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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시간 줄여야 한국경제 산다

“생산성 높이려면 근무시간부터 줄여라”…
‘일벌레’ 한국 근로자 노동생산성은 G7의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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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0호 김대희⁄ 2008.08.19 16:40:07

한국은 지난 20년 간 법정 근로시간 단축 등에 힘입어 근로시간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여전히 장시간 근로가 일상화되어 있다. 2006년 임금근로자의 총근로시간은 연간 2,360시간으로 1986년 고점(연간 2,923시간) 대비 19.3% 감소했다. 법정 근로시간(주당)도 1986년의 48시간에서 1989년에 44시간으로, 그리고 2004년에는 40시간까지 줄었다. 하지만, 2006년도 전 산업 임금근로자의 총근로시간인 연간 2,360시간은 G7 국가에 비해 약 700시간 길다. 소득수준에 따른 근로시간 차이를 감안해 인당소득 2만 달러 달성시점을 기준으로 근로시간을 비교해도, 한국의 근로시간은 G7 국가보다 558시간 길게 나타난다. 이 같은 장시간 근로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2006년 전 산업 부가가치 노동생산성은 G7 평균의 65%에 불과하다. G7의 전 산업 근로시간이 짧은 이유는, 시간제 근로자 및 서비스업 종사자 비중이 크고, 법정 근로시간이 짧은데 주로 기인한다. 특히, ILO의 55개국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임금근로자 중 주당 49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가 세계 평균(22.0%)을 크게 상회한다. 49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의 비중은 페루(50.9%)·한국(49.5%) 순으로 높으며, 네덜란드(7.0%)·노르웨이(5.3%) 등이 낮았다.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이 대단히 낮다는 점은 어제오늘 지적돼 온 문제가 아니지만, 아직도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근로자들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20.4달러(2006년 기준)를 기록해 조사대상 29개 회원국 중 26위에 그쳤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 한국 노동생산성 OECD 최하위권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4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54%에 불과해, 선진국과 격차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례없이 긴 노동시간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주요 요인이지만, 이 같은 추세가 수 년째 고착되어 온 것은 큰 문제다. 정시 출퇴근을 백안시하는 직장풍토와 일상화한 잔업·특근으로 임금을 보상받는 관행 등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의 왜곡된 구조를 뜯어고치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 및 OECD에 따르면, 2006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0.4달러로, OECD 회원국 평균(38달러)의 54% 수준에 그쳤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터키(14.6달러)·멕시코(16달러)·폴란드(19.3달러) 등에 이어 네 번째 낮은 순위로, 체코(22.3달러)나 헝가리(23.5달러) 등에 비해서도 떨어진다. OECD는 국가별 노동생산성을 비교할 때 국내총생산(GDP)을 근무시간(취업자수×평균근로시간)으로 나눈 수치를 활용하고 있다. 즉, OECD의 노동생산성은 근무시간당 GDP를 나타내기 때문에, 여기에는 노동자의 능력이나 근면함 이외에 생산효율성과 기술수준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다. 2006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는 847조8,764억 원으로, 이를 당시 구매력평가(PPP) 환율인 762.02원을 적용해 달러로 환산하면 1조1,126억6,800만 달러다. 같은 해 기준 우리나라의 총근로자는 2,313만1,000명이었고, 평균 근로시간은 2,357시간으로 조사됐다. OECD 회원국 중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가장 높은 룩셈부르크는 무려 72.2달러에 달했고, 노르웨이가 71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벨기에(52.6달러)·아일랜드(51.6달러)·네덜란드(51.2달러)·미국(50.4달러)이 50달러대를 보였고, 프랑스(49.9달러)·독일(47달러)·스웨덴(44.7달러)·덴마크(42.8달러)·오스트리아(42.1달러)·호주(41.6달러)·영국(41.3달러)·핀란드(41.2달러), 캐나다(41.2달러)·스위스(40.3달러) 등도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40달러를 넘었다. 미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100으로 해 OECD 회원국의 노동생산성을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41로 미국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OECD 평균은 75였고, G7 국가의 평균은 89로 집계됐다. OECD는 “2000년 이후 회원국들의 노동생산성 증가세가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있으나, 한국은 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와 함께 연평균 4%를 웃도는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 장시간 근로 일상화된 나라 ‘한국’ 이에 앞서, 근로시간과 노동생산성 간에는 역(逆)의 상관관계가 있어, 우리나라 경제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먼저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장시간 근로실태와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근로시간과 생산성을 비교 분석한 결과 총근로시간과 부가가치 노동생산성 간에 역(逆)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체 산업의 상관계수는 -0.63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제조업의 경우 상관계수가 -0.74로 더 높게 나타났다. 