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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귀족금융

서민금융시장 진출 소리만 요란… 서민들만 ‘닭 쫓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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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1호 성승제⁄ 2008.08.26 16:16:20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시중은행들은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제2금융권 소비자에게까지 영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걸었다. 그간 외면받아 온 서민들을 고금리에서 해방하자는 취지였다. 특히, 연 50%에 가까운 고금리로 허덕일 수밖에 없는 대부업체 금융 소비자들을 자회사를 통해 제1금융권으로 끌어들인다는 전략도 포함돼 있었다. 이에 따라, 시행도 하기 전에, 은행이 계열사를 통해 고리대금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시중은행들이 그만큼 적극적이고 다양한 상품을 출시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 개월이 지난 현재, 시중은행들의 이 같은 전략이 ‘생색내기’에 그치는게 아니냐는 비판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서민금융시장 진출이 용두사미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제도권 금융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서민들의 꿈이 또 한 번 좌절된 셈이다. 그렇다면, 당초 계획과는 달리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서민금융 진출이 은행들에게 돈이 안 되기 때문이라는 결론이다. 말로만 서민을 위한다는 ‘오락가락’ 방침으로 서민들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다. 현재 서민을 대상으로 한 소액 신용대출 상품을 팔고 있는 곳은 우리은행·하나은행·기업은행 등이다. 세 곳 모두 자회사로 있는 여신금융업체를 통해 영업을 하고 있다. 은행들이 서민금융시장에 진출한 데는 정부의 정책적인 측면이 컸다. 은행권을 소액 신용대출 시장에 참여케 함으로써 보다 낮은 금리로 신용대출 상품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방침이었다. 그러나 실적은 예상보다 저조하다. 6월 말부터 영업을 시작한 우리은행의 경우, 우리파이낸셜의 소액 신용대출 상품인 ‘우리모두론’을 위탁판매하고 있으나, 7월 말까지의 대출실적은 15건에 금액으로는 8900만 원에 불과하다. 하나은행도 7월 28일부터 하나캐피탈의 ‘마니또론’을 위탁판매하고 있으나 대출실적이 40건에 3억2000만 원에 그쳤다. 기업은행의 경우, 기은캐피탈의 ‘아이론’을 판매 대행하지 않고 소개만 하고 있어 판매실적은 크지 않은 상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서민들이 제도권 금융이라는 기대감에 소액 신용대출을 알아보고는 배 이상이 넘는 금리와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그냥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아마도 고리대금업을 한다는 세간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기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제2금융권과 경쟁?… 저축은행들 ‘아직은 별로’ “최근 금융시장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금융감독당국도 서민금융 진출에 대한 말들이 쏙 들어간 상태인데, 보수적인 은행들이 과연 먼저 나서겠습니까? 특히, 최근 저축은행들 연체율에 비상이 걸렸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어, 시중은행들의 서민금융 진출은 아직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축은행 업계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해 초 시중은행들이 서민금융 진출에 나선다는 말들이 나오면서 저축은행들은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난다는 부담감에 환영할 수만은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하지만, 예상 외의 부실한 실적에 일단은 ‘안도’하는 모습과 ‘기우’라는 평가가 동시에 일어났다는 게 저축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자회사를 통해 서민금융에 진출한다는 소식에 가뜩이나 어려운 제2금융 시장에 또 다른 경쟁자가 나온다면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서민금융시장 진출에 대한 노하우도 없고 금융당국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는 내부 사정을 알고 성공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전망이 더 우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도 금융경기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시중은행들이 리스크까지 감수해 경쟁을 확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게 또 다른 관계자의 시각이다. 저축은행 업계의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서민금융시장 진출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무서운 경쟁상대가 될 수밖에 없다”며 “아직은 은행들이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지 않지만, 경기 위축이 어느 정도 완화된다면 저축은행보다 금리가 적고 제1금융권이라는 인식 때문에 서민들이 몰려드는 건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 국내의 서민금융시장이 이처럼 과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면, 일본 대부업계는 활황을 이루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급성장 하는 일본 대부업계… 서민금융, 언제 활성화되나 이에 따라 서민금융의 활성화가 새로운 금융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등록된 대부업체 수는 1만7000여 개이며, 전체 규모는 18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 중 일본계의 규모가 8조 원 정도로 한국 대부업시장의 4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대부업체들의 매출액과 수익성 순위를 보면 일본계의 영향력은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상위 5대 업체 가운데 3,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웰컴크레딧라인과 리드코프 등 한국계 업체들의 영업이익은 1, 2위 업체인 일본계 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들어온 것은 2000년대 초반. 이들은 일본의 이자율 상한이 20%대로 떨어지자, 당시 이자 제한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사실 우리나라에 ‘대부업’이라는 개념을 일본이 도입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사채시장만 있을 뿐 대부업이라는 금융산업이 없었지만, 일본의 대부업체가 진출하기 시작하자 국회는 2002년에 대부업법을 제정했다. 국회는 66%의 이자상한선을 두었지만, 금리가 거의 0%였던 일본 자금으로 사업을 하는 일본 대부업체에게 우리나라에서의 영업은 수익성이 보장된 사업이나 마찬가지였다. 한국계 대부업체인 리드코프의 관계자는 “한국계 대부업체 중에도 대형 업체로 성장한 곳이 몇 군데 있지만, 일본계가 차지하고 있는 1, 2위 업체와 비교하면 자본 규모는 10배 정도 차이가 난다”며 “일본의 경우 4% 정도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 이는 우리와 8~10% 정도 차이가 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대부업이 제도권 금융으로 들어오지 않아 대부업에 외국 자본이 들어오는 것을 제한하는 규제도 마땅히 없어 일본계가 영업하기 훨씬 수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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