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8월 15일 광복 63주년 및 건국 60주년을 맞은 8·15 경축사를 통해 리더십 회복 본격화, 정책·개혁 드라이브 등 대대적 ‘8월 공세적 국정운영’의 본격화를 예고한 가운데, 취임 200일이 되는 9월 초순으로까지 이어지는 ‘MB 개혁 드라이브’의 윤곽이 드러나 정치권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여기에다 금빛 낭보가 잇따라 전해진 베이징(北京) 올림픽의 ‘올림픽 효과’라는 여세를 몰아 이미 8월 11일 기획재정부를 통해 새 정부의 숙원사업인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기세를 몰아 8월을 정국 주도권 장악의 호기로 낙점한 상태다. 따라서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 같은 호재를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않고 ‘기본’과 ‘원칙’을 토대로 각종 개혁과제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8월 들어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제3차 한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친데 이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제2차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올림픽’을 화두로 돈독한 우의를 과시하면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원칙을 재확인했다
■ MB, ‘스포츠 외교’ ‘자원 외교’ 자신감 얻어 이어 이 대통령은 베르디무하메도프(Berdimuhammedow)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카스피해 해상광구 개발 및 인프라 건설 사업에 우리 기업이 진출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으며,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Abdelaziz Bouteflika) 알제리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제7차 석유·가스 탐사 및 개발 입찰시 한국 기업체에 대한 알제리 정부의 지원과 알제리 신도시 건설사업 등 인프라 구축사업에서 우리 기업체가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카리모프(Islam Karimov)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현재 탐사 및 개발 초기단계에 있는 수르길 가스전, 우준쿠이 가스전, 나망간·츄스트 유전 등 양국 간 에너지 개발협력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미탐사 유망광구로 알려진 알마릭 광산의 공동개발을 본격 추진키로 했으며, 특히 나자르바예프(Nursultan Nazarbaev) 카자흐스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발하쉬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 사업에 한국 컨소시움(한전-삼성물산)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하는 등 ‘스포츠 외교’와 ‘자원 외교’까지 펼쳐 매사에 공격적인 외교로 자신감이 넘치는 듯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베이징 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하는 선수단을 위해 도보 퍼레이드에 이어, 대표 선수단 전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하는 등 ‘올림픽 효과’를 최대한 살려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이어 간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져 관심을 끌고 있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8월 22일 CNB 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대한체육회가 올림픽 이후 선수단 도보 퍼레이드를 계획하고 있지만 이 대통령은 경호상의 문제 등을 고려해 퍼레이드에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며 “대신 이 대통령이 이번 올림픽에서 선전하고 있는 대표선수단과 임원들을 오는 26일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경내 녹지원에서 열릴 오찬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의 성과를 치하하는 동시에 메달을 따지는 못했으나 최선을 다해 감동 드라마를 연출한 선수들을 격려할 계획이며, 특히 선수단 가족들을 함께 초청하고 축하공연도 여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아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공동입장이 무산된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며 남북 간 체육교류 증진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전해졌으며, 또 8월 말에는 장애인 올림픽인 ‘2008 베이징 패럴림픽’에 나설 대표선수단의 결단식에도 참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올림픽 효과 ’ 빌려 강공으로 밀어붙여 현대그룹 CEO 시절 한국수영연맹 회장을 16년 동안 역임한 바 있는 이 대통령은 한국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남자유도 60㎏급 최민호 선수와 한국 수영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한 것을 비롯해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모든 선수들에게 축전을 보내 격려했으며, 특히 비인기 종목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에 대해 평소에도 지원을 아끼지 말 것을 최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이렇듯 올림픽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이른바 ‘올림픽 마케팅’으로 ‘MB식 정책’에 대한 강공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8월 8일 올림픽 개막과 더불어 새정부 들어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을 의결했으며, 이 대통령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고 귀국한 9일 오후 해임안을 처리했고, 또한 공기업의 민영화, 감세 등 논란성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뿐만 아니라 올림픽 자체를 지지율 제고를 위한 지렛대로 삼으려는 분위기다.