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호 김대희⁄ 2008.10.07 16:30:03
정부가 잇따라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다. 6·11 미분양대책, 8·21 후속대책, 9·1 세제개편, 9·19 주택공급대책, 9·23 종합부동산세 개편에 이르기까지 하반기 들어 무려 5개나 되는 대형 부동산 정책이 발표됐다. 1가구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80%까지 감면해주기로 하는가 하면,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6억 원 초과에서 9억 원 초과 주택으로 높였다. 또,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향후 10년 간 수도권에만 300만 가구, 전국에 500만 가구를 짓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하지만, 시장은 혼란스럽다. 정치권은 물론 부처 간 이견 충돌로 정책 시행은커녕 앞으로 어떻게 실시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게다가 집값은 오히려 더 떨어지고 매물은 쌓여 가고 있다. 특히, 정부가 부동산 및 건설경기 부양책을 통해 규제 일변도에서 시장 활성화로 부동산 정책 기조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는 만큼, 내 집 마련에 나선 실거주자나 투자자들로서는 새 정부를 관류하는 정책의 맥을 짚어야 할 때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정책에 따른 내 집 마련 전략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정부가 규제 완화와 세제개편안 등 부동산 관련 정책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재건축규제 완화, 양도세 및 종부세 완화 등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더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실제 거래는 한산한 분위기다. 강남권의 재건축 아파트들도 구체적인 규제 완화에 대한 내용이 없어 시장 분위기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서울은 올 들어 가장 큰 하락세를 기록하며, 침체된 시장의 전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양도세 비과세 수혜 대상인 6~9억 원대 아파트 가격의 하락폭이 더 커졌다. 특히, 5대 신도시의 하락폭도 더욱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며, 가을 이사철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거래 움직임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최근 부동산금융에 대한 불안감도 확대되고 있다. 부동산금융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이면에는 부동산경기의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부동산경기 위축은 부동산경기 사이클에 따른 가격조정(순환적 측면), 구매력 약화(주택 구매심리 위축), 대내외 리스크 확대로 인한 금리상승, 부동산 투기 억제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 정부 대책에도 시장 반응은 ‘싸늘’ 종부세 과세기준금액이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 조정되고, 세부담도 300%에서 150%로 하향 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분위기는 조용하다. 부동산써브가 지난 9·1 대책 발표 후 한 달 간 양도세 비과세 수혜 대상인 서울 지역의 6억 초과~9억 이하 아파트값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0.37%로 나타나 대책 이전 4주간 변동률(-0.26%)보다 하락폭이 더 커졌다. 송파구 신천동의 K 중개업소는 “매물을 회수한다거나 매수를 하겠다는 전화 문의는 없고, 현재 매물이 좀 있기는 하지만 급매 위주로 거래고 있다”며 “정부에서 계속 부동산 관련 정책들을 발표하고는 있지만, 실효성이 없어 수요자들이 관망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송파구 풍남동의 H 중개업소는 “추석 전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고, 5,000만 원 이상 내려간 매물 등 값싼 급매물이 있어도 매도자가 전혀 없다”며 “종부세 등과 관련한 정책도 시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아파트를 살려고 하는 사람의 70∼80%가 대출을 받아 장만하기 때문에, 대출 규제가 풀리지 않는 이상 시장 분위기가 좋아질 리 없다”며, “요즘 언론에서 집값이 떨어진다는 보도가 나와 더 떨어진 후에 매매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고 덧붙였다. 강남구 삼성동의 H 중개업소는 “정책 발표에서 매수·매도자들이 조용하다”며 “세제 개편 이후로 매물이 조금 흘러나오고는 있지만,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져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K 중개업소는 “현 수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는 부동산시장이 활성화되기에는 어림도 없다”며 “우선 재건축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하고, 대출규제 완화 등의 내용이 실현돼야 한다”고 오히려 꼬집었다. 