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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왜 KBS 장악에 올인?

정연주 해임 후 KBS 향배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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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0호 심원섭⁄ 2008.08.19 16:45:03

이명박 대통령이 KBS 이사회의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에 8월 11일 서명함으로써 우여곡절 끝에 새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여만에 정 사장을 공식적으로 해임했다. 정 사장 해임의 표면상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이 KBS 이사회의 정 사장 해임제청이 합당하다고 보고 수용한 것 뿐”이라고 밝힌 청와대 관계자의 주장처럼 KBS 이사회와 감사원이 밝힌 대로 부실경영과 인사 전횡, 사업 위법, 부당 추진 등 비리가 현저해 KBS의 대표자로서 직무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 골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야당을 비롯한 보수 단체의 강한 반발 등 상당한 정치적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정 사장 해임을 강행한 데는 참여정부에서 일종의 ‘날개’를 달았던 진보좌파 성향의 구 정권 인사들에 대한 청산작업의 일환이라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보수 성향의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공기업 기관장들의 퇴진을 종용하면서, 거부하는 기관장들에 대해서는 고도의 수법으로 퇴출작업을 벌여 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이나 정순균 한국광고공사 사장처럼 밀려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며 재빨리 사표를 낸 기관장이 있는 반면, 상당수 기관장들이 타의에 의해 물러났으나, 정 사장의 경우 ‘방송중립’과 ‘임기보장’ 등을 내세우며 계속 버텨 왔던 것이다. 따라서, 말로 해서는 도저히 안된다고 판단한 청와대로서는 비위 사실과 관련해 검찰, 감사원 감사와 KBS 이사회 결과를 토대로 ‘합법적인’ 해임 절차를 밟은 셈인 것이다.

■ 좌파성향 ‘색깔 빼기’ 올인 청와대가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정 사장 해임에 올인한 이유는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 ‘코드 인사’였던 정 사장을 그대로 두고서는 KBS를 ‘정상화할 수 없다’는 현실적 계산도 한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참여정부 당시 정 사장 취임 후 KBS가 좌파성향의 프로그램을 잇따라 만드는 등 공영방송으로서 기능을 상실하고 상당부분 정치화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청와대로서는 지난 미국산 수입 쇠고기 파동 당시의 촛불집회와 같은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정부를 지원해도 시원찮은 판에 공영방송인 KBS가 오히려 일정부분 ‘선동방송’을 일삼으면서 정부 비판에 앞장섰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청와대 관계자들은 국정 초기의 난맥상으로 인해 어렵게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KBS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개혁 동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구현해 나가는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정 사장 해임은 새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정 사장 해임은 현재 보수와 진보진영 간에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해임의 적법성’ 여부를 둘러싼 법리 공방은 물론이거니와, 민주당 등 야당에서 국정조사와 함께 대통령 탄핵 추진을 검토하는 등 이 문제가 정국경색의 단초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측면에서 논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특히, 해임된 정 사장이 이 대통령의 해임 결정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해 이를 둘러싼 법원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사장은 “대통령에게 해임권이 없고 해임 사유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대통령이 KBS 사장을 해임할 수 있는지 여부와 감사원이 지적한 적자누적 및 방만경영 등이 해임이 필요한 ‘현저한 비위’ 사실인지 여부로 쟁점이 압축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만약 재판부가 해임권이 없다고 판단하면 이는 근거 없는 행정처분이 되는 셈이고, 해임할 수 있다고 본다면 징계 사유 및 수위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 크기 때문이다. 정 사장의 배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박은석)는 12일 오후 4시경 정 사장을 전격 체포해, 정 사장을 상대로 2005년 KBS 세금환급 소송 당시 정 사장이 승소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불구, 소송을 중도에 포기한 경위를 조사했으나, 정 사장이 묵비권을 행사함에 따라 수사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한나라당, 여론 향배 촉각 세워 하지만, 검찰은 정 사장의 1800억 원 이상 배임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정 사장을 불구속 기소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정 사장의 해임안 처리를 강행한데 이어 검찰이 곧바로 정 사장을 긴급체포한 일을 놓고 야당이 언론탄압이라며 전면전을 선언한 상황에서 여론 악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이번 사태가 자칫 여권 전체의 악재로 번질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박희태 대표는 13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어제 (청와대 정례회동에서) KBS 사장 해임이 문제가 아니고 선임이 더 문제가 된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되어버렸으니 국민의 방송이라는 위상을 되찾고 누가 봐도 그 사람이면 책임 맡길 수 있다는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고 했고, 대통령도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이윤성 국회 부의장은 “KBS 출신으로서 KBS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고, 바로 직전 사장이 체포된 그런 현실을 지켜보면서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며 “결론적으로 KBS는 KBS 사람들에게 돌려줬으면 좋겠다. 전문성도 전문성이고, 경영도 경영이지만, 환갑을 넘은 원로가 무수히 배출되고 있고 외부에서 KBS 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으려는 것을 보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주장대로 이제는 KBS의 새로운 사장이 누가 되느냐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가장 유력한 인사로는 지난 5월부터 KBS 사장설이 나돌았던 김인규 전 KBS 이사가 거명되고 있다. 지난 6일 민주당 언론장악저지위원회 의원들을 만난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71) 위원장도 “KBS 후임 사장은 김인규다”라고 확인한 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73년 KBS 공채 1기 기자 출신으로서 KBS 보도국장을 거쳐 KBS 뉴미디어센터장, KBS 특임본부 본부장, KBS 이사 등을 지낸 김 전 이사는 지난해 10월 당시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방송전략실장, 올해 1~2월에는 대통령 언론보좌역을 지내 이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동아일보 대표이사 회장, 건설교통부 장관, 교통부 장관, 체신부 장관 등을 역임한 바 있는 오명 건국대 총장의 이름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리고 박병무 전 하나로텔레콤 사장도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출신으로 뉴브리지캐피탈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등의 이력을 지닌 기업인수합병(M&A) 전문가라는 장점을 살려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이병순(59) KBS 비즈니스 사장, 강동순(63) 전 KBS 감사, 안동수(61) 전 KBS 부사장, 안국정(64) SBS 고문 등도 KBS 사장 물망에 오르고 있어, 누가 KBS 신임 사장으로 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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