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참가 선수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노고를 격려하는 등 전직 대통령들도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을 초청해 왔다는 점에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테니스 마니아이자 대한수영연맹 회장을 16년 간 역임한 바 있는 스포츠 애호가이기도 하기 때문에 당연한 처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올림픽 행보’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이유는 국민들의 눈과 귀가 모두 올림픽으로 쏠려 있는 기간 동안 KBS 사태 등 각종 정치·사회적 문제를 강공으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이번 올림픽에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이 대통령의 ‘스포츠 사랑’이라는 개인적 취향이라기보다는 현안에 대한 물타기성 의도가 짙다는 관측도 있다. 8월 10일 박태환 선수가 자유형 200m에서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이례적으로 이 대통령이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환호하는 장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이 직접 박 선수에게 전화를 걸어 격려한 것은 물론, 그 동안 금메달리스트들에게만 보내던 축전을 메달을 획득한 모든 선수들에게 축전을 보낸 일이 꼬박꼬박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또한, 이 대통령 스스로도 입을 열 때마다 올림픽 선수들에 대한 ‘찬사’를 아까지 않고 있다. 12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가진 대표 취임 후 첫 청와대 정례회동에서도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위대하다. 젊은 세대가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면서 “우리 모두가 잘하면 다 잘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화제는 단연 올림픽이었다. 이 대통령은 나아가 “중국에 가보니 온 세계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더라”며 “우리도 힘을 모아 경쟁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단결’에 대한 당부도 빼지 않았다. 그리고 8·행사 전날인 14일 계룡대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이 대통령은 현역 장성들을 향해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매우 건강하고 능력이 있고, 그래서 희망이 있다”며 “우리의 젊은이들이 올림픽에 가서 금메달을 따고 국민의 사기를 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8월 18일 전 세계 188개국에 생중계되어 공개된 ‘야후’와의 인터뷰에서도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에 대해 아주 놀랍게 생각한다”며 “보통 서구 사람들이 석권해 오던 것을 동양인으로서 메달을 땄기 때문에 국민들이 환영을 하고 국민들이 그것을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생각 한다”고 극찬하는 등 얘기의 첫머리가 올림픽으로 장식되기도 했다. ■ “오르막 내리막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또한, 이 대통령이 8월 16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승수 국무총리, 각 부처 장관, 정정길 대통령실장, 수석비서관 등과 함께 북악산 산행에 나선 것도 이같은 자신감의 발로로 풀이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등산로에 들어서자 “시작은 천천히 하는 것이다. 고갯길이 나올 텐데 처음부터 오버(무리)하면 안 된다”며 “우리가 오늘 산에 오른 것은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기 위한 의미가 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이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국정 운영에 매진하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아파트 재건축 규제 절차를 합리화하고, 미분양 아파트 해소를 위해 분양권 전매제를 보완하는 등의 건설경기 활성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며 “추석 전엔 이런 대책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학자금 대출과 축산농가 지원, 중·저소득층 세금부담 완화를 골자로 하는 세제 개편 등 서민 경제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곧 확정된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는 법인세율 인하 및 과세표준 기준금액 상향 조정을 내용으로 하는 법인세법 개정안, 2000㏄ 초과 승용차의 개별 소비세율을 인하하는 개별소비세법 개정안,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지주회사 규제 완화를 위한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 개정안 등 39개 법안을 18대 개원국회에서 중점 추진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올림픽 폐막직후인 8월 25일 방한하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제3차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 관계를 돈독히 해 ‘4강외교’의 틀에 쐐기를 박을 예정이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공세적 국정운영과 우리나라 선수단의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선전 등이 맞물려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보도되면서 밴드왜건 