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제 파탄, 미국산 수입 쇠고기 파동 촛불집회,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일본의 독도 망언 등으로 총체적 국정 위기를 맞았던 이명박 정부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호성적을 올리는 ‘올림픽 효과’ 덕분에 지지율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권 초기 권력다툼의 소용돌이 속을 헤맸던 ‘MB 복심(腹心)’이라 할 수 있는 이상득·정두언 의원을 비롯하여 미국에서 유학 중인 이재오 전 의원의 조기귀국설까지 나도는 등 다시 뭉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 ‘이 대통령의 복심’이라 일컫는 정두언 의원, 그리고 실질적인 2인자였던 이재오 전 의원이 권력의 핵심으로 떠올랐으나, 이 전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낙선하여 구심점을 잃은 상태여서 주도권을 쥐기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고, 이 전 부의장과 정 의원도 ‘권력 사유화’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상황이어서 전면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이 전 부의장은 정치에 개입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권력의 사유화’ 논란 이후로 외교·경제 분야에만 매진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정 의원도 지역구 활동과 정책 연구에 시간을 쏟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권력 사유화’ 논란이 완전히 해소됐다기보다는 일시적으로 봉합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서 심지만 당기면 언제든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서로들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 이상득 ‘불심 달래기’ 적극 나서 양측이 또다시 전면전을 벌일 경우 양쪽 모두 더 이상 돌이키기 힘든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큰 만큼, 당분간 물밑에서 경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먼저 정치권 전면에 나선 사람은 이 전 부의장으로서, 지난달 30일 독도 문제와 아세안안보포럼(ARF) 의장 성명 논란 등 최근 외교·안보 라인의 총체적 난맥상과 관련해 “그런 위기는 항상 있었다”며 “그것을 가지고 위기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일축한 바 있다. 물론, 그 동안 ‘권력 사유화’ 논란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이 전 부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 연석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조그만 회사를 운영해도 그 정도의 위기는 항상 있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 상황을 과장해서 국민들을 놀라게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이 대통령을 적극 두둔하고 나섰다. 이 전 부의장은 이날 연석회의에 참석해 “최근 건설업계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늘고 있다”며 “이로 인해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에 의존하는 건설업계의 기반이 흔들리게 되면 금융 부실로 번질 우려가 있으니 이 부분을 총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는 등 미분양 아파트 문제를 비롯한 민생 현안과 관련해 정책 대안을 제시하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전 부의장은 8월 6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공직자들이 직무 수행에서 종교 편향적인 행동을 못 하도록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 대통령을 위해 ‘불심 달래기’의 전면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했다. 이 전 부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특정 종교 편향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불교계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으로 읽히고 있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이 전 부의장은 이 대통령을 대신해 부산 범어사와 인천 흥륜사 등을 방문해 종교 편향 문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데 이어, 8월 5일에는 국회 불자 의원들의 모임인 정각회 소속 의원들과 조찬을 함께 하며 불교계 민심 수습 방안을 논의하는 등 불교계의 성난 불심을 달래기 위해 본인이 직접 나서 화해를 적극 시도했다. 특히, 이 전 부의장은 8월 8일 오전 ‘충청 홀대론’으로 돌아선 충청 민심을 얻기 위해 충북지역을 방문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5, 6개월 돼 간다. 사실 그 동안 한 것도 없고, 할 수도 없었고, 지금까지는 노무현 정부 때 짜 놓은 예산을 집행했을 뿐”이라며 “이제 이명박 정부는 일할 때가 됐고, 어려워도 확신을 갖고 틀림없이 일을 해 나갈 것”이라고 적극 해명하기도 했다. 이 전 부의장은 이날 청주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당협 운영위원장 등 한나라당 충북도당 당직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하면서 “아직 인사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며 “대통령이 불공정한 인사를 한다고 국민방송이 대통령을 욕하고 있는데 그 분이 신기하다고 생각한다”고 정연주 KBS 사장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 박근혜와 환한 모습 보여 박수 받기도 이어 이 전 부의장은 “그 분이 대표적으로 낙하산으로 내려온 인사이고 상식에서 벗어난 방법으로 연임도 했다”며 “대통령이라고 자기 마음대로 인사를 하는 것은 아니고 법과 원칙과 질서를 지키며 진행하는 것”이라고 거듭 비난했다. 또한, 이 전 부의장은 “우리가 탄생시킨 이 정권을 밀어주고 함께 해서 반드시 성공시키자”며 간담회에 참석한 송광호 최고위원 등을 가리키면서 “함께 노력하면 충북 발전과 나라 발전이 이뤄진다”고 역설하면서 ‘충심’(충청도 민심) 얻기에 주력했다. 그리고 이 전 부의장은 대선 이후 충북을 처음 방문했다면서 앞서 정우택 충북지사와 오찬을 같이 하면서 충청권 현안에 대한 얘기를 듣고 발전에 대한 지원 약속을 하는 등 민심 달래기에 주력했다. 오후에는 조계종 제 5교구 본사인 속리산 법주사 주지 노현 스님을 방문한 자리에서 “종교 편향이 없도록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스님은 “노현 스님은 이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현 정부의 종교 편향 정책을 질타하며 불교계를 편안하게 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으며, 이에 대해 이 전 부의장은 자신이 할 일이 있고 대통령이 할 일이 따로 있지만, 현 정부의 종교 편향에 대해서는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다할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전한다. 