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의 미국 돈이 뭔데?” 미국의 금융위기의 여파가 태평양을 건너 한반도에 쓰나미로 돌발하자, 우리나라 암달러 시장에서 최고인 서울 남대문시장의 한 암달러 아줌마가 내뱉은 말이다. 암달러 아줌마들은 춤추는 환율에 따라 울고 웃는 신세다. 그러나 웃는 것보다 우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이는 널뛰는 환률 때문에 자기들에게 돌아오는 이문(이윤)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줌마들은 “아, 옛날이여!”를 회고하고 있다. 지금 사설환전소가 많이 생긴데 이어, 은행에서도 각종 우대 환율을 주면서 손님들을 유치하고 있기 때문에, 자그만 의자에서 몸을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경제의 이용가치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특히, 굳이 몰래 들여온 소위 ‘암달러’가 아니면 남대문 암달러 아줌마들에게 환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 시절엔 달러가 귀해서 돈벌이가 좋아 집도 사고 했는데, 지금은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어졌어.” 그러나 남대문 암달러시장은 아직도 죽지 않고 있다. 40대 중년 여성이 달러를 팔기 위해 가방에서 800달러를 꺼냈다. 그에게 “왜 은행에서 안 바꾸고 여기에서 바꾸느냐”고 물었다. 그는 은행에서 교환 했을 때 이름이 노출되고 자칫 잘못하면 세금도 내게 돼, 보다 편리하고 가격도 유리해진 암달러시장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남대문시장 일대 국내 최대의 ‘암달러시장’으로 불리는 이곳의 분위기는 서울 외환시장과는 사뭇 달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극심한 ‘달러화 가뭄’을 겪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곳에서는 오히려 ‘장롱 속 뭉치 달러’등장하기도 했다. 이 일대에는 현재 암달러상과 공인환전소를 포함해 모두 20여 곳 이상의 환전상들이 활동 중이다. 한 곳에서 수십 년 이상 자리 잡고 영업해 온 사람들이 많고, 이들 암달러상은 대개 간이의자에 앉아 종이박스 위에 계산기를 올려놓고 환전 영업을 한다. 암달러상 중에는 위조 달러화 등을 감식하기 위한 감별기를 갖추고 있는 이도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강만수 장관의 경질이 거론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그놈의 달러가 뭔지”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맞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환율 방어정책은 국민들에게 속시원한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강 장관의 최근 행보에 대해 경제정책 수장의 인식의 안일함과 무대책과 무성의함을 보여주고 있어 국민들에게는 실망만 줄 뿐이다. 이제는 시장과 국민에게 신뢰회복의 시그널을 보내줘야 한다. 지난 7월 최중경 재정부 차관을 경질할 때 환율정책의 실패의 책임은 ‘고환율’을 유지한 강 장관이 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강 장관이 환율방어전에 실패를 계속할 경우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국민 앞에 나서서 정부의 인식과 대책을 확실하게 얘기 해주고 국민의 협조를 구하는 게 상책이다. “지난 97년 위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위기에 면역력도 생겼지만, 다른 한편으론 막연한 불안감도 커진 것 같다”고 지적한 것처럼, 이 대통령은 고통받고 있는 국민 앞에 떠떳이 나서 지금의 위기상황을 헤쳐 나가야 한다. 그래서 “그놈의 미국 돈이 뭔데”라며 큰소리 치면서 중국처럼 미국을 집어삼킬 수 있는 정도의 환율방어 강국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