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진은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자산·파트너로 인식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기업성과는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열정과 능력, 에너지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뢰경영을 통해 기업을 운영하고자 하는 경영진은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인재중시 철학을 명확히 확립하고, 이를 인사제도나 조직운영을 통해 철저히 구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구성원 의식조사는 필수요소가 된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구성원 의식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포춘 500대 기업’의 80% 이상이 정기적으로 구성원 의식조사를 실시할 정도로, 많은 기업들이 이를 활용하고 있다. ‘구성원 의식조사’(EOS·Employee Opinion Survey)는 익명성이 보장된 설문조사를 통해 구성원들이 인식하고 있는 조직의 분위기 및 경영상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치유책을 강구하여 더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의 회사에 대한 몰입을 유도하여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에 비해 얻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불분명한 목적으로 시작해 공유되지 않는 의식조사, 후속조치가 없는 의식조사는 회사의 자원 낭비를 초래하며, 정작 중요한 의식조사를 실시할 때 이미 신뢰를 잃어 적절한 결과를 추출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단 한번을 하더라도 분명한 목적, 결과의 공개, 결과를 이용한 공개적 압박 금지, 철저한 후속조치 등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 의식조사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 명확해야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인재중시 철학의 확립 정도가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인재중시 철악은 경영층에 대한 신뢰에도 매우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구성원들을 보다 잘 파악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구성원 의식조사이다. LG경제연구원은 ‘구성원 의식조사 어떻게 활용하나’라는 보고서를 통해 “목적이 불분명한 의식조사는 예산과 인력의 낭비”라며 “이는 구성원들의 소중한 업무시간을 빼앗는 결과일뿐이다”라고 지적했다. EOS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설문 디자인, 설문 실시를 위한 인프라 구축, 설문 결과의 분석 및 피드백 등에 상당한 인력과 자원이 들어간다. 더구나, 전체 구성원이 최소 20~30분은 설문 응답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비용은 더욱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얻는 것이 많지 않다면 이는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최근 EOS 실시에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에 비해 얻는 효과가 작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연구원은 “이처럼 자원투입에 비해 실효성이 적은 것은, 설문 디자인과 실행 과정에 대해서는 고민을 많이 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EOS 결과의 해석 및 활용 과정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고민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EOS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자 할 때 유의할 점으로 ▲점수의 단순 비교를 피하라 ▲점수의 이면을 살펴보라 ▲EOS 결과를 구성원과 공유하라 ▲구성원과 함께 개선방향을 논의하라 ▲개선계획의 책임자를 명확히 하라 등의 5가지 포인트를 제시했다. 점수의 단순 비교를 피하라 = EOS가 널리 활용되는 이유 중 하나는 조직 분위기나 구성원들의 인식과 같이 손에 잡히지 않는 정성적인 부분을 설문조사라는 방법을 통해 수치화하여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EOS를 ‘점수를 얻기 위해’ 실시하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점수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EOS의 결과를 해석하고 의미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EOS 본연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흔히 EOS의 결과를 해석할 때 많은 기업들이 범하는 실수가 조직 간 혹은 문항 간의 점수 비교를 통해 서열을 매기는 것이다. 이 방법은 활용이 용이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현실을 잘못 이해하게 만들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 점수의 이면을 살펴보라 = EOS의 결과를 단순한 ‘점수’로만 생각하고 해석하기보다는 그 이면의 맥락을 파악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례로, 한 글로벌 기업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조직 및 리더의 윤리성 지수가 미국·유럽 등 선진 지역에 있는 해외 법인보다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의 법인에서 더 높게 나왔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선진국에 있는 해외 법인에 대해 윤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선진국 지역에서는 응답자들이 기업의 윤리성에 높은 기대 수준을 갖고 엄정한 잣대를 들이댔기 때문에 낮은 평가가 나왔을 수도 있다. EOS 결과를 구성원과 공유하라 =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EOS의 결과는 구성원들과 공유돼야 한다. EOS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한 구성원들은 다른 구성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EOS 결과에 경영진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등을 궁금해하기 마련이다. 