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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IMF 닥치나

환율폭등·주식폭락, 경제전망 ‘암울’
세계경제도 그늘진 전망 잇따라… 과연 해법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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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8호 성승제⁄ 2008.10.14 15:10:30

한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서민들은 높은 물가와 고이자에 허덕이고, 실물경제는 여전히 상승률이 떨어지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10월 10일 기준 원·달러 환율이 폭등해 1500원선을 위협하고 있고, 환율 요동으로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떼이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말 그대로 외환위기 공포가 한국 경제를 뒤덮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불법고리 대출이 기승을 부리고, 그 부작용으로 우울증에 걸린 서민들은 자살에 이르는 일까지 속출하이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이 공황의 끝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시작된 한국 경제의 위기, 그 현상과 대안을 짚어본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지금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반토막 난 펀드 수익률만 보면 밤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슬픈 펀드 투자자, 직장인 김현승 씨> “금리가 너무 올라 죽을 지경입니다. 그 동안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생활을 했는데, 지금은 고물가와 높은 금리 때문에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맞벌이라도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우울한 주부 김진영 씨> 1998년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 경제가 미국의 신용경색으로 또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물가는 연일 급등하고, 주식과 펀드 수익률은 반토막으로 쪼개지고 있다. 서민들은 물가는 오르는데 소득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떨어지고 있어 먹고살기 힘들어졌다며 아우성이다. 더구나, 장밋빛 전망보다 어두운 전망만 속속 제기되고 있어 이들의 가슴을 더욱 짓누른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올해 초에는 코스피가 2500을 넘어서고 경제성장률도 5.00%대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던 경제전문가들의 장밋빛 경제 전망은 간데없고, 경제가 나아지리라는 전망은 입 밖에도 꺼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장밋빛 경제 전망을 한 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시작으로 미국 최대 투자회사인 ‘리먼브러더스’ 파산까지 불과 1년도 채 안 된 과정을 보면, 향후 한국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섣불리 내놓았다가는 더 큰 비난만 사게 되어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깊고 긴 불황의 터널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 해외 전문가 “세계 경제 경기침체 깊어진다” 한국 경제에 이처럼 그늘이 덮인 이유는 미국 경제의 추락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미국 시장의 현황을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잘못도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그렇다면, 해외 경제 전망은 어떨까?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미국의 하버드대·예일대의 경제 석학들은 잇따라 미국의 경제침체가 깊어질 것이란 경고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매크로마켓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맡고 있는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 교수는 10월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는 가라앉는 배에 올라탄 형국”이라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재무부의 여러 대책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심각한 침체상태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그는 FRB와 유럽중앙은행(ECB) 등의 금리인하 공조 조치에 대해서도 “당국이 시간에 쫓겨 이것저것 땜질 처방에만 급급한 나머지 근본적인 경제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배가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하고) 떠 있게 하려는 노력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실러 교수는 최근 저서 <서브프라임 대책>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침체로 비롯된 금융위기가 미국의 사회구조를 해체하고 수년간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전미 경제조사국(NBER) 의장을 역임했던 마틴 펠트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역시 블룸버그 TV에서 “이번 위기가 지난 30년간 4차례 발생했던 경기침체보다 더 길어질 것”이라며 “지난 4번의 경기침체는 평균 12개월 동안 지속됐지만, 이번 침체는 더 깊고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불길한 전망에 마땅한 대책도 없는 현 사태에 서민들이 기댈 곳은 이제 정부뿐이다. 하지만, 여전히 거꾸로 가는 경제정책에 이러한 기대마저 실망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아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방관할 수만은 없는 일. 우선, 제2의 외환위기까지 올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현 정부의 정책부터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정부, 당근·채찍 정책 ‘봇물’…외환 공포감 ‘여전’ 정부는 우선 외화유동성 지원이라는 ‘당근’과 은행들의 외자 유치 촉구, 환투기 세력 단속 등 ‘채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세계 자금시장의 신용경색이 풀리지 않으면서 외환시장의 공포감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세계 주요국의 뒤늦은 공조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 은행들이 금리인하 조치에 나서면서 한동안 고민에 빠진 한국은행도 이에 동참했다. 5.00%인 콜금리를 10월 9일 0.25% 전격 인하 한 것. 이 때문에 이날 장중 1500원을 넘보던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 얼마나 진정될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주요 정책을 보면, 우선 3단계로 나눠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책)을 마련해 놓고 외화유동성 상황을 매일 점검하며 필요한 카드가 무엇인지 점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섣부른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 불안심리를 진정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미국 4대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몰락했을 때만 해도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가,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효과를 못 보고 있다. 