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을 감사하고 존중하며 아끼는 사회를 국민과 함께 만들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3일 만인 2월 28일 참석한 첫 군 행사인 학군사관학교(ROTC) 제46기 임관식 치사에서 “이 자리에서 국민 여러분께 하나의 제안을 겸한 약속을 드리고자 한다. 우리 군을 강하게 하고 군의 명예를 드높여 나가자”면서 이같이 강조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여기서 시작한다. 선진 일류국가의 바탕은 여기에서 만들어진다”면서 “그것이 바로 국민을 섬기는 리더십의 요체이기도 하다”며 ‘군이 존중받는 사회’를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취임 후 처음 참석한 이날 군 행사에서, 류우익 대통령 실장을 통해 “단상에 귀빈들이 주인처럼 앉아 있는 행사가 돼서는 절대 안 된다”며 파격적인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그 이유는 “행사의 주인은 바로 졸업하는 생도들이고 군인들이기 때문에 기타 외부에서 참석하는 인사들은 단 아래에서 축하해주면 된다”는 이 대통령의 평소 지론에 따른 것이었다는 게 대통령실의 전언이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취임 6개월 동안 무려 10여 차례 군 행사에 직접 참석하면서 “재임 중 정예 강군을 육성하고 군의 사기와 명예를 진작시키는 국방정책을 펼쳐 나가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선진 정예 강군론’을 펼쳤다. ■ “임관식 주인공은 내빈이 아니라 생도와 학부모” 3월 11일 오후에 거행된 육군사관학교 제64기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취임식 이후 보여 온 ‘파격행보’를 계속 이어갔다. 이날 행사장에는 “임관식 주인공은 내빈이 아니라 생도와 학부모”라는 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작년까지와는 달리 학부모를 위한 의자가 마련됐으며, 단상 중앙에는 이 대통령 부부와 함께 학부모들을 위한 좌석도 30여 석 배치됐다. 지난 학군장교 임관식에서는 졸업생들을 위한 의자도 마련됐으나, 육사 임관식 행사에서는 육군과 대통령실의 협의에 따라 졸업생들은 선 채로 임관식을 마쳤던 것이다. 이 대통령은 임관식을 마친 뒤 연병장으로 내려가 학부모들과 악수를 하고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면서 사진촬영을 했으며, 생도들이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며 양팔로 하트 모양을 만들자 같은 포즈로 화답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은 행사가 모두 끝난 뒤 차량을 타고 연병장을 빠져나오면서, 도열한 생도들을 보고 예정에 없이 차에서 내려 또 다시 양팔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격려하여 생도들의 환호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군 행사에 이 대통령의 대한 파격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된다. 이 대통령은 8월 14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육·해·공 3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를 순시해 이상희 국방부 장관, 김태영 합참의장, 임충빈 육군참모총장, 정옥근 해군참모총장, 김은기 공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의 영접을 받은 뒤, 대연병장에서 3군 합동의장대를 사열하고 전 장성에게 지휘봉을 수여했다. 이 대통령의 계룡대 순시는 건국 60주년인 올해 8·15를 앞두고 군의 사기진작과 함께 영토주권 수호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취지였다는 게 당시 정치권의 관측이었다. 임충빈 육군참모총장은 대회의실에서 계룡대 전 장성 및 군단장급 이상 지휘관 118명이 참석한 가운데 실시된 육·해·공군 현황보고에서 “육·해·공군 전 장병은 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가운데 정예화된 선진 강군을 육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으며, 이에 이 대통령은 군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한편, 앞으로도 전 장병의 지혜와 노력을 결집해서 선진 강군 육성에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 김윤옥 여사, 장병 꼭 껴안아줘 군에 대한 이 대통령의 남다른 애정과 정성에 따른 것인지는 몰라도, 영부인인 김윤옥 여사도 추석을 앞두고 통상 불우시설을 방문하던 것을 올해는 경기도 연천의 25사단을 방문해 국방에 여념이 없는 장병들을 격려했다. 김 여사는 내무반에 들러 장병들과 대화 및 장기자랑 시간을 가졌는데,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을 맞이하여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다하고 있는 장병들에게 무한한 신뢰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추석을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는데 대해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전했다. 