천심사위원들의 밀실 공천의 결과가 비리의 공화국으로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주도한 핵심세력은 당연히 언론상에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 당시 공천심사를 총괄하는 수장은 이방호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역구 공천에서는 이재오 전 의원계들이 부각되었다. ■ MB, 가랑비에 옷 젖지 않게 해야 새 정부 출범 158일 만에 터진 ‘김옥희’사건은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를 뒀던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이 공천 헌금조로 수십억 원을 챙겼다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역대 정권에서도 대통령 친인척 비리는 심심찮게 불거졌다. 권부의 핵심에 접근하기 용이하다는 점에서 특히 인사 청탁이 쇄도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친인척 비리보다 대통령 자신의 비리로 법정에 선 경우다. 두 전직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직후 ‘비리 청산’의 일환으로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아들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경우다. 문민정부 시절 ‘소통령’으로 불렸던 YS의 아들 현철 씨는 각종 공직 인사를 좌지우지하면서 사실상 ‘정권의 2인자’역할을 했다. DJ는 세 아들이 모두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장남 홍일 씨는 이용호·진승현 게이트에, 차남 홍업 씨는 이용호·정현준·진승현 게이트에, 삼남 홍걸 씨는 최규선 게이트에 각각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형 건평 씨 문제로 속앓이를 했다. 건평 씨는 2003년 9월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연임 청탁비조로 3000만 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실명이 공개된 남 전 사장이 투신자살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건평 씨의 처남 민경찬 씨는 이듬해 청와대 청탁을 빙자해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됐고, 노 전 대통령의 사돈 배병렬 씨는 경찰 차량을 들이받은 뒤 음주 측정을 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곤욕을 치렀다. 노 전 대통령의 조카 지원 씨는 2005년 8월 ‘바다이야기’ 파문에 휘말렸다. 지원 씨는 바다이야기 제조업체인 ‘지코프라임’이 인수한 ‘우전시스텍’에서 이사로 근무했다가 바다이야기로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