또, 지난달 26일 외화자금시장에 100억 달러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당시 원·달러 환율은 4년 1개월 만에 최고치인 1,160원대로 급등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10월 6일 시중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은행들의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주문하는 동시에, 수출입은행을 통해 시중은행에 50억 달러를 긴급 지원했다. 그러나 이 역시 폭등하는 환율에 제동을 걸지는 못했다. 지난 주말과 이번 주초에는 정부가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중·일 재무장관 회의와 금융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외에 우리나라의 외환 사정이 어려운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굿모닝신한증권 박효진 연구원은 “현재의 위기는 신뢰의 위기로, 미국의 구제금융 법안이 하원에서 1차 부결된 이후 미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깨졌고 세계 각국의 처방도 국지적이었다”며 “한국 정부의 대처도 다를 바 없었고 ‘문제없다’는 말 말고는 신뢰를 회복할 만한 신호를 시장에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정부, 금융위기 해결 남은 카드… ‘일단 버텨라’ 정부는 외화유동성을 일부 공급하고 연내 시행 예정인 소액 외환거래 자유화 등 2단계 외환자유화 계획을 보류하는 등 컨틴전시 플랜의 1단계 방안을 가동하고 있다. 외화유동성이 계속 악화될 경우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로는 2단계로 외환보유액을 풀어 달러 공급을 확대하고 최악의 경우 외화 거래를 통제하는 방안이 있다. 정부는 외환보유액이 2397억 달러로 충분하고 전부 가용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지금의 글로벌 신용경색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썼다가는 보유 달러만 축내고 진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기획재정부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이 최근 “이번 사태가 1~2주 내 단기적으로 끝날 것이 아니므로 장기적으로 가야 한다”며 “정부는 적절한 유동성 공급과 보유액의 일정 수준 유지라는 두 가지 사이에서 적절하게 시장에 개입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한 것도 이런 우려를 담은 것이다. 신 차관보는 “지금은 컨틴전시 플랜의 1단계로, 마지막 단계는 실수요 자본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단계는 실수요자에 한해서 외환거래를 허용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도 위기에 직면하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그럴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금융위기가 아시아로 확산될 경우를 대비해 중국·일본을 비롯한 아세안 회원국들과 800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통화기금’(AMF) 조성에 속도를 내기로 했지만, 국가별 출자 규모와 의사결정권 등을 놓고 각국의 입장이 틀리기 때문에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중앙대 박창균 교수는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은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정책당국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며 “지금은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원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구제금융 법안과 우리 정부의 외화유동성 대책도 발표만 있었지 본격적으로 실행되지 않은 단계”라며 “정부는 섣부른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분위기 반전을 기다리면서 심리적 불안을 완화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해외 경제위기 해결 카드는 ‘금리인하’ 그렇다면, 원인 제공을 한 미국의 남은 카드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금리인하 정책이다. 그러나 지난 10월 8일 전격적으로 발표된 7개국 중앙은행의 동시다발 금리인하는 각국 주식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헨리 폴슨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국제적 공조가 절실하다”며 주요국 정책 당국 간 공조 지속을 내비쳤지만, 시장에서는 의구심이 여전하다. 시장의 관심은 과연 어떤 추가 조치가 나올 수 있느냐다. 일단, 주요국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인하부터 예상할 수 있다. 미국은 오는 10월 28~29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0.25~0.5%포인트 추가 인하가 점쳐지고 있다. 금리인하로 일단 물꼬를 튼 이상 추가 조치는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다. 현재보다 금리를 더 낮춘다면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 때 경험했던 연 1% 아래로도 내려갈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른바 ‘제로 금리’가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지다.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는 저금리 체제가 단기 금융시장을 죽이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반론에 부딪힌다. 그러나 이번 금융위기 과정에서 단기 금융시장은 극도로 위축돼 더 이상 고려할 필요가 없다. 미국 대표 기업 GE조차도 하루짜리 오버나이트 기업어음(CP)으로 자금을 충당할 정도다. FRB는 금리인하 하루 전날 3개월 만기 CP를 직접 매입하겠다는 고강도 처방을 내놓은 바 있다. 이론적으로는 제로 금리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연 0.0% 금리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둘째는, 중앙은행이 금융회사와 기업의 보유 채권을 담보 없이 직접 사들이는 방법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격적인 금리인하가 발표되기 전 FRB 내부에서 이런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은행의 이런 유동성 공급은 사실상 밴 버냉키 FRB 의장이 언급했던 ‘제로 금리 시대를 만들어 놓고 헬리콥터에서 달러를 마구 뿌려대는 것’과 같은 조치다. 셋째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압류 처분을 앞둔 개인 모기지 주택 대출을 정부가 사들여 떠안는 방안이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가 제기하는 방법이다. 공화당 존 매케인 대통령 후보도 이를 원용해 공적자금 3000억 달러 정도를 투입하고 이를 실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모기지 대출 13조 달러 가운데 문제가 있는 부분을 10%로만 잡아도 최대 1조3000억 달러면 된다. 집값 하락을 막고 주택 모기지 관련 증권(MBS) 부실 확대를 막는 이중 효과가 있다. 다만, 모기지 대출을 받아간 개인 간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가 반드시 제기된다는 점에서 정치적 구호로서 또는 대중적 인기를 위한 정책으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전문가들은 추가 조치는 주식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금융사 간 자금 거래를 회복시키는 방안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의 핵심은 금융사 유동성 부족이기 때문이다. 추가 조치 효과를 주식시장 주가지수 회복에만 연계시키는 근시안적 시각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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