점심식사 시간에는 준비해 간 송편과 모듬전을 장병들에게 직접 나누어주고 함께 식사를 하며, 어머니의 마음을 대신하기도 했으며 장병들은 김 여사에게 장병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사인이 담긴 작은 액자를 방문 답례로 선물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한 장병을 꼭 껴안아주며 모자(母子)의 정을 느끼게 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9월 26일 오후 경기도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취임 이후 처음으로 건국 60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2008년 지상·공중 합동화력운영시범’에 참관한 자리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유지를 위해서도 그렇다”며 “도발하면 무조건 이겨야 하는 일도 있기 때문에 강군(强軍)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강군이 되면 전쟁이 억제되지만, 약하면 전쟁을 유발할 수도 있으니, 이를 막으려면 강군이 돼야 한다”며 취임 이후 계속 역설해 왔던 ‘선진 강군론’을 펼쳤다. 합동화력운용시범은 1998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 실시되는 것으로, 육군 5군단장 지휘하에 육군 K-9자주포, K1A1 등 주요 화기와 병력을 비롯해, 공군 F-15K, KF-16, 미군 아파치 헬기(AH-64) 등 21개 부대 병력 2000여명과 17종 238문(정)의 화기가 참여하는 최대 규모 행사였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이날 시범에서는 주요 화기별 위력사격에 이어 우리 군의 전투수행체계인 ‘네트워크 중심전(NCW)’에서 지상 전력과 공중 전력이 합동으로 운용되는 전투수행 장면이 소개됐다. 네트워크 중심전은 인공위성, 포병 탐지 레이다 등의 탐지체계를 이용해 적을 먼저 찾아 이를 실시간으로 작전지휘소에 전파하면 이 정보를 기초로 전 제대가 컴퓨터네트워크를 통해 전장상황을 공유한 가운데 최적의 타격체제를 선정, 적보다 먼저 표적을 정밀 타격하는 신개념 전투수행체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시범에서는 공군 F-15K가 지난 7월 전력화한 이후 최초로 합동화력 운용에 투입되고, 미 A-10 등도 참가하였으며, 육군의 차기전차 K-2, K-21장갑차, 차기 복합형 소총, 공군의 공대지/공대공 무기 등 최신장비가 전시됐다. ■ 국군의 날 3대 ‘선진 정예강군론’ 펼쳐 이 대통령의 군에 대한 애정은 10월 1일 서울 잠실운동장에서 ‘선진강국 국민과 함께 세계로 미래로’라는 슬로건 아래 대대적으로 펼쳐진 ‘건국 60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건국 60주년을 맞아 우리 군은 ‘선진 정예강군’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방점을 찍었다. 이 대통령은 “6.25 동족상잔의 참화 속에서 참전용사들은 목숨을 초개와 같이 조국에 바치는 확고한 신념으로 이 땅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며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외국 시민권까지 포기하고 입대한 젊은이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국민의 군대’가 될 수 있었다”고 자랑스럽게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이지만, 조국의 하늘과 땅과 바다를 지키는 여러분이 있었기에 우리 국민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었다”면서 “제2연평해전과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도 침몰하는 함정과 운명을 같이한 영웅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미래의 행복을 꿈꿀 수 있었으며, 조국의 명예와 세계평화를 위해 이라크와 레바논 등지에서 봉사하는 장병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성숙한 세계 국가로 도약할 수 있었다”며 감사해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군도 변화하는 국제환경·안보환경에 대응하고, 시대적 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선진 정예강군’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강한 군대’ 만이 국토를 수호하고 전쟁을 억제하며 평화를 보장할 수 있고, 설사 적군이 우리를 침략해 오더라도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심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선진 정예강군은 ‘국민의 군대’ ‘가족 같은 군대’ ‘세계 속의 당당한 군대’가 돼서 세계인들의 가슴속에 ‘닮고 싶은 한국군’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며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을 진다’는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특히, 이날 국군 통수권자인 이 대통령은 군 관계자, 시민 등 6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군의 출정을 명하는 ‘진고’를 여섯 번 타고해 건군 이래 처음으로 출정식이 거행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군에 대한 남다른 정성과 애정을 쏟는 이유는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분단국가라는 특수 상황 때문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을 보내고 소위 여당에서 주장하는 ‘좌파 정권’이라는 진보성향의 정권에서 보수 정권으로 넘어온 상황에서 전향적인 보수집단 중 하나인 군에 대한 대대적인 이념정리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군에 대한 믿음과 애정과 정성은 임기 내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