상관관계가 -1.0에 가까울수록 역의 관계가 강하다는 뜻이다. 연구소는 일상화된 장시간 근로가 지금까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토대가 된 점은 분명하지만, 창조력이 요구되는 미래에도 경영진이 장시간 근로를 계속 요구하면 조직의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시간 근로는 조직 피로도를 높여 결과적으로 기업의 비용부담을 늘리고, 시간·비용·인력 등에서 여유자원을 없애 창조적인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게 만든다. 창조역량은 시간·비용· 자원 등에서 ‘여력(slack)’이 뒷받침될 때 발현될 수 있다. 여력은 주어진 시간 내에 효과적으로 일을 수행하고, 근무시간의 유연성을 높여 일과 생활의 조화를 이룰 때 창출될 수 있다. 또한, 일하는 방식과 근무형태의 변혁을 추진하려면 노사 간, 상하 간 상호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에, 제도적으로는 초과근무에 대한 임금할증률을 낮추고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 적용하는 한편, 초과근무에 대해서는 금전적 보상보다 휴가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연구소는 조언했다. ■ 제조업 장시간 근로 보편화… 100인 이상 사업체 초과근로 많아 업종별 근로시간을 분석한 결과, 제조업은 일부 소규모 업종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대표적인 장시간 근로 업종이다. 주당 43.4시간인 전 산업의 평균 근로시간이 법정 근로시간(40시간)을 상회하는 가운데, 부동산 및 임대업·숙박 및 음식점업·제조업 등에서 장시간 근로가 만연했다. 부동산 및 임대업·숙박 및 음식점업 등은 주 40시간제의 적용대상이 아닌 소규모 업종이 많아 상대적으로 근로시간이 길었다. 반면, 통신·교육 서비스·금융 및 보험업 등의 경우 주당 근무시간이 40시간보다 짧아 단시간 근로가 정착되어 가는 중이며, 상대적으로 전문성을 갖춘 파트타이머들을 많이 활용하는 것도 법정 근로시간을 밑돌 수 있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규모별로는 29인 이하 업체들이 대체로 정상 근로시간을 지키는 반면, 100∼499인 업체에서는 초과근로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100∼499인 사업체의 경우 주 40시간제가 도입됨에 따라 정상 근로시간은 주 38시간 미만으로 안정적인데, 초과 근로시간은 주당 5.4시간을 초과해 전 산업 평균(3.8시간)을 크게 상회했다. 특히, 제조업을 규모별로 나눠 보면, 종업원 9인 이하 구간을 제외한 모든 구간의 초과근로시간이 전 산업 평균(3.8시간)을 상회했다. 제조업 평균 초과 근로시간은 6.7시간으로 전 산업 평균의 1.8배이며, 100인 이상 제조업 사업체의 초과근로시간은 무려 8.2시간으로, 특히 제조업 평균 초과 근로시간은 2004년보다 겨우 0.1시간 줄어 초과근로 문제가 거의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으로 드러났다. ■ 생산성 하락이 창의성 결여 초래… 과도한 근로시간 단축 시급 제조업을 중심으로 고착화된 장시간 근로의 원인은 제도·근로자·기업, 그리고 문화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첫째, 선진국에 비해 높은 초과근로 임금할증률(50%)과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초과근로를 유인하고 있고, 제조업 생산 라인의 교대근무제도 장시간 근로를 초래하는 2조 2교대 형태가 많다. 둘째, 근로자들은 소득보전 방법으로 초과근로를 선호하고 있다. 이는 생활비 부담은 커진 반면, 1인 가장의 소득에만 의존하는 가구가 많기 때문이다. 셋째, 기업들도 간접노동비용이 과다해 비용절감 차원에서 추가 고용보다 연장근로를 선호하고 있다.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높여주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활용도 미흡하다. 넷째, 다양한 여가활동을 지원하는 인프라가 부족하며, 후진적 업무관리 등으로 인해 불필요한 잔·특근이 생겨나고 있다. 여력 확보에 긴요한 근로시간의 단축을 위해서는 첫째, 기업과 근로자 모두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이득에 집착해 장시간 근로를 지속할 경우, 창조력이 요구되는 미래에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잔·특근 근절을 위해서는 CEO가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노조도 생산성 향상과 근로시간 단축 활동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둘째, 정기적인 업무부담 진단과 업무혁신을 통해 업무량과 근무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셋째, 초과근로 임금할증률 인하와 할증임금의 적용대상 제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적용기간 연장, 근로시간 저축제 도입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간접비용의 축소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통해 근로시간은 줄이되 총고용을 늘릴 수 있는 방안도 요구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이정일 수석 연구원은 “장시간 근로가 한국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노동의 질과 창의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창조성이 새로운 부의 원동력으로 주목받는 시점에, 무조건 오래 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효과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OECD 국가들의 근로시간과 생산성을 분석한 결과, 총근로시간과 노동생산성 간에는 역(逆)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근로시간이 짧을수록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는 게 일반적이라는 분석이다. 이 수석연구원은 “생산성이 낮다 보니 일을 오래 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겠지만, 반대로 오래 일하는 관행이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도한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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