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한국경제 ‘선진화’…

선진화지수 OECD 하위권…세계화 적응력은 3위 올라

  •  

cnbnews 제82호 김대희⁄ 2008.09.02 17:07:18

올해로 건국 60주년을 맞이한 한국 경제는 그 동안 눈부신 성장을 이뤄 왔다. 건국 60년 만에 최빈국에서 GDP 기준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브레이크 없는 무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정부수립 2년 만에 북한의 전격 남침으로 국토가 초토화되고, 휴전 후에도 안보 위협은 계속됐다. 그 폐허와 시련 속에서 4·19, 5·16, 민주화 항쟁과 외환위기 등 굵직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발전은 멈추지 않았다. 한국 경제의 본격적인 도약은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상징되는 정부주도의 수출지향적 공업화로부터 시작된다. 1980년대 후반 대내외 경제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개방화·자율화·민주화가 새로운 시대적 흐름으로 대두됐다. 하지만, 물질적 풍요와 빈약한 질적 성장의 괴리는 사회 양극화와 국론 분열, 새로운 성장동력 상실이라는 암운을 드리우며 앞날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통해 진정한 선진화를 달성해야 할 때”라며 “기존의 ‘학습과 모방’의 추격 전략을 가지고는 선진국 문턱을 넘어서기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국의 선진화에 대해 국내에서는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중심으로 복지, 선진 정치사회 시스템, 국제화 등 구미 선진국 사회의 특징을 중심으로 한 논의가 주를 이루고 있는 반면, 해외에서는 국가 성장력이라는 개념을 이용해 국가 간 선진화 정도를 평가하고 있다. ■ 한국 선진화 지수 51.5점…OECD 17위 그쳐 올해로 건국 60주년을 맞은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신화를 만들어내며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선진화 지수는 51.5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 국가 중 17위를 차지해 하위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잠재성장력 지수는 54.2점으로 10위를 차지했으나, 환경과 복지지수는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한국의 선진화를 위해 이명박 정부는 잠재성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경제력을 향상시키는 한편, 환경 분야를 개선하고 사회복지를 확충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 경제의 선진화 어디까지 왔나’라는 보고서를 통해 경제적 풍요도·세계화·사회복지·환경·잠재성장력 등 5개 분야의 선진화 지수를 OECD 국가들과 비교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적 풍요도 지수는 53.4점으로 비교 대상 23개국 중 13위를 나타내 중위권을 차지했다. 하지만, 최선진국인 미국(71.2점)보다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다. 세계화 지수는 52.1점(12위)으로 선진국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잠재성장력 지수는 10위로 다른 지표들보다 높았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육지출 비중(4위), R&D 투자 비중(5위), 경제활동인구 1,000명당 연구원 수(8위) 등이 상위권에 들면서 잠재성장력 지수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반면, GDP 대비 에너지 소비 지수가 17위, 인구 대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지수가 44.4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환경지수는 16위인 52.3점에 머물렀다. 사회복지 지수는 더욱 심각한 45.4점으로 비교 대상 국가 중 20위에 위치했다. 이는 부패율 지수(38점)와 GDP 대비 의료지출비 지수(40.6점)가 최하위를 기록한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특히, 역대 정부마다 환경·세계화 등 분야별로 선진화 기여도가 다른 것으로 나타나, 이명박 정부로서는 잠재성장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부문별로 조화를 이뤄내는 일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 정권 색깔마다 다른 선진화 기여도 박정희에서 노무현에 이르기까지 각 정권의 색깔에 따라 부문별 기여도가 달랐다.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선진화를 이루는데는 각 정권이 역부족임을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잠재성장력을 활용해 경제적 풍요도를 한 단계 높이면서 취약한 환경·복지 부문의 선진화를 이끌어내는 포괄적인 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박정희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우리나라의 정권별 선진화 기여도를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적인 선진화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박정희 정부이며, 노무현 정부의 기여도가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희 정부 집권 기간의 선진화 진전 정도는 153.6%로 나타나 다른 정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특히 경제적 풍요도(408.9%)와 잠재성장력(228.1%)이 크게 개선돼 역대 정부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됐다. 