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호 김현석⁄ 2008.08.19 16:50:08
‘건국 60주년’ ‘베이징 올림픽 성적’. 이명박 대통령이 이 두 재료를 놓고 다시 국정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지지율도 모처럼 30%에 올라서 국정 운영의 추진력에 탄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건국 60주년을 맞아 태극전사들의 땀과 눈물을 승화시켜 ‘제2의 기적’의 역사를 일궈 나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60년의 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론’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 비전으로 제 2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명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대선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를 뒤로 하는 대신에 ‘저탄소 녹색성장론’으로 한국경제를 세계 7대 강국으로 부상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세계는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을 거쳐 환경혁명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며 “나무와 석탄과 석유의 시대를 지나 새로운 에너지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데,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에게 이같은 변화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고 강조했다. ■ 2050년 에너지 독립국 꿈 실현 이 대통령은 이어 “대한민국 건국 60년을 맞는 오늘,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비전의 축으로 제시하고자 한다”며 “녹색성장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며, 녹색 기술과 청정 에너지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이라고 제시했다. 또 이 대통령은 “녹색기술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일자리 없는 성장’의 문제를 치유할 것”이라며 “정보화시대에는 부의 격차가 벌어졌지만 녹색성장시대에는 그 격차가 줄어들 것이다. 녹색성장은 한강의 기적에 이어 한반도의 기적을 만들 미래 전략”이라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5% 남짓한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임기 중에 18%, 2050년에는 50% 이상으로 끌어올려 에너지 독립국의 꿈을 실현하겠다”며 “신재생 에너지 사용비율을 현재의 2%에서 2030년에는 11% 이상, 2050년에는 20% 이상으로 높이도록 총력투자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녹색기술 연구개발 투자를 두 배 이상 확대하여 2020년이면 3000조 원에 달할 녹색기술 시장의 선도국이 되겠다”며 “집집마다 신재생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그린홈’ 100만호 프로젝트를 전개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친환경 고효율 ‘그린 카’를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중점 육성해 임기 중에 세계 4대 ‘그린 카’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며 “비록 탄소시대에는 뒤졌지만 다가올 수소시대에는 앞서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녹색성장’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는 지난 7월 18대 국회 개원연설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이 대통령은 “기름을 덜 쓰고 탄소를 덜 배출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야 한다”며 “온실가스를 감축하면서도 경제가 성장하는 ‘녹색 성장’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달 일본 도야코에서 열린 G8 확대정상회의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오는 2050년까지 절반으로 감축하자는 범지구적 장기목표에 적극 동참하겠다”며 “202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국가 중기목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모아 내년 중 발표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경제대통령’에 ‘그린대통령’ 이미지를 중첩시키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향후 ‘선진 일류국가’ 프로젝트에 어떤 식으로 투영될 지 주목된다. ■ MB “남북 하나 되면 유라시아-태평양시대 중심 선다” 이 대통령은 또 광복 63주년 및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경축사를 통해 세계로 뻗어 나가는 ‘통일한국’의 비전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상생과 공영의 대북 정책’ 로드맵을 제시하고 북한의 국제 사회 참여 지원, 북핵 문제 해결, 남북 경제공동체 등 통일 한국에 대한 염원을 역설했다. 그러나 이번 경축사에는 북한이 이행을 강조하고 있는 6·15 및 10·4공동선언이 언급되지 않았다. 비핵화와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천명됐을 뿐이다. 이 때문에 경축사에 대해 북한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 대통령이 모처럼 내세운 ‘통일 한국’에의 비전이 공허한 독백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새로운 60년을 여는 오늘,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꿈이 있다. 남과 북 8000만 겨레가 하나 돼 세계로 뻗어나가는 꿈”이라며 “북한이 국제 사회의 흐름에 동참하고 나아가 남과 북이 하나가 되면 유라시아-태평양 시대의 중심에 설 수 있다”고 제시했다. 부산에서 화물을 싣고 대륙횡단철도를 따라 중앙아시아, 서유럽까지 갈 수 있고 해양 시대와 대륙 시대를 동시에 열면 통일한국은 세계 중심 국가로 도약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다른 길이 있다 하더라도 북한을 우회하거나 뛰어넘고 싶지 않다”며 “남과 북 8000만 겨레가 함께 잘 사는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무엇보다 평화가 정착돼야 한다. 불신과 갈등의 원천이 되는 핵무기가 완전히 사라지고 그 자리를 상생과 공영의 기회로 채워 나가야 한다”며 “6자회담과 국제협력의 진전에 따라 실질적인 대북 경제 협력 프로그램을 본격 추진해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상생과 공영이라는 대북정책의 큰 틀 아래 ▲화해와 협력 정신을 바탕으로 한 실용과 생산성 추구 ▲북핵 폐기 원칙 아래 유연한 대북 접촉 ▲국민 합의에 기반한 투명한 정책 추진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유감스러운 금강산 피격 사망 사건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전면적 대화와 경제 협력에 나서기를 기대한다”며 “지금이야말로 북한이 놓쳐서는 안 될 ‘변화의 호기’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이는 금강산 사건을 두고 남북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북한에 전향적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북측 입장에서는 자칫 이명박 정부가 경협을 빌미로 북한의 체제 변화를 종용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향후 북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 MB ‘국격 외교·영토 주권’ 강조 이명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경축사를 통해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이를 위해 국격에 맞는 외교를 펼칠 것을 공언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선진국을 원한다면 우리의 이미지, 우리의 평판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국가 브랜드 위원회를 설치해 임기 중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놓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또 “국제사회에서 친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공적개발원조(ODA)를 우리 위상에 맞게 늘리고 평화유지군 활동에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는 한국 경제 수준이 세계 11위까지 도약했지만 국제 기여도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온 가운데 국격에 맞는 외교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담아낸 것이다. 한국인 최초로 유엔 사무총장을 맡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달 초 첫 공식 방한에서 ODA 증가 및 유엔 평화유지군(PKO) 참여 강화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 기여하고 신뢰받는 외교를 추진해 줄 것을 당부하며, 국제 기여도 증대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우리의 역사와 문화, 소중한 발전의 경험을 ‘글로벌 코리아 모델’로 승화시켜 세계와 공유해 나가겠다”며 문화 외교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인적 교류를 통해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십만 명의 젊은이들을 세계 곳곳에 보내 일하고 배우며 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700만 재외동포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백만 외국인 시대를 맞아 전 세계의 인재들이 한국에서 일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출입국 관리와 이주 정책을 개선해 나가겠다. 땅은 좁지만 마음은 넓은 나라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최대 5000명의 한국 대학생이 18개월 동안 미국에 체류하며 어학 연수 및 취업, 여행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미국 연수 취업 프로그램(WEST)’의 시행을 합의함에 따라 한·미 간 인적 교류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우리가 나라를 (일본에) 빼앗겼던 것은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지킬 힘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국력을 토대로 한 자주 주권 국가를 강조했다. 또 이 대통령은 “일본도 역사를 직시해서 불행했던 과거를 현재의 일로 되살리는 우를 결코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 최근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 독도 영유권 문제 등 영토 문제에 강한 주권을 행사하는 한편 한·일관계와 독도 문제를 분리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