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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박사의 건강 클리닉 ⑨

돌연사의 주범 관상동맥질환
<2>협심증의 진단과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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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1호 편집팀⁄ 2008.08.26 14:56:18

■ 협심증이 생기는 이유 안정성 협심증은 관상동맥이 경화증 또는 죽상경화증으로 좁아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정상적인 관상동맥은 벽이 얇으며, 운동을 하거나 정신적으로 긴장하면 확장하여 혈액공급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동맥경화증이 발생하면 동맥의 벽이 두꺼워지고 굳어지면서 통로가 좁아진다. 이런 동맥은 필요할 때 확장하지 못하고 혈액순환을 증가시킬 수 없게 된다. 동맥경화증이 진행하여 관상동맥의 지름이 70% 이상 감소하면 운동할 때 심장근육에 충분한 혈액과 산소를 공급할 수 없게 되어 협심증이 발생한다. 변이형 협심증의 원인은 다르다. 변이형 협심증 환자의 관상동맥은 동맥경화증이 없거나, 있어도 경미하여 통로가 좁아져 있지 않다. 그러나 관상동맥의 수축으로 동맥의 통로가 좁아지면서 협심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변이형 협심증의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으나, 아침에 잘 발생하는 이유는 이 시간에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이것이 관상동맥을 수축시키기 때문이다.

■ 죽상(동맥)경화증은 관상동맥질환과 중풍의 원인이다. 관상동맥질환(협심증·심근경색증)과 중풍 같은 뇌혈관질환은 모두 동맥경화증 때문에 발생한다. 동맥경화증이란 동맥이 굳어졌다는 뜻이다. 동맥경화증은 주로 50세 이상에서 문제가 되지만, 20대 이전에 시작될 수도 있다.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 병사들을 부검해본 결과, 많은 젊은이에게서 동맥경화증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이런 경한 동맥경화증은 20~30년 이상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다가, 심해지면서 협심증 또는 중풍이 발생할 수 있다. 동맥경화증이 진행되면서 동맥의 벽에 콜레스테롤과 섬유질 등이 쌓여 죽종을 형성하는데, 이것이 커질수록 동맥의 내부가 좁아진다. 이 죽종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콜레스테롤 같은 지방질과 섬유질로 차 있으며, 염증에 관여하는 세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죽종이 오래되고 심해지면 칼슘이 축적되며, 이것은 칼로 자를 수 없을 정도로 굳어지므로 경화증이라 불린다. 이 죽종이 정상적인 내피세포로 덮여 있으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피세포에 손상이 와서 궤양이 생기면 피가 동맥의 중벽과 접촉하게 되며 혈전(핏덩어리)이 생긴다. 이런 현상이 관상동맥 내에 발생하면 심근경색증이나 돌연사가 생기고, 뇌혈관에 발생하면 중풍 또는 뇌경색을 일으킨다. 죽종이 서서히 커져 동맥의 관이 많이 좁아지면 안정성 협심증이 발생한다. 죽종은 안정된 상태에서는 궤양이나 파열이 잘 발생하지 않지만, 비교적 작더라도 불안정해지면 궤양과 파열이 발생하여 심근경색증 같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불안정한 죽종은 안정한 죽종에 비해 산화된 콜레스테롤과 염증세포를 많이 포함하고 있으며, 오래되어 굳어진 큰 죽종보다는 오히려 새로 생긴 연하고 작은 죽종에서 파열과 혈전이 잘 생긴다. 죽종이 커지면서 동맥의 내경(안지름)을 70% 정도 감소시키면, 휴식할 때에는 지장이 없지만 운동할 때에는 혈액공급이 부족해 협심증이 발생한다. 죽종은 주로 산화된 저밀도 콜레스테롤·염증세포·섬유질·칼슘으로 구성되어 있다. 죽종이 정상적인 내피세포로 덮여 있으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피층이 불안전해지고 파열하면 혈전이 생기고 이것이 동맥을 폐쇄함으로써 심근경색증과 돌연사가 발생한다. ■ 관상동맥질환(허혈성심장병)의 원인(위험인자)과 예방 관상동맥질환은 협심증·심근경색증, 그리고 돌연사 즉 허혈성심장병을 포함한다. 이 병은 죽상경화증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그 원인은 여러 가지 위험인자이다.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는 연령(남자는 45세 이상, 여자는 55세 이상), 흡연, 당뇨병, 악성 콜레스테롤의 증가와 양성 콜레스테롤의 감소 즉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등이다. 이 외에도 부모나 형제가 65세 이전에 허혈성심장병이 있다면 위험인자가 된다. 동맥경화증 예방의 지름길은 앞에서 열거한 위험인자를 제거하는 것이다. 나이를 먹는 것과 가족력은 변경할 수 없지만, 고혈압·고지혈증당·당뇨병의 예방과 치료는 가능하다. 야채와 과일 그리고 등푸른 생선을 많이 먹어야 하며, 규칙적인 운동과 소량의 음주는 심혈관질환과 동맥경화증을 예방할 수 있다. 소량의 음주, 즉 하루에 한두 잔의 술(특히 포도주)은 심장병과 중풍 예방에 도움이 되며,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 ■ 한국 여성에게 많은 화병(火病=울화병) 가슴의 통증과 호흡곤란 때문에 협심증이 있다고 생각하여 검사를 받은 결과, 아무 이상은 없고 심장병은 아니지만 화병 또는 신경성 심장병이라는 진단을 받는 여성 환자가 상당히 많다. 우리는 불안·초조하고 신경이 예민할 때 교감신경계가 자극을 받아 심장박동수가 증가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며(심계항진) 심하면 호흡곤란과 가슴에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경우 환자들은 여러 가지 검사를 받게 되는데, 심장에 아무 이상이 없으면 신경성 심장질환 또는 신경성 협심증이라는 진단을 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의 중년 여성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데, 흔히 ‘화병(火病)’이라고 부른다. 오랫동안 시집살이에 시달리거나 가정불화가 있으면서 할 말도 못하고 살다가, 중년이 되면서 여러 가지 심장병과 유사한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환자들이 자주 호소하는 증상을 요약해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가슴이 두근거린다(심계항진).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하여 한숨을 쉬고, 브래지어를 사용할 수 없다(이럴 때 가슴을 주먹으로 쳐주면 시원해진다). ·얼굴이 달아오르거나 땀이 많이 난다(이 증상은 갱년기 현상일 수도 있다). ·가슴이 몇 시간 또는 하루 종일 아프다. ·입이 바싹 마르고 기운이 없다. ·불안하고 초조하며 잠이 안 온다. ■ 협심증은 어떻게 진단하나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의사들은 단순히 병명을 줌으로써 환자들에게 좋은 일을 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칸트가 살던 시절에는 의사들이 병에 이름을 붙이는 일 외에는 환자들을 위해 큰 도움을 줄 수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많은 사람들은 가슴의 어딘가가 아프고 불편하거나 숨이 차면 심장병이 아닐까 걱정한다. 그러나 심장에 이상이 없으면서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는 소위 신경성 환자가 많으며, 이 신경성 심장병의 증상은 다음과 같다. ·운동할 때는 이상이 없으나, 주로 쉬고 있을 때 통증이 나타난다. ·가슴의 통증이 수 초 또는 몇 시간씩 지속된다(협심증의 증상은 수 분 간 지속된다). ·가슴이 쑤시고 바늘로 찌르는 듯하다(협심증은 뻐근하며 지속적이다). ·아픈 부위가 여기저기로 이동한다(협심증 증상은 고정된 부위에 나타난다). ·가슴의 통증이 심하지 않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협심증은 강도가 심해서 하던 운동을 중단하고 수 분 간 쉬어야 한다). ·가슴의 통증이 몸의 자세에 따라 발생하거나 없어진다. ·늑골이나 가슴을 누르면 통증이 생기며, 아픈 데를 눌러주면 시원해진다. 그러나 협심증의 증상은 전형적이 아닐 수 있으며 또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진단이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러므로 협심증의 가능성이 의심되면 정밀검사를 통해 진단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협심증의 진단을 위해 시행하는 검사는 심전도 검사, 운동부하 검사, 가슴 방사선(X선) 검사, 부하핵의학(동위원소) 검사, 심장초음파 검사, 관상동맥 컴퓨터 촬영, 관상동맥 조영술 등이 있다.

