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계절은 초가을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한낮에는 지난 여름의 불볕 더위가 간간이 기승을 부리고는 있지만, 아침 저녁의 쌀쌀한 냉기는 속절없는 가을 날씨를 실감케 하고 있다. 이래야만이 오곡이 제대로 무르익고 백화를 만발하게 할 수 있다는 자연의 순리가 작동된다. 직접 농사를 지으며 풍년을 기원하는 농민들은 물론 농업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경험담이나 영농 기록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결실의 계절이라는 순리에 맞추듯 제18대 국회도 지난 5월 30일의 법정 임기 개시 이후 국회 정상 가동을 위한 원 구성과 아울러 야당의 국회 등원 명분이었던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여야 협상 합의대로 함께 처리(8월 26일)하는 이른바 결실의 수확을 거둔 셈이다. 이로써 제18대 국회 개시 이후 근 석달(89일 간) 동안 장기 공전을 거듭했던 국회가 가까스로 정상 가동의 길을 찾고, 9월 1일부터 시작되는 18대 국회 최초의 정기국회 가동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지각은 했지만 천만다행이라는 평가들이다. 그러나, 정기국회 개원 서막부터가 자칫 여야 간의 기 싸움이나 이념싸움으로까지 휘말릴 가능성마저 없지 않아, 여야는 하나같이 입만 열면 ‘민생국회’를 외쳐대고 있지만, 실은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을 불안하고 걱정스럽게 하고 있다. 만약, 이런 우려대로 정기국회가 의회민주주의의 꽃인 ‘대화와 타협의 장’이 아닌 이념 다툼이나 정쟁의 장으로 지샌다면, 이제는 쇠고기가 아닌 국회 해산운동이나 국회의원 전원 사퇴운동, 불 시위 같은 국민적 저항운동도 불러 올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여야 각 정당들이 정기국회를 앞두고 한판 승부를 위한 전열정비와 대응전략 등을 가다듬기 위해 의원 워크숍을 가진데서부터 전운이 감돌기 시작한 것이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공언한 대로 ‘경제국회’를 전제로 ‘10년 좌파 체제 손질과 우파 대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며 새로운 정책과 입법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이명박 신독재 저지와 민생국회’를 기치로 내걸고 “과거로의 회귀를 용납하지 않겠다” 며 전의를 다졌다. 또한, 원내 유일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도 워크숍을 갖고 대중과의 연계를 통해 진보적 가치를 국회에서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춰 총력을 쏟기로 했다. 자유선진당 역시 대전에서 의원연찬회를 갖고 여당과 차별화되는 보수를 기치로 한 정기국회 전략을 세울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전선과 전략이 뚜렷하게 갈라선 만큼 정기국회 곳곳에서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4당 4색’ 의 목소리와 전략·전술 들을 감안해볼 때, 근 석달 동안을 국민 혈세만 축내며 무위도식하면서 허송세월하다시피한 18대 여야 의원들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하루속히 사리사욕이나 당리당략 같은 것에 얽매이거나 현혹되지 말고 오로지 국민의 편에 서서 국회 운영에 심혈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지금 전 세계가 사상 유례 없는 고유가 행진을 강행하고 있는 산유국들의 일방적인 산유정책으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보다 극심하고 혹독한 고통과 시련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말고 오로지 ‘경제 살리기’와 민생국회 운영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워보는 게 어떨까 하고 제안해 두고자 한다. 그렇지 않고 또다시 민생과는 무관한 정권 다툼의 정쟁만을 되풀이한다면 성난 민심은 ‘국회는 왜 있어야 하는지’를 새삼 곱씹어 보면서, 급기야는 국회 무용론과 함께 심지어는 18대 국회 해산이나 정권 퇴진 같은 극단적인 저항운동 등이 야기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