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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땐 말없이’ 부른 실력파 여가수 김동희

“OST 가수 벽, 꼭 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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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9호 이우인⁄ 2008.10.21 14:48:40

최근 무뚝뚝한 남자 고영욱을 사랑에 흠뻑 빠지게 만든 가수가 있다. 2007년 10월에 1집 앨범 <그대를 그대를>로 데뷔한 실력파 여가수 김동희(24). 그의 2집 앨범 의 타이틀 곡 ‘헤어질 땐 말없이’의 뮤직 비디오에 출연한 고영욱은 연예인으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멜로 연기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이와 더불어 뮤직 비디오의 가수 김동희도 화제의 중심에 섰다. ‘헤어질 땐 말없이’는 9월 17일 발매한 지 일주일 만에 소리바다에서 전체 3위, Mnet 차트 21위, 네이트 컬러링 주간 27위, 싸이월드에서 일일차트 20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에 앞서 김동희는 MBC 인기 드라마 <뉴하트> OST에서 지성과 김민정의 러브 테마 ‘사랑을 몰랐죠’로 인기 검색 포털 사이트에서 높은 순위에 오르며 신인가수로서 최고의 상종가를 누렸다. 또, 지난 4월에는 KBS2 드라마 <싱글파파는 열애중>의 타이틀곡이자 극중 여주인공(강성연, 허이재)의 테마곡인 ‘썸데이’를 불러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했다. 듣는 이의 감정을 차분하게 만드는 호소력 짙은 보이스를 지닌 실력파 가수 김동희. 김동희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슬퍼진다. 이를 반영하듯 앨범 재킷 속 김동희의 모습 또한 길 잃은 여자의 방황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김동희에 대한 상상과 실제의 그녀는 전혀 매치되지 않는다. 실제로 만난 김동희는 순정만화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처럼 순수하고 귀여웠다. 이야기하는 동안 짧은 커트 머리를 긁적이는 동작 하며, 생각에 잠기며 깜빡이는 눈동자, 주위를 살피는 표정 하나하나가 “과연 가수 김동희가 이 사람인가?”하는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자신의 성격이 어떠하냐는 질문에, 그녀는 망설임 없이 “이상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라고 답한다. 노래를 잘해 어릴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을 것 같지만, 그녀는 중·고등학생 때 학교 대표로 백일장 대회에 나가 상금을 타기도 해 글 잘 쓰는 아이로 유명했다고 한다. 서울예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을 정도로 그녀는 문학에 조예가 깊은 ‘문학소녀’였다. 글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그녀는 단호히 “제가 AB형인데요. 감정기복이 심한 성격을 진정시키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소심하고 조용해서 화가 나거나 슬플 때도 노트에 ‘왜 화가 났는가. 왜 슬픈가’를 분석하곤 했어요”하며 엉뚱한 표정을 짓는다. “김동희에게 음악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틀에 박힌 질문에, 그녀는 미간에 주름을 만들며 한참을 고민하다, “그냥 살아가는 일 중의 하나일 뿐, 특별히 무엇인 것 같진 않은데요”라며 쑥스러워한다. OST로 이름을 알린 김동희를 보면, 더원·하울 등 똑같이 OST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가수가 떠오른다. 그들 또한 실력 있는 가수지만, ‘OST 전문가수’로 인식되는 바람에, 정작 OST가 아닌 분야에서는 빛을 잃는다. 이와 관련, 김동희는 “지금은 좋지도 않지만, 싫지도 않은 애매한 입장