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검찰과 짜고 나만 집어넣으려 한다” “나만 집어넣으면 모든 게 풀리는 줄 아는 모양이지” “5년 안에 청와대 망하는 꼴 보고 말거야”. 김종원 서울시 버스운송조합 이사장으로부터 공천 청탁 명목으로 30억3000만 원을 수수한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 씨가 구치소에서 변호사를 통해 내뱉은 말이다. 과연 김옥희 씨는 어떤 억울함이 있어서 이같은 막말을 퍼붓고 있는 것일까? 이른바 ‘언니 게이트’로 불리는 김옥희 씨 사건은 대통령 부인의 사촌언니가 개입된 공천 관련 사건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폭발력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나름대로 정치에 대한 꿈이 드셌던 김 이사장은 이 대통령과 적지 않은 인연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별다른 정치적 배경도 없는 김 씨에게 30억여 원이라는 거액을 건넸는지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 “돈쓰고 성과 못낸 사람들 입 열 것” 따라서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김 씨는 정류장일 뿐 실세는 따로 있다”는 말이 나오면서 “총선 당시 비례든 지역구든 정찰가가 30억 원이었다” “검찰이 여권 고위 인사에 대한 내사를 벌이고 있다” “지금은 묻히겠지만, 공기업 기관장과 감사 자리 등 논공행상이 끝나고 나면 돈을 쓰고도 성과를 못 낸 사람들이 입을 열게 될 것”이라는 말들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아무리 김 씨가 영부인의 언니라 하더라도 김 이사장이 아무런 정치적 배경도 없는 70대 중반의 노인에게 30억여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건네주며 비례대표 후보 추천을 부탁했다는 점이 선뜻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특히, 김 이사장 역시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 의원을 지낸데다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업적 가운데 하나인 ‘대중 버스 교통체계 개편’과 관련해 당시 이 시장을 도운 바 있으며,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도 이 후보를 위해 자신의 직위를 적극 활용해 43개 단체로 구성된 ‘대선교통연대’를 결성하여 이명박 후보 지지 기자회견을 여는 등 정치 성향이 강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김 씨가 영부인의 ‘친언니 행세’를 하고 다녔다 해도 이런 그가 정치권을 직접 상대하지 않고 김 씨에게 30억3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제공한 경위가 석연치 않은 것이다. 물론, 김 이사장은 “일단 10억 원을 준 상태에서 추가 요구를 거절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후보 공천에서 탈락한 뒤에야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명했으나, 계속 미심쩍다는 의심을 가졌던 김 이사장이 김 씨가 ‘친언니’가 아니라는 것은 알려고만 했으면 쉽게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을까라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김 씨가 노인회 추천을 받아 김 이사장을 공천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측과 사전 교감했는지도 풀어야 할 과제다. 그 이유는 노인회가 김 이사장이 공천에서 탈락한 뒤 김 씨 요청에 따라 "공천이 잘못됐다는 여론이 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청와대에 내고 청와대 쪽에서 다시 전화를 걸어와 다른 번호로 팩스를 다시 보내달라고 했다는 등의 진술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씨가 청와대 등과의 충분한 협의가 있었더라면 김 이사장이 왜 후보가 되지 못했겠느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 여당, 정권 핵심부 관련 여부 관심 한편, 검찰은 김 씨가 청와대 측과 여러 차례 통화를 했다는 정황을 잡고 통화 내역을 수사하는 등 의혹을 조사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전후한 3월 경 김 씨가 청와대에 수 차례 통화한 곳이 영부인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2부속실인지, 아니면 다른 청와대 인사와 통화했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검찰은 김 씨의 통화 내역 추적 결과, 최근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친박연대 후보로 경기지역에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바 있는 박모 씨에게 김 씨가 먼저 연락했던 것으로 확인하고 박 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출두할 것을 요구했지만, 박 씨는 김 씨로부터 연락받은 사실을 부인하며 계속해서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전날 다른 ‘공천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전 국회의원 오모 씨도 참고인으로 불러 김 씨와의 관계와 공천대가로 금품이 오갔는지에 대해서 조사를 벌였으나, 오씨는 “김 씨를 알지도 못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김 씨가 김 이사장으로부터 공천 알선 대가로 30억여 원을 받은 뒤 실제로 공천 로비를 시도하는 등 다수의 정치권 인사들에게 공천 알선 등을 미끼로 접근한 정황이 포착돼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수사가 정권 핵심부를 겨냥하게 될지 주목되고 있다. 김 씨가 정치권 인사들을 접촉하고 청와대에도 전화를 건 정황이 포착되는 등 로비를 시도했던 단서가 속속 포착됨에 따라 한나라당과 정권 핵심부도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를 것으로 보이며, 또한 청와대가 지난 6월 첩보를 입수하고 한 달여가 지난 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경위와 과정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아울러 오비이락(烏飛梨落)일 수도 있지만, 검찰이 이 사건 수사를 정동기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우병우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에게 맡긴 점이나, 브로커 김 씨의 변호를 정 수석이 몸담았던 법무법인의 동료 변호사가 맡은 점 등도 검찰에는 언제라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 ‘언니 게이트’가 김 씨 개인의 사기행각이었던 것으로 마무리될지, 아니면 정치권에 큰 파문을 불러올 뇌관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