이 전 부의장의 노현 스님 예방은 당초 스님이 종교 편향 범불교도 대회를 앞두고 만날 이유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으나 이 전 부의장의 거듭된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이 전 부의장은 당내 4선 이상 중진들이 다 함께 모인 첫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 참석해 ‘친박계’ 리더인 박근혜 전 대표와 ‘친이계’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 전 부의장이 나란히 앉아 환담을 나누는 모습을 보이는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져 일단 ‘순항’이라는 평가와 함께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한편, 8월 16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이 전 부의장과 ‘화해만찬’ 회동을 갖고 극적으로 화해한 것으로 알려진 정 의원도 그 동안의 침묵을 끝내고 정치권 전면에 등장했다. 6월 ‘권력 사유화’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뒤 잠행해 왔던 정 의원은 26일 오후 국회의원 소회의실에서 ‘북한 나무심기, 이제 시간이 없다’라는 주제로 관계부처와 학계, 민간단체와 함께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온실 가스 의무 감축에 대비한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해 북한에 대한 조림사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앞으로 북한의 조림사업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북한에 나무심기 사업은 2년 전에 내가 제안한 사업이며 대통령 공약사항에도 들어가 있다”면서 “현재 대북관계가 어렵지만 누군가 나서서 해야 할 사업”이라며 적극적인 관심을 피력했다. 실제로 정 의원은 지난 2006년 3월 북한 조림사업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북한 조림사업 분야에 상당한 관심과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이 같은 활동이 정치적으로 확대해석되는 것을 일단 경계하면서 “그 동안 정치적으로 침묵해 왔던 것이지 국회의원으로서 활동까지 방기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 의원은 ‘친이계’인 안국포럼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인문학 공부 모임인 ‘아레테(Arete)’를 만들어 강사 및 공부 주제를 정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일각에서는 이 모임이 순수한 탈정치 공부 모임으로 이뤄지되, 지난 쇠고기 파동과 같은 굵직한 정국 현안이 불거질 경우 이 대통령의 든든한 지원 그룹으로 활약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현재 당내에서는 정 의원의 위상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자숙 기간을 준 것으로 조만간 임무를 줄 것”이라는 낙관론과 “이 대통령의 신임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비관론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4·9 총선에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게 패한 뒤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이재오 전 의원의 조기 복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권 내 실질적인 2인자 그룹이었던 이재오계는 구심점인 이 전 의원이 떠나면서 한때 해체 위기에 놓였지만, ‘함께 내일로’를 결성해 다시 세를 규합했고, 지난 전당대회에서 공성진 의원이 최고위원이 된데 이어 안경률(사무총장)·차명진(대변인) 의원 등이 당직에 줄줄이 입성하는 등 화려하게 부활했다. 청와대에도 이재오계로 분류되는 김해수 인천 계양갑 당협위원장이 정무비서관으로, 권성동 변호사가 법무비서관으로 복귀했다. ■ 미국발 ‘리모콘 정치’ 가동한 이재오 미국발 ‘리모콘 정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재오계가 당과 청와대에 속속 입성하자, 일각에서는 이 전 의원의 귀국 시점이 좀 더 앞당겨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오피니언 리더 세미나’에 참석해 독도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현안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5일 8·15 광복절을 맞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무원들에게 “이명박 정부 들어서 각종 공직에 임명받은 분들은 현재의 자리가 본인의 능력과 경험과 실력에 걸맞는지 곰곰이 따져 보고, 위세나 허세를 버리고 부족한 것은 밤을 새워서라도 채워 나가라”고 ‘당부’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자신이 근무하는 사무실이 너무 크거나 호화스럽지 않은지, 불필요한 집기는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조정해야 한다”며 “자기가 근무하는 기관이 일에 비해 예산이 너무 많지 않은지, 자기가 하는 역할에 비해 월급이 너무 많지 않은지 꼼꼼히 따져 보고 다시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 21일 자신에 대한 검찰의 체포영장 청구와 관련해 “정치검찰의 과잉수사는 한반도 대운하를 재추진하고 여권의 컨트롤 타워인 이재오 전 의원을 정계에 복귀시키기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범여권의 힘의 중추인 이재오 전 의원의 낙마로 균형추를 잃어버린 정부 여당이 지난 6개월 동안 국민과 야당에 밀려 왔다는 인식이 최근 신공안통치의 배경”이라며 “당분간 국민 지지를 잃더라도 밀어붙이겠다는 발상에서 국민 시선이 올림픽에 쏠려 있는 기간을 이용해 나와 창조한국당에 대한 음해와 탄압을 개시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은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국제관계 대학원(SAIS) 객원 교수 자격으로 워싱턴 DC에 체류 중이지만, 9월부터 12월까지 한 학기 동안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씩 한국학 강의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아 수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므로 정치권 일각에서 조기 귀국설이 제기되기도 했던 이 전 의원은 한 학기 동안 한국학 강의를 맡게 됨에 따라 최소한 올 연말까지는 미국에 머무를 것으로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 전 의원은 9월 초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정식으로 초청을 받아 참석할 예정이며, 공성진·진수희·권택기 의원 등 이 전 의원과 가까운 친이계 의원들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자연스럽게 이들과 만나 나름의 얘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여 국내 상황에 따라 이 전 의원의 상황 변화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 내 친이계 소속 국회의원들이 출범시킨 ‘함께 내일로’가 창립 선언문에서 “이명박 정부가 사랑받을 수 있도록 국민 통합의 밀알이 되겠다”고 밝혔으며, 당내 최대 모임인 ‘국민통합포럼’도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선진화를 기본 목표로 내거는 등 친이명박계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주도권 및 국민신뢰 회복에 총력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MB 최측근 세 사람이 뭉칠 경우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여 성사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