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택시업계의 영업부진을 틈타 불법 도급 택시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8월 한강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20대 여성 회사원 2명을 살해한 범인 중 한 명도 ‘도급 택시’ 기사인 것으로 밝혀져 택시 이용객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도급 택시란 영업허가를 받은 법인 택시를 도급업자가 한 대 이상 임대해 영업을 하는 택시를 말한다. 도급업자가 택시 회사에 계약금 및 월 납입액 형식으로 일정액을 주고 그 회사의 택시를 몇 대씩 빌려 운영하는 식이다. 택시업체들은 비용절감을 이유로 도급제를 공공연하게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도급 택시를 운행하는 일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13조의 ‘명의이용금지’ 조항에 위배되는 불법행위이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도급 택시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택시업계의 영업부진과 함께 솜방망이 처벌 때문에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택시 회사는 쉬고 있는 택시를 도급업자에게 빌려주어 돈을 벌 수 있으니 좋고, 도급업자는 한 대당 매일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의 이득을 챙길 수 있으니 좋다. 택시 회사와 도급업자 간에 일종의 공생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도급 영업을 하다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으로 적발돼도 보통 벌금 100만 원이나 해당 택시에 대한 60일 영업정지 정도의 경미한 처벌에 머문다. 택시업계는 전국 법인 택시의 40% 가량이 도급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 시내에만도 도급 택시가 법인 택시의 30% 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 교통지도단속반 관계자는 “도급 영업이 워낙 은밀하게 이뤄지는데다 대부분의 도급업체가 시 경계를 벗어난 경기도 일원에서 영업을 하고 있어 단속에 한계가 있다”며 “처벌을 강력하게 할 수 있도록 운수사업법을 개정하고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도급 영업을 일소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택시연맹 김성한 정책국장은 “심각한 택시업계 불황 때문에 도급 영업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다음달 서울의 택시 요금이 인상되고 택시 회전율이 더 떨어진다면 도급영업은 더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강도·납치·성폭행 등 범죄에 악용… 사고 위험도 높아 도급 택시는 범죄에 악용되기 쉽다는 데에 그 심각성이 있다. 불법 도급 택시를 운전하는 사람 중에는 전과자 또는 신용불량자가 많고, 신원 확인이 안 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도급업자들이 택시기사 자격증도 없는 사람들을 고용하기 때문에 신원이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용객들이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은 그만큼 높다. 김성한 정책국장은 “도급업자들은 택시기사 자격증도 형식적으로 요구하고,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채용한다”며 “같이 일하던 사람 중에도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강도짓을 하기 위해 택시기사 일을 시작한 전모 씨도 도급 택시를 이용했다. 전 씨는 친구를 승객인 것처럼 뒷좌석에 태우고 다니며 서울 마포구에서 합승한 여자 승객을 흉기로 위협해 돈을 빼앗으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택시기사 자격증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달 서울에서 여고생 승객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강모 씨도 도급 택시를 몰던 기사였다. 김성한 정책국장은 “범죄에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도급 택시를 운전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도급 택시들은 회사에서 관리를 하지 않아 정비가 불량한 경우가 많고,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과속과 난폭운전을 일삼는데다, 범죄에 이용되는 경우도 허다해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택시기사 권모 씨는 “불법 도급 택시를 강력히 단속하지 않으면 승객들이 사고에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신분증 붙이면 일반 택시와 구별 못해 이 같은 불법 도급 택시는 이용객의 안전을 위협할 소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외관상으로는 구별이 거의 불가능하다. 