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뚝뚝한 남자 고영욱을 사랑에 흠뻑 빠지게 만든 가수가 있다. 2007년 10월에 1집 앨범 <그대를 그대를>로 데뷔한 실력파 여가수 김동희(24). 그의 2집 앨범
■ 일문일답 ◑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출신이면 글 쓰는 직업을 할 것 같은데, 가수는 어떤 계기로 시작한 건가? 어릴 때부터 가수가 되고 싶었죠. 초등학생 때부터 또래 친구들이 TV를 볼 때, 저는 라디오를 들었어요. FM 라디오 프로그램을 전부 외울 정도로 매일 귀가 닳도록 들었죠. 이때부터 콘서트도 혼자 다녔어요. 당시에는 ‘산울림’ ‘강산에’ 선배를 좋아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밴드로 활동했고, 대학생 때는 인디밴드도 시작했습니다. ◑ 보컬 선생으로 일하면서 빅뱅과 지아의 보컬 트레이닝을 맡았다던데…. 어머! 아니에요. 그렇게 알고들 계신 분들이 많지만, 잘못된 소문입니다. 보컬 트레이너로 가수 지망생들을 가르친 적은 있지만, 그 기간이 1년 정도로 짧거든요. 또, 제가 처음부터 키웠다고 할 만한 가수도 없구요. ◑ 노래는 원래부터 잘했나? 호호. 전혀요. 학교 다닐 때, 제가 노래를 한다 그러면 친구들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불러봐라 어디” 하더군요. 제 친구 중에는 저처럼 시니컬한 애들이 많아서 그런지, 뭐든 직설적으로 말했어요. “정말 하고 싶으면 해야지” 하면서도, 안 하길 바랐던 것 같아요. 왜냐면, 제가 중·고등학생 때 ‘문학 특기생’이었거든요. 제 특기인 글을 쓰는 직업을 택하는 편이 미래가 밝다고 친구들은 생각한 것 같아요. ◑ 글을 잘 쓴다는 사실은 의외다. 어느 정도의 실력인가? 실력까지는 잘 모르지만, 중·고등학교를 부천에서 나왔는데, 한 달에 두세 번은 백일장에 학교 대표로 출전했어요. 가끔 상금을 타면 친구들에게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그랬죠. 어릴 때부터 글을 써 와서 스스로도 작가가 될 줄 알았어요. ◑ 지금은 어떤가? 작가가 되고 싶냐구요? 그럼요. 책을 내겠다는 꿈은 늘 간직하고 있어요. 요즘은 제 미니홈피에 끄적이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지만요. 헤헤. 평소 큰 서점에 가서 책도 읽어요. 아직 알아보시는 분이 별로 없어서 내키는 대로 돌아다녀도 되더군요. 또, 매달 나오는 문학 관련 잡지도 꼬박꼬박 사 보면서 글 쓰는 감각을 익히고 있답니다. ◑ 노래는 혼자 공부한 건가? 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어느 날 할머니가 저더러 “귀신 들린 거 아니니”라고 염려하실 정도로 방에서 혼자 노래했어요. 호호. 장혜진·이소라·토이 등이 부른 1990년대 정통 발라드를 가장 좋아하는데, 그 중 장혜진 씨의 앨범으로 연습했어요. 1994년에 김현철 씨가 프로듀싱한 그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외워 부를 정도로요. ◑ 혼자 연습한다고 노래 실력이 좋아지나? 정말 열심히 하다 보면, 아주 조금씩 실력이 좋아지는 걸 느껴요. 쭉 혼자 연습한 건 아니구요. 재수할 때, 부모님께는 4년제 대학에 들어가게 해주는 강남권의 유명학원에 들어가겠다는 거짓말로 돈을 받아서 실용음악과 입시 학원에 다녔어요. 2주 만에 들켰지만요. 하긴, 재수생 가방 안에 책은 없고, CD 플레이어와 오선지뿐이니, 들키는 게 당연했죠. ◑ 부모님은 가수를 반대하나? 처음에는 싫어하셨어요. 지금은 반대하시진 않고, 그냥 관망하시는 정도구요. ◑ 인기 드라마 <뉴하트>의 OST를 통해 유명세를 탔는데, 참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김민정의 러브 테마 ‘사랑을 몰랐죠’는 앨범에 넣을 수 있을 정도의 훌륭한 곡이었어요. 근데, 드라마에 넣으면 좋을 것 같다는 음악 감독님의 말씀 때문에, OST에 들어가게 됐구요. 드라마 장면 하나로 검색어에서 1위에다, 미니홈피에 몇 천 명이나 되는 네티즌들이 방문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에 깜짝 놀랐어요. ◑ 하지만, ‘사랑을 몰랐죠’가 히트하고 김동희에 대한 반응이 높았던 반면, 가요 프로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는데, 실망하지 않았나? 신인이라는 핸디캡 때문에 라이브로 노래할 만한 곳이 별로 없었어요. 김동희는 모르더라도 <뉴하트> 러브 송은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닐까요. 신인의 노래는 묻혀버리기 십상이니까요. 또 컬러링, 벨 소리, 길거리에서 제 노래를 들으면 정말 뿌듯해요. ◑ 자신의 곡이 OST로 들어간 드라마나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빼놓지 않고 보나? 내용에 몰입은 잘 되는지도 궁금하다. 솔직히 말하면, 재미없을 때는 안 볼 때도 가끔 있어요. 죄송합니다. 호호. 뭐, 제 노래라고 해도 드라마의 내용에 따라 집중하게 되죠. 특히, 키스 신이나 가슴 따뜻한 신에서 제 곡이 흐르면 몰입이 더 쉽던데요. ◑ 화제가 된 곡이 슬픈 곡이 많아, 왠지 댄스곡처럼 밝은 곡은 부를 수 없을 것 같아 보인다. 예전에 밴드로 활동할 때, 주로 빠른 템포의 곡을 불렀기 때문에 댄스곡도 가능해요.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솔로 여자 가수=발라드’라는 틀이 형성돼 있어 선뜻 변신하지 못하는 거죠. 하지만, 저는 다양한 장르의 곡으로 팬들을 만나고 싶어요. ◑ 가수활동 외에 드라마ㆍ예능 프로그램 등의 활동을 할 의사가 있는 지 궁금하다. 과연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면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저 역시도 의문이에요. 예능인의 자질은 정말 제로라고 생각해요. ◑ 앞으로 어떤 가수가 되고 싶나? 다방면으로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가수요. 외국의 아티스트 중에 ‘데미안 라이스’ ‘유투’ 를 좋아하는데, 그들의 음반을 보면, 재킷에 직접 그린 삽화를 넣거나, 사진을 넣거나, 인상에 남을 만한 것들을 넣거든요. 저도 그들처럼 표현양식이 다양한 가수였으면 좋겠어요. ◑ 끝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래 테크닉보다 감정이 들리는 가수로 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부디 제 노래에서 감정을 먼저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