이런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EOS에 대한 참여도가 낮아지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EOS 결과가 좋지 않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의혹을 살 수도 있으며, ‘EOS에 참여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더라’는 식의 냉소적인 태도가 만연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 기업들은 EOS를 실시한 후에는 반드시 구성원들과 그 결과를 공유한다. 구성원과 함께 개선방향을 논의하라 = EOS의 결과가 모든 현상을 말해주고, 나아가 개선의 방향까지 제시해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EOS는 짚어보아야 할 곳이 어딘지를 보여주는 참고자료일 뿐이다. EOS의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조직의 문제점과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떤 활동이 필요한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경영진과 HR 부서는 다양한 건설적인 의견을 교환할 수 있으며, 개선 계획에 대한 구성원들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 개선계획의 책임자를 명확히 하라 = EOS를 통해 조직의 문제점이 진단되고 개선계획이 수립되었다면, 그 다음 단계는 이를 실행에 옮기는 일이다.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EOS는 차라리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문제만 열거해 놓고 이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조직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가 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계획이 그렇듯이, EOS 개선계획 역시 종이 위의 계획에 그쳐버릴 수도 있다. LG경제연구원은 무엇보다, EOS를 통해 조직성과 향상을 이룬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경영진이 EOS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이를 통해 개선활동이 촉발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경영자들이 EOS 결과 자체를 부정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이런 실수는 EOS를 처음 실시하는 경우에 흔히 나타난다. 자신의 기대보다 낮게 나온 점수들을 보면서 경영진은 ‘설문조사는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구성원들이 설문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했는가’, ‘응답자들은 제대로 선정이 되었나’ 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애써 결과를 부정하려 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구성원들의 근본적인 가치관이 잘못되어 점수가 낮게 나왔다고 강변하는 경우도 있다. 연구원은 “EOS의 결과를 해석하고 개선으로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들이 많다”며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EOS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 입사 7~9년차 흔들린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기획예산처와 한국행정학회가 시장형 공기업·준시장형 공기업·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 등의 직원 2,7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기관 성과평가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입사 7∼9년이 되면 반복되는 일상 업무와 회사에 대한 불만, 복잡한 심리상태로 인해 다른 직장이나 직종에 눈을 돌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연령대를 넘어서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고,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성원들의 조직애착 수준에 대한 조사에서 7∼9년 된 사원의 경우 ‘매우 그러함’은 10.4% 수준에 그쳐, 1∼3년 13.4%, 4∼6년 12.1%, 10∼15년 14.7%, 15년 이상 22.1% 등에 비해 가장 낮았다. 또, 직의 목표달성에 대한 구성원들의 관심 정도 역시 7~9년 사원이 ‘매우 그러함’이라고 답변한 경우는 11.4%로, 1∼3년 17.4%, 4∼6년 16.4%, 10∼15년 17.7%, 15년 이상 25.4% 등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조직의 생산성과 성과관리에 대한 관심도에서도 7~9년이 ‘매우 그러함’이라고 응답한 경우는 11.7%로, 갓 입사한 1∼3년의 14.5%에 비해 2.8%포인트나 낮았다. 또한, 4∼6년 12.0%, 10∼15년 12.6%, 15년 이상 20.6%보다도 적었다.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다른 조직에 대한 관심도에서 ‘매우 그러함’이라는 답변은 7∼9년이 9.8%로 가장 낮았다. 1∼3년은 14.7%, 4∼6년은 11.5%, 19∼15년은 10.8%, 15년 이상은 15.9%였다. 반면, 입사한 지 10년이 넘어서면 전직의 기회도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가파르게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대안이 없고 조직에서 살아남는 것이 최선임을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공기업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편, 공공기관 유형별 조직 애착도를 살펴보면, 준시장형 공기업이 가장 높고, 기타공공기관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