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프랑스 이 세 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천재감독 3인이 한 영화에서 연출 싸움을 벌인다. 한·미·프 합작 영화 <도쿄!>는 서울·뉴욕·파리가 각각의 주 무대인 봉준호, 미셸 공드리, 레오 까락스 등 세 감독이 각자 바라본 도쿄(일본)를 <흔들리는 도쿄> <아키라와 히로코> <광인>에 담고 있다.
<도쿄!>는 봉준호 감독이 해외 러브콜을 모두 물리치고 택한 영화여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6년 5월에 감독 섭외가 이뤄졌고, 2007년 8월에 봉준호 감독의 <흔들리는 도쿄>를 필두로, 10월 미셸 공드리 감독의 <아키라와 히로코>, 11월 레오 까락스 감독의 <광인> 순으로 촬영을 마쳤다.
각자 둘째 가라면 서러울 뚜렷한 개성을 가진 이 천재감독들이 도쿄라는 도시를 놓고 펼친 상상력은 놀라울 따름이다. 외로운 도시, 미쳐가는 도시, 흔들리는 도시로 도쿄를 바라본 이들은 각자의 특기를 살려 판타스틱한 동화 같은 상상력, 미치광이 같은 광기 어린 상상력, 장르로서 멜로의 소재를 넓히는 상상력을 보여준다.
일본의 도쿄를 배경으로 한 까닭에 8월 16일 일본에서 가장 먼저 개봉된 <도쿄!>는 10월 15일 프랑스에서 개봉됐으며, 10월 23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천재감독들의 무한 상상력이 기대되는 영화 <도쿄!>를 들여다본다.
■ “이인자 NO! 내가 바로 일인자!”
레오 까락스 = 17세에 첫 단편영화
■ <도쿄!> 서울 상륙! 감독ㆍ배우와 함께 한 인터뷰 10월 23일, 일본·프랑스에 이어 서울에서 개봉되는 옴니버스 영화 <도쿄!>에서 <흔들리는 도쿄>를 연출한 ‘서울 대표’ 봉준호 감독과 ‘히키코모리’ 역을 연기한 일본의 연기파 배우 카가와 테루유키가 용산CGV에서 열린 <도쿄!>의 국내 언론시사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이날 영화에 참여한 소감과 <흔들리는 도쿄>에 관한 의문점 등을 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카가와 테루유키를 염두에 두고 썼다는데, 어째선가? - 카가와 씨는 표현력이 풍부한 배우입니다. 처음부터 그를 캐스팅하려고 마음먹은 이유는 그가 ‘오다기리 죠’의 형 역으로 출연한 영화 ‘유레루’ 때문입니다. 일상적인 동작 하나도 놓치지 않는 섬세함에 반했죠. 히키코모리는 타인과의 소통보다 동작으로 표현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그를 캐스팅했습니다(봉준호 감독). 피자배달원의 몸에 그려진 버튼 모양의 문신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 카가와 씨의 캐릭터를 생각하다가 나온 아이디어입니다. 히키코모리로 살아도 전화나 인터넷만 있으면 모든 일을 할 수 있거든요. 근데 히키코모리가 유일하게 할 수 없는 것이 접촉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접촉이 싫어서 히키코모리가 됐다고 볼 수도 있구요. 또한, 히키코모리의 성격상 밖으로 나가게 하려면 핑계거리가 필요했어요. 그때, 버튼을 누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봉준호 감독). 봉준호 감독을 존경한다는데, 실제 함께 작업해본 느낌은 어땠나? - 아주 큰 50m 크레인의 운전자 같은 감독입니다. 그런데 크레인의 가장 끝에는 현미경이 달려 있어 크고 작은 것을 동시에 볼 수 있으면서 아크로바틱한 일도 가능하죠. <살인의 추억>을 보고 그가 큰 것과 작은 것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감독이라고 느꼈어요. 그리고, 이번에 함께 하면서 저도 그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카가와 테루유키). 휴지심 자국은 무엇을 의미하나? - 시간에 대한 묘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히키코모리가 느끼는 시간은 분명 일반인과 다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영화 중반부에 현관을 뛰쳐나갈 때, 휴지심 자국이 여전히 손에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시간이 완전히 정체돼 있다는 느낌을 표현했어요. 아! <괴물> 마지막 장면에서 송강호 씨가 괴물을 처치한 후, 손바닥에 봉의 둥그런 자국이 나오는데, 전작의 마지막 장면과 신작의 첫 장면을 연결시키고 싶은 조잡한 마음도 작용했습니다. 하하(봉준호 감독). 의사소통은 어렵지 않았나? 또, 봉 감독의 주문은 독특하다고 소문 나 있는데, 어땠나? - 통역이 없는 것처럼 의사소통은 편했어요. 지난해 처음 (봉 감독을) 뵙고 1년 반이 지났는데, 봉 감독과 제 안에는 같은 종자가 있다고 느낄 정도로 공명이 잘됐습니다(카가와 테루유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