반면, 노무현 정부는 집권 기간에 선진화 지수 상승률이 23.8%로 역대 정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부문별 기여도는 크게 달랐다. 박정희 정부 당시 조세부담률과 범죄율의 급증으로 사회복지는 최악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의료기관 수를 늘리고 범죄건수를 8.7% 가량 감소시켜 사회복지 분야의 개선 속도가 가장 빨랐다. 우리나라 선진화 지수 중 하위를 차지하고 있는 환경 부문에서는 김대중 정부가 가장 큰 성과를 이뤄냈다. 집권 기간에 에너지원 단위가 164.2%나 향상되면서 역대 최고 수준으로 개선된 것으로 평가됐다. 세계화는 전두환 정부와 김영삼 정부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전됐다. 전두환 정부 당시 185.6% 개선됐으며, 김영삼 정부 때도 149.6% 개선됐다. 특히, 김영삼 정부 때는 외국인 직접투자 비중이 567.6% 증가해 이 시기에 실질적인 개방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건국 이후 60년 간 경제적 풍요도와 세계화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뤘지만,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에 머무는 만큼, 이 분야의 향상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권고했다. 이명박 정부는 상대적으로 수준이 높은 잠재성장력과 세계화 기반을 최대한 활용해 경제적 풍요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구원은 선진화 비전을 바탕으로 국력을 결집하는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한·중,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세계화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 거주자 증가와 같은 다문화 정착을 비롯해 외국인 방문자 증가, GDP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도 증가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선진화 정도에서 가장 뒤떨어진 환경과 사회복지 분야도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할 분야이다. 범국민적인 에너지원 단위 개선 노력과 함께 신재생 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환경기술 개발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연구원은 이와 함께 고령화·저출산 시대를 맞아 이에 대한 복지정책은 물론이거니와 양극화·다원화에 따른 정책적 대응 방안도 절실하다고 평가했다. 연구원은 이를 위해 국가 비전에 선진화 대상 각 분야에 대한 포괄적인 전략 구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물질적·양적으로 국민소득이 4만 달러로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국 60주년을 맞아 앞으로는 제도나 사회 시스템, 개방성, 국제사회 기여도 등 질적이고 소프트웨어적인 분야가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 경제는 앞으로 10년 안에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주변국으로 정체하느냐, 후진국으로 전락하느냐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구조도 기존의 노동·자본 투입을 통한 양적 성장보다는 연구개발(R&D) 투자, 효율성 제고를 통해 혁신주도형으로 체질을 바꾸고 선진국 도약을 향한 새로운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선진국 모방만으론 선진국 진입 어렵다” 이에 앞서 “선진국을 모방하며 발빠르게 뒤쫓는 전략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대한민국 경제 60년의 대장정’ 보고서에서 ▲모방과 학습을 통한 일본 따라잡기 ▲북한과의 체제경쟁 ▲중국 경제에 대한 경계 등을 한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해온 배경으로 꼽으면서, 더 이상 ‘학습과 모방’이라는 추격 전략으로 선진국 문턱을 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중진국이 추격 전략으로 어느 정도 경제 발전을 이루면 모방과 투자확대에 따른 성장은 한계에 직면한다”며 “노동·자본 등의 요소 투입보다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및 효율성 제고에 주안점을 두면서 신(新)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성장주도 산업인 금융, 에너지, 환경·바이오 부문에서 역량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성장과 분배가 서로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는 선순환 구조 확립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분배 구조의 개선이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 성장이 분배를 개선하는 선순환 메커니즘을 확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승자와 패자 간의 갈등 위험은 ‘트리클다운’(Trickle-down) 효과에만 의존해선 완화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트리클다운 효과는 넘쳐 흐르는 물이 바닥을 적시듯 고소득층의 경제적 성장이 저소득층에 파급되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 인하가 소비를 진작시켜 결과적으로 저소득층에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논리로 인용되고 있다. 