서초구 반포동의 D 중개업소는 “앞으로 매물을 가지고 있는 매도자들이 계속 보유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현재 전반적으로 경기가 침체돼 있는 상황이라 부동산 규제가 완화됐다 하더라도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어렵고, 재건축 규제 완화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권에서는 종부세 완화가 이미 예견돼 있던 것이어서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는 분위기이다. 오히려 재건축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본부장은 “정부의 종부세 개편은 사실적으로 폐지하겠다는 의미와 같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시장이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기 침체, 대출 규제, 미국 금융위기 등의 악재 요인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부동산시장이 활성화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 먼저 ‘임대주택’으로 내 집 마련 시작해보자 고유가·고물가 시대에 접어든 요즘 서민들에게 임대주택은 높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임대주택은 보증금과 임대료가 저렴해 소액 자금으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정부의 서민주택공급대책 발표로 서민층 주거 안정에 초점을 맞춘 소형 공공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2018년까지 전국에 150만 가구 공급하기로 해 국민 보금자리 주택인 임대주택에 더욱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연내 임대주택의 공급 물량은 총 55곳 2만7,690가구로 집계됐다. 그 중 수도권은 13곳 1만6,481가구로 60%를 차지하고, 비수도권은 17곳 1만1,209가구 40%를 공급한다. ◆국민임대주택 = 국민임대주택은 정부와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아 건설하는 아파트로,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의 70%(257만2,800원) 이하의 무주택 가구주에게 공급되며, 임대 기간은 최고 30년까지 가능하다.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하게 장기간 거주할 수 있고, 국민임대주택을 분양받기 위해 사용한 청약통장(청약저축)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연내 국민임대주택은 총 30곳 2만117가구로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공공임대(5년·10년)주택 = 주공·지자체 또는 민간 건설사가 시공해서 무주택 서민들에게 임대하는 것으로, 임대기간(5년·10년) 종료 후에는 무주택 임차인이 우선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용면적 85㎡ 이하의 경우 청약저축통장을, 85㎡ 초과의 경우 청약예금통장 가입자가 청약할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 분양가격은 주변의 같은 평형 아파트에 비해 대개 10% 이상 싸게 책정돼 있어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분양전환 임대 아파트는 소유권 이전 후 바로 매도가 가능하며 양도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은 연내 총 8곳 4,942가구를 공급하며, 공공임대(5년) 3곳 835가구, 공공임대(10년) 5곳 4,107가구를 공급한다. ◆장기전세주택 = 서울시가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시프트(SHift 장기전세주택)’는 서울시 산하 기관인 SH공사가 중산층과 실수요자를 위해 마련한 신개념의 주택으로, 주변 전세 시세의 80% 이하에 최장 20년까지 내 집처럼 살 수 있다. 시프트의 입주자격은 서울시 거주자, 무주택자들에게 공급되며, 전세금 인상 폭을 매년 5% 이내로 제한해 안정성이 보장된다. 장기전세주택 공급은 연내 총 17곳 2,631가구를 공급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 올 연말까지 2,631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단지 전체가 장기전세로 구성된 시프트가 2곳에서 1,776가구, 재건축주택에서 일부 물량이 장기전세로 나오는 재건축임대는 15곳에서 855가구가 공급된다. ■ 그린벨트 최대 308㎢ 해제… 분당 16배 크기 분당신도시 면적의 16배에 해당하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해제돼 서민주거단지와 산업단지 등으로 개발된다. 해제지역에서는 층고 제한이 폐지되고, 임대주택건설 의무비율도 하향 조정된다. 하지만, 그린벨트는 물론 인근지역의 땅값 불안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산업단지와 서민주택공급을 위해 최대 308㎢의 그린벨트를 풀기로 하는 내용의 ‘개발제한구역 조정 및 관리계획’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308㎢는 기존 해제예정지 중 미해제된 120.2㎢, 서민주택건설 부지 80㎢, 국정과제 추진 지역(부산 강서구) 6㎢, 추가해제 34~102㎢를 합친 넓이다. 