■ 협심증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를 위한 조언 협심증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몇 가지 조언을 해보겠다. 첫째,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고, 음식은 너무 짜지 않게 먹는다. 둘째, 관상동맥경화증이 악화되지 않도록 금연하고, 고혈압과 고지혈증에 대한 약들을 꾸준히 복용한다. 셋째,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건강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으며, 협심증 환자에서 운동능력을 증가시키고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한다. 협심증 환자를 포함한 모든 심장병 환자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감의 상실과 죽음에 대한 공포심이다. 이런 환자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여 운동을 피하면 체력이 점차 약해져 단순한 행동까지도 힘들어진다. 매일 3~6km를 걷거나 가벼운 등산·수영 등을 하면 협심증 치료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너무 과격한 운동, 특히 추운 날씨나 식후에 하는 심한 운동은 돌연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며, 운동부하 검사 등을 통해 자신의 안전한 운동능력에 대한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넷째, 충분한 약물치료를 계속해야 한다. 필요할 때에는 니트로글리세린과 스프레이를 자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추운 날씨나 식후에 운동에 나선다면 니트로글리세린이나 스프레이를 미리 사용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거의 모든 환자는 아스피린, 베타차단제, 칼슘차단제, ACE억제제 또는 안지오텐신차단제, 스타틴을 사용해야 한다. 협심증 환자는 이런 약들을 충분히 사용하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약 3개월 후에도 협심증 증상으로 일상생활이 많이 불편해지거나 등산·골프 등 취미생활을 할 수 없다면 관상동맥 확장술을 받는 것이 좋다. 현재 저자가 치료하고 있는 안정성 협심증 환자의 약 80~90%는 관상동맥 확장술이나 우회로 수술을 받지 않고 약물로 치료를 하고 있다. 다국적 연구결과들은 협심증 환자의 70~80%가 중재술을 받지 않고 약물로 치료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다섯째, 협심증 환자에 대한 관상동맥 확장술과 약물요법을 비교한 연구에서 나타난 것처럼 안정성 협심증의 예후는 매우 좋다. 약물치료를 받기로 한 군에서 5년 간의 사망률은 6% 정도이다. 이것은 심장병이 없는 60대의 사망률과 유사하다. 그러므로 협심증 환자는 스텐트나 우회로 수술을 받지 않으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심을 버리고, 생활습관의 개선과 약물치료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가슴의 통증이 충분히 좋아지지 않으면 스텐트 시술을 받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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