연구소는 “경제 성장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소외계층이 확대되면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사회통합의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며 “소외계층의 자생력을 높이고 사회 안전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강만수 장관, “현재 상황 인식하고 신성장동력 모색해야” 최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4%대로 떨어진 경제의 성장동력을 되찾기 위해 신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사회 전반의 신뢰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경제 60년 학술 세미나’에서 축사를 통해 이 같이 밝히고, 대외적으로는 세계화·지식정보화라는 문명사적 대전환과 기후변화라는 전지구적 과제에 부응하면서 자율·상상·개방·융합과 네트워크를 특징으로 하는 경제사회 체제로의 근본적 전환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지금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성공의 역사’에 취해서 현재의 지위에 안주할 상황이 아니다”면서 “자칫하면 ‘만년 중진국’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전체 인류가 역사상 처음으로 전지구적인 세계화, 지식기반사회, 녹색성장 등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며 “우리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 및 ‘게임의 룰’속에서 경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전지구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우리의 강점을 반영한 새로운 국가발전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며 “새로이 시작되는 60년에는 우리나라가 개인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이 조화를 이루는 나라,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성숙이 균형을 이루는 나라, 인류의 모범이 되고 세계로부터 존경받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 국가가 될 수 있도록 각계 전문가·연구소·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정책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며 “먼저 대내적으로는 4%대로 떨어진 경제의 성장 활력을 되찾기 위한 신성장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한국, 세계화 적응력 세계 3위 최근 우리나라가 선진화 지수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것과 달리, 세계화 적응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입수한 덴마크산업연합회의 ‘글로벌 벤치마크 리포트 2008’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스위스·아이슬란드에 이어 세계화 적응력에서 종합 3위에 올랐다. 덴마크산업연합회는 성장과 발전, 지식과 능력 등 6개 항목의 84개 세부 평가지표에 대해 매년 OECD 회원국별 순위를 정하고 각 회원국이 부문별 3위 안에 드는 지표수를 비교해 전체 순위를 정하고 있다. 이 기관은 세계화 적응도 평가에서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번 평가에서 전체 84개 지표 가운데 30개 지표에서 3위 안에 들어 스위스(25개)와 아이슬란드(23개)에 이어 3위라는 놀라운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우리나라가 우수한 성적을 낸 항목은 ‘지식과 능력’, ‘비용과 세제’로 각각 전체 1위를 차지했으며, ‘성장과 발전’은 전체 2위에 포진했다. ‘성장과 발전’ 항목 가운데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3위, 수출 증가율이 1위를 기록했고, ‘지식과 능력’ 항목에서는 특허 생산성, 25~34세 고졸 이상 비율, 25~34세와 45~54세간 고졸 이상 학력 비율 차이, 25~34세와 45~54세간 대졸 학력 비율 차이가 각각 1위에 올랐다. 또한, OECD 기준의 읽기 능력, 이공계 학위 비율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OECD 기준의 수학 및 과학 점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육 기관에 대한 지출, GDP 대비 대학에 대한 지출은 2위였다. 25~34세의 대졸 비율은 3위였다. ‘비즈니스 유연성’ 항목에서 우리나라는 연간 근로시간이 1위였으며, 광대역 서비스 가입자가 2위, 행정규제 부담과 예대 금리차가 각각 3위였다. ‘국제화 및 개방성’ 항목은 신흥시장에 대한 수출이 1위였다. 무역협회 측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열로 세계화 적응도에서도 선진국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면서 “다만 비즈니스 유연성이나 국제화·개방성 등은 향후 적극적으로 보완해야 진정한 글로벌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