한 택시업체 관계자는 “정규 기사 일을 하지 못하고 도급 택시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품행에 문제가 있거나 신용불량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도급 택시를 운행하더라도 조수석에 일반 택시처럼 기사신분증을 붙여 놓고 다니기 때문에 행정당국도 적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인 택시 사업체가 도급 택시 운행을 방조하는 이유는 인건비 등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도급 택시를 빌리기 위해서는 한 달에 120만 원 가량의 돈을 택시 회사에 납입해야 한다. 반면, 택시업체가 직접 기사를 고용하면 매달 200만∼230여만 원의 사납금을 받아 100여만 원의 월급과 함께 국민연금과 성과급 등 별도의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므로 도급제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택시기사 권모 씨는 “택시업체의 입장에서는 기사를 정식으로 고용하는 것보다 도급 택시를 운영하는 편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에 도급제를 크게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도급 택시를 뿌리 뽑기 위해 법적으로 적극 대응해 나가기로 하는 등 대책 수립에 나섰다. 시는 올 상반기 중 도급영업에 이용된 30여 개 업체의 법인 택시 500여 대를 적발해 9개 업체의 210여 대에 면허취소 처분을 내리는 등 강력한 제재 조치에 나섰다. 적발된 택시들에 대해서는 면허취소 처분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 ■ 법적·제도적 단속 강화해야 아울러, 시는 지난달부터 시행 중인 불법택시 신고포상금제를 활성화하는 방안과 함께, 운송수입금과 운행거리 등의 운송자료가 1년 이상 그대로 보관되는 ‘운송기록수집기’개발이 최근 완료됨에 따라 택시업계에 이 계기의 설치를 강제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택시 사업자들은 도급영업을 하다 적발돼 행정제재를 받으면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한 뒤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2∼3년 간 해당 택시로 영업을 계속하는 편법이 관행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불법 도급 택시는 지난해 8월의 홍대 앞 살인사건 등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도급 택시 근절을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노력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불법으로 운행되는 도급 택시 거래 관행이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범죄 요소를 싣고 달리는 이들 불법 도급 택시를 근절할 당국의 대책이 절실하다. 택시 범죄 예방법 택시 범죄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승객이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다. 일선 경찰관들은 기본적인 수칙에 따라 조심하기만 해도 범죄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1-가급적 혼자 타지 않는다 - 여성 혼자 택시를 타지 않는다. 특히, 술에 취했을 경우, 일행에게 동행해줄 것을 부탁하는 게 좋다. 2- 차 번호를 기억해 가족·친구에게 알린다 - 부득이 혼자 타게 될 경우, 택시 번호를 외워 가족이나 친구에게 전화로 알린다. 3-가는 도중 전화로 가족에게 출발·도착 예정시각을 알린다 - 택시기사가 듣도록 “지금 ○○쯤인데 ○시쯤에 도착할 것 같다”고 전화통화를 하는 것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한 방법이다. 4- 앞자리보다 뒷자리에 탄다 - 앞좌석보다는 뒷좌석을 이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뒷좌석은 기사 단독으로 범행을 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5- 합승을 하지 말고, 합승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 귀가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합승을 하지 않는 것은 기본. 6-문쪽 가까이 앉아 잠금장치가 열려 있는지 확인한다 - 운전사가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미리 문을 잠가 놓을 수 있다. 유사시 언제든지 도망갈 수 있도록 잠금장치를 열어 놓는다. 7- 목적지까지 가는 구체적인 코스를 제시한다 - 단순히 목적지만 밝히지 말고, 구체적인 길로 가자고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제시한 길에서 벗어나면 일단 의심을 해야 한다. 8- 가급적이면 개인·모범택시를 타고 운전자 복장을 확인한다 -택시 운전사들은 일정한 복장을 갖춰 입도록 규정돼 있다. 복장이 자유로울 경우, 일단 합법적인 운전사가 아닐 수 있다. 9- 잠을 자지 않는다 -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여지가 사라질 뿐 아니라, 잠을 잘 경우 목적지가 아닌 곳으로 가더라도 길을 바로잡을 수 없다. 10- 택시 면허증 사진과 운전자가 동일인임을 확인한다 - 택시 범죄에는 훔친 택시가 이용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차 안에 붙어 있는 택시 면허증 사진과 운전기사가 동일인물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