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7.6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에 실패한 뒤 줄곧 정중동(靜中動)의 행보를 보여 온 추미애 의원이 침묵을 깨고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등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추 의원이 침묵 3개월여 만에 일성으로 던진 화두는 ‘햇볕정책’으로서, 전당대회 당시 당권을 획득했던 정세균 대표가 9월 25일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남북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인도적 식량지원과 비료지원, 개성공단 문제 해결 등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며 흡족한 평가를 내린 것에 대해, 추 의원은 9월 28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영수회담 결과를 강하게 비판했다.
추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민주당의 선명성에 대한 기대가 있는데, 이명박 정부가 햇볕정책을 깎아내리는데 대해 왜 침묵하는지 지지 세력은 궁금해할 것”이라며 “청와대 회동에서 중요한 주제에 대해 누락된 부분이 있다면 이를 보완하는 게 당인의 역할”이라고 정 대표의 영수회담을 혹평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 “국민의 소리 옳은 방향으로 견인하는 게 야당의 역할”
또한, 추 의원은 북핵문제 해법을 제안하면서도 “당 지도부가 북핵문제에 대해서 정책 대안을 갖고 있지 않고 있다. 이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며 “햇볕정책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깎아내려진 것에 왜 침묵하는지 지지 세력들은 궁금했을 것”이라고 정 대표의 자평을 정면 거듭 반박했다.
추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이명박 정부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정치구호로 ‘핵 불능화’ 대신에 ‘대화 불능’만 얻었다”며 “햇볕정책을 깎아내렸지만, 대안도 성과도 없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은 또 “오히려 이명박 정부가 북핵문제에 대해 적극적 입장으로 선회한 부시 정권을 잘 활용할 수 있었음에도 호기를 놓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남북 간의 대화불능 상태를 지속해서 남북관계를 10년 전으로 되돌린다면 구호대로 ‘잃어버린 10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정 대표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한 추 의원은 정 대표가 향후 당 운영을 ‘동반자적 협력관계’로 설정한 점을 의식한 듯 “여당의 일방 독주를 막아내고 국민의 소리를 전하면서 옳은 방향으로 견인하는 것이 야당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추 의원의 이날 발언을 두고 당내 일각에서는 9월 30일 출범한 ‘민주연대’를 통한 세 결집을 앞두고, 그 동안 ‘정세균호’의 ‘순항’으로 밀려났던 비주류들을 결집하는 구심적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연대 모임 소속 의원들이 연일 정 대표의 정체성과 리더십에 강한 포문을 던지고 있어, 앞으로 정체성 논란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내 개혁 성향의 의원들로 구성된 ‘민주연대’는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하여 재야파 인사들의 모임인 민주평화연대가 주도하고, 천정배 의원의 민생정치모임,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계열이 동참하는 형태로 구성됐다.
특히, 이 모임에는 천 의원과 함께 4.9 총선 낙마 후 미국 유학길에 오른 정 전 장관, 총선 이후 당과 거리를 두며 물밑 행보에 주력했던 김 전 장관 등이 지도위원으로 참여키로 해 정치 무대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는 가운데, 추 의원도 공동보조 대상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이다.
■ 대구 행사에 박근혜와 나란히 참석 눈길 끌어
이에 대해 추 의원의 한 측근은 “대북정책에 대한 추 의원의 생각을 밝히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 무엇인가 화두를 본격적으로 던지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며 “그렇다고 정 대표를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의 방향과 야성을 찾기 위한 다양한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 의원의 또 다른 측근은 “적어도 한 달에 한두 번은 기자간담회나 회견을 통해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추 의원의 보폭은 이에 그치지 않고, 9월 29일 한국노총에 이어 30일에는 민주노총을 방문하는 등 이틀 연속 양대 노총을 찾아 국정감사를 앞두고 상견례를 겸해 노동계 현안을 직접 청취하는 등, 위원장으로서 의욕적 활동을 펼치면서, 앞으로도 상임위 관련 현장을 가급적 많이 찾아 직접 목소리를 들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추 의원은 이번 학기부터 영남대 최고경영자 과정에 등록해 KTX 편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고향인 대구를 찾으며 지역 관계자들과 스킨십을 넓히고 있으며, 10월 1일 한국기술교육대학에서 강연을 하는 등 특강 일정도 꾸준히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추 의원은 9월 25일 대구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대회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차기 여성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들의 만남이 한나라당의 본거지로 정치지형에 각별한 의미를 가진 대구에서 이뤄진데다, 추 의원이 9월 26일 참석했던 전국기능경기대회 행사장소가 구미 박정희 체육관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들은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날 대회에서 우연히 만나 인사를 나누고 대구시장과 경기대회장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았지만 행사 도중 별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추 의원은 9월 9일 민주당 대구시당을 방문해 지역위원장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대구 출신의 국회의원으로서 고향인 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며 “대구경북사랑 국회의원 모임을 주도해 지역민들이 정치적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당세 확장을 위해 고생이 많다”며 지역위원장들을 치하하고 “민주당이 전국 정당으로 우뚝 서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가 고향인 추 의원은 경북여고를 졸업했으며, ‘탄핵역풍’으로 17대 총선에서 패한 뒤 18대 총선에서 재기하여 민주당의 당세가 약한 대구를 자주 찾아 연고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추 의원의 한 측근은 이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