서민주택건설 부지는 9·19대책에서 발표된 보금자리주택 건설용지이며, 추가해제 34~102㎢는 2020광역도시계획상 해제예정총량(342㎢)의 10~30%로, 국토부가 2020년까지의 수요 등을 고려해 설정했다. 그린벨트에서 풀릴 최대 예상 면적인 308㎢는 분당신도시(19.6㎢)의 15.7배로, 현재 그린벨트 총량(3,940㎢)의 7.8%이다. 수도권만 놓고 보면 기존 해제예정지 26.4㎢와 서민주택공급 부지 80㎢, 추가해제 12~37㎢ 등 최대 143.4㎢가 해제된다. 해제될 지역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대규모 기반시설 설치수요가 적고 환경적으로 보전가치가 낮은 20만㎡ 이상이 지역 중에서 정해진다. 우량농지(농업진흥지역)도 농림부와 협의할 경우 포함된다. 그러나 도시 간 연담화 우려 지역, 땅값 급등 등 토지관리 실패 지역, 표고 70m 이상인 지역, 용수확보가 곤란한 지역, 재해위험 지역, 공항주변 등 도시개발 억제 필요 지역, 도시문제 악화 우려 지역 등은 제외된다. 해제 절차는 빠르면 내년 3월까지 7대 권역별 ‘광역도시계획’을 변경해 권역별 적정 해제 규모를 확정하고 도시기본계획을 바꿔 해제 총량을 생활권별·목적별·단계별로 구분해 이르면 내년 10월께 구체적인 해제지역이 확정된다. ■ 부동산금융 부실화 확산 가능성 낮아… 가계 신용위험 4년래 최고 가계의 금융자산 감소와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가계대출의 신용위험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장 가계대출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부동산경기에 대한 진단-금융의 관점에서’ 보고서를 통해 “가계신용의 위험수준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가계신용위험지수를 분석한 결과, 가계신용 위험도는 지난해 3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상승하며 올해 2분기 현재 0.85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는 2004년 3분기의 0.96 이후로 근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용카드 ‘버블’ 붕괴로 신용위험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3년 1분기의 신용위험도는 1.71이었다. 가계신용위험지수는 가계금융자산 대비 가계금융부채, 개인가처분소득 대비 가계금융부채, 주택구입가격 대비 주택구입을 위한 대출액, 명목가계대출금리, 가계금융부채 대비 신용카드 등 여신전문기관의 대출비중, 신용카드 연체율 등을 변수로 구해진다. 지수가 플러스면 신용위험이 크고, 마이너스면 위험도가 개선됐다는 의미다. 가계신용위험지수는 2006년 4분기의 0.58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서 3분기에 -0.16로 저점을 찍었으나, 이후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유정석 수석연구원은 “가계신용의 위험도를 높이는 주요인은 금융자산 감소와 대출금리 상승”이라며 ‘특히 대출금리의 상승으로 가계의 이자부담이 늘면서 가계대출의 부실화 가능성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담보인정비율(LTV) 등 엄격한 대출규제, 약정만기의 장기화 등을 감안할 때 가계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여전히 낮고 위험도의 상승폭도 둔화되고 있는 만큼,, 지나친 위기의식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부동산금융 불안의 근본 원인인 부동산경기가 안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미분양 아파트 투자 펀드’ 등 현재 미분양 사태를 다소나마 완화시킬 수 있는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건설업계도 건설 유통구조를 단순화시켜 분양가를 낮추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황에도 뜨는 미분양 단지 있다 계속되는 불황과 함께 부동산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분양도 쌓여가지만, 그 중에서도 뜨는 단지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9월 전국 미분양 물량은 전달(9만8,075가구)보다 3.5%(3,454가구) 줄어든 9만4,621가구로 조사됐다. 9월 미분양이 소폭 감소한 이유로는 전국적으로 신규분양의 감소와 함께 일시적으로 기존 미분양에 관심이 모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침체된 시장 불황에서도 주목받는 호재별 미분양 단지를 닥터아파트가 추천했다. ◆광교신도시 주변 미분양= 9월 30일 광교신도시 첫 분양단지의 입주자모집 공고 발표에 수도권 거주자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예상점수가 높은 만큼 가점이 낮거나 청약통장이 없는 수요자들은 신도시 주변 지역 미분양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신도시 개발 영향이 인근지역에까지 간접적으로 미치기 때문이다. ◆종부세 완화·중대형 아파트로 관심 유턴= 종부세 과세 기준 6억 원 초과에서 9억 원 초과로 조정되면서 가격대가 높은 중대형 아파트 수요가 지금보다는 높아질 전망이다. 종부세 완화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 미분양에 눈을 돌려보자. ◆불황에도 역세권은 인기= 침체된 지방에서도 역세권 아파트는 여전히 인기 아파트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