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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코리아에는 美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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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0호 김원섭⁄ 2008.08.19 15:56:27

‘美의 영역은 美의 개념과 그 객관성에 의해, 그리고 그에 대한 주관적인 고찰 속에 내포된 자유와 무한성에 의해 유한하고 상대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절대적인 이념과 진리의 영역 속으로 우뚝 솟아오른다.’ 철학자 헤겔이 내린 美의 뜻으로 ‘美는 참된 것이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사람은 외적인 아름다움보다 내적인 아름다움이 더 중요하다. 우리 고유의 美는 한복의 치마 끝과 버선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조지훈 선생의 승무는 지금도 예찬되고 있는 것이다. 한복의 아름다음을 예찬할 때 기와 지붕의 처마 끝같이 살픗 들린 섶코라든가 외씨 같은 버선코, 우아한 배래의 곡선 등 선 자체의 美를 들곤 한다. 이러한 선들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단순해 보이면서도 은은하게 흐르는 우아한 멋이 한복의 맵시를 나타내준다. 얼마 전 국내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미모를 자랑하는 대표들을 뽑는 미스 코리아 선발전이 열렸다. 주최 측에서는 미스 코리아를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고 환경을 지키며 어린이를 보살피는 한국의 대표사절”이라고 정의한다. 그렇지만 이 대회가 참가자의 평화운동·환경운동·보육활동 경력을 따져 입상과 순위에 반영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결국 美의 찬가를 부르기 전에 오점이 하나둘씩 터져 나오고 있어 한국의 美를 손상시키고 있다. ‘52년 전통’를 가졌다는 미스 코리아 대회의 권위가 유례없이 흔들리고 있다. 낙태 파문과 성인물 파문, 여기에 진으로 선발된 출전자의 미모 파문까지,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한국 최고의 미인을 뽑는다는 미스 코리아 대회를 둘러싼 잡음이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는 여성의 성 상품화라고 볼 수밖에 없다. 외모지상주의와 관련업계의 상업주의를 엮어 여성을 인격이 아닌 상품과 도구로 취급하려는데 문제가 있다. 이같은 미인대회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외모지상주의를 부추켜 왜곡된 인식을 퍼뜨리고 부정적인 역할에 팔을 걷어붙이는 꼴이 된다. 여성은 무한하고 다양한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존재이며, 이것을 점수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 특히 남성들의 의식구조와 청소년들의 여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확립에도 엄청난 폐혜를 줄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를 둘러싸고 거대한 이해 당사자들이 존재하리라는 것은 막연한 추측만은 아니라고 본다. 미용실과 성형외과, 각종 의상과 액세서리는 물론이고 TV 등 각종 매체들이 창출하는 자본의 규모가 작지 않을 것이다. 美에 대한 인식도 이러한 획일화된 美의 기준에 의해 더욱 악화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美는 인간 육체의 극히 일부분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여러 가지 요소들이 종합되어 판단되는 것이다. 美는 규격화될 수 없으며, 개인들의 주관이나 취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이렇게 규격화할 수 없는 美를 규격화시켜 놓은 듯한 영상매체들 속에서 일부의 여자들은 얼마나 소외되고 있겠는가.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는 이렇게 여성의 소외에도 한몫을 하는 것이다. 성형수술로 얼굴이나 신체의 일부를 바꾸어 보겠다는 여자들은 결국 규격화된 美人의 모습에 일종의 강박감을 갖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수영복 심사 같은 것을 폐지하고 우리의 전통인 한복을 입는 미인대회로 변화를 꾀하는 것도 옳다고 본다. 조선시대 말기의 풍속화에 나타난 여인의 모습은 매우 아름답듯이, 한복에서도 美를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저고리는 가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좁고 짧으며 소매도 몸에 밀착된다. 따라서 상체는 지극히 작게 표현된 반면, 하체는 겹겹이 풍성한 곳곳을 껴입은 위에 폭이 넓고 긴 치마를 살짝 둘러 입음으로써 구름같이 얹은 머리나 삼단같이 땋아 내린 머리채와 함께 우아한 자태와 율동미를 충분히 나타내주고 있다.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를 보면서 황진이·춘향·논개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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