효과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한 주간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 대비 5.2%포인트 상승한 35.2%로 나타났으며,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2.5%포인트 하락한 59.5%를 기록하는 등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앞으로 부동산 세제와 민생대책, 교육 등 하반기 국정운영을 주도할 청와대의 정책 발표가 예정돼 있어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자신감으로 지난 6월 초 취임 100일을 맞아 가지려다 ‘쇠고기 파동’으로 비난 여론이 높자 무기한 연기한 바 있는 ‘국민과의 대화’를 추석 직전인 다음달 초순 취임 200일에 맞춰 실시해 국정운영의 방향을 밝힐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최근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아직 어떤 ‘포맷’으로 할지는 정확하게 정하지 않았다”면서 “아마 추석 직전에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변인은 “취임 200일을 기점으로 해서 (국민과의 대화를) 한다는 것보다, 추석 전에 민심과 소통한다는 측면에서 국정운영의 방향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결의 등을 알리는 차원에서 준비했다”며 “다만 이 대통령께서 국민대표 100인의 의견을 들을지 전문가 패널들과 대화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생각해봐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 한나라당, 박근혜 관계정상화 기대 이렇듯 ‘올림픽 효과’를 등에 업고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는 ‘MB식 개혁 드라이브’도 현재 잇단 잡음 속에 진행되고 있는 공기업 기관장 선임과 아직도 불투명한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우선, 한국전력과 같은 핵심 공기업 24개사 중 20곳에서 사장을 선임했으나, 지난 4월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낙선한 사람을 임명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보은 인사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난 4월 25일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누구를 주려고 마음먹고 형식적으로 공모하는 식이면 안 된다”고 당부한 말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현 정부 역시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무늬만 공모’에 그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신용보증기금과 조폐공사의 사장으로 임명된 안택수 사장과 전용학 사장은 한나라당 국회의원 출신으로, 전직 관료들이 공기업 사장에 임명되는 관행도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공모에 들러리로 섰다가 탈락해 정부의 비판 세력으로 돌아서는 사람도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여당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편, 지난 8월 20일로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결정된 지 꼭 1년 되는 날이다. 1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자 패배한 박근혜 전 대표는 “경선은 이제 끝났다. 모든 일은 이제 잊어버리자”고 말하면서 당시 두 사람이 웃으며 악수하던 모습은 전국 방방곡곡에 뿌려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치러진 본선에서 531만 표 차이로 승리했으며,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아온 한나라당은 지난 4월 9일 치러진 18대 총선 과정을 거치면서 172석의 거대 여당으로 성장했다. 이렇듯 화려한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내면 풍경은 “아직도 경선 중인 것 같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릴 정도로 여전히 황량하다는 얘기만 들리고 있다. 한 지붕 아래 친이(親李·친이명박)와 친박(親朴·친박근혜) 이라는 전혀 다른 두 세계가 존재하면서 서로 겉돌다 보니 가치관과 언어도 다를 정도라는 것이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 파문 와중에서 친박 진영은 “(정부가) 잘못할 줄 알았다”고 지적했으나, 친이 진영은 “친박계가 상황을 즐기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낼 정도였다. 양 진영의 갈등을 두고 친박 진영은 “승자가 포용하지 않고 정치보복을 한 게 원인”이라고 말한다. 친이 진영은 “진정 승복한 적이 없다. 박 전 대표가 여전히 계파 보스에 머물러 있다”고 맞서는 등 피해의식이 양 진영의 공통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양 진영은 잘 드러나진 않았지만, 7·3 전당대회와 8월 19일 일부 상임위원장의 경선에서 조용한 전투’를 치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 결과, 당에서는 “복당 과정을 거치면서 60∼70명으로 늘어난 친박 세력이 비토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한나라당 내에는 공개적으로 박 전 대표를 비판하기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을 정도로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친이계의 경우는 인수위와 조각 과정을 거치면서 권력 갈등이 불거져 그 사이 이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과 가까운 그룹, 이재오 전 최고위원계, 정두언 의원계 등 소장파 그룹의 3각 경쟁 체제가 허물어지고 이 전 부의장 주도 체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내에서는 양 진영의 결합 내지 협력 없이는 이 대통령의 개혁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결 상태인 현 체제를 양 진영이 서로 협력하고 융합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 않아 어떻게 결론 지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