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더도 덜도 말고 늘 한가윗날만 같아라’하는 말이 있다. 이는 매일이 한가윗날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이 말은 추석에는 오곡백과가 풍성하고 이날 많은 음식을 장만하여 잘 먹고 즐거운 놀이를 하며 놀게 되므로 늘 이날만 같았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뜻이다. 배불리 먹지 못하고 일에 시달린 민중의 소박한 소망을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올 추석은 이런 속담이 우리 서민들에게 먹히지 않을 것 같다. 10년 진보정치권에서 바톤을 넘겨받은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라는 덫에 걸려 지금까지도 장안에서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촛불집회의 직격탄을 맞고 두 번 고개 숙인 대통령이 되었으며, 지금도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가 불교를 폄하하는 발언과 행동으로 산속에 들어가 자기를 발견하려는 스님들을 장안 한복판으로 흡입시켜 마치 종교전쟁이 일어날 판이다. 이 대통령은 당선일성에서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7개월 동안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는가? 그저 대통령을 좇아 아침부터 밤 늦도록 이리 뛰고 저리 뛰었을 뿐, 무엇 하나 제대로 준비해 마무리 지은 게 없다. 그래서 국민들은 ‘이명박 피로감’에 휩싸였다. 여기에 과반수를 얻어 여의도를 장악한 한나라당도 거대 여당에 걸맞지 않게 이명박 정부가 잘못하는 일에 대해 훈시를 주지 못하고 오히려 ‘아 옛날이여’라는 타령조 정국을 주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0년 만에 야당이 된 민주당도 아직도 여당의 때를 벗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에 경제는 갈수록 악화돼 11년 만에 또 다시 IMF 신탁통치를 받을 위기에 처했으며, 서민들의 생활고는 더욱 어려워 기업발 신용위기에 이어 가계발 신용위기도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명퇴당한 30~40대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은 부모님 볼 면목이 없어 한가위에 고향을 찾지 못하고 장안에서 보름달만 쳐다보며 고향의 부모님을 그리워해야 한다. 또 고향에 있는 부모님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 밀려오는 외제 농산물로 인해 시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서민들은 이번 추석이 그리 달갑지 않다. ‘1000만명’이 대이동하는 추석 민심은 정치인에게 중요하다. 베이징 올림픽 특수효과로 올랐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어, 추석 민심이 이 대통령에게 어떻게 돌아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 대통령은 추석 민심을 제대로 받아들여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 같은 정치역량을 펼치기를 바란다. 지난 93년 부시로부터 정권을 이양받은 클린턴 대통령은 지지율이 20%밖에 되지 않았다. 클린턴은 이 같은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우선 워싱턴 정가와 언론계에서 인맥이 두터운 공화당 인사 데이비드 거겐을 끌어들여 공보업무를 총괄하고 일부 비서진도 교체, 업무를 조정한 후 의회의 지원을 얻기 위해 매일 여야 의원들을 만나 설득해 58%의 지지율을 얻었다. 국가 지도자와 기업 CEO가 서로 다른 점은 국민은 대통령이 부리는 직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좋은 리더는 결국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나아가 인재의 마음을 얻는 인물”이라는 중국 ‘초한지’의 말을 이 대통령도 한가위 때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물론 추석 전에 국민과의 대화를 한다니까 그때 국민의 소리를 들을 것이지만. 최근 끝난 베이징 올림픽 때도 ‘더도 덜도 말고 올림픽 때만 같아라’는 말이 이명박 정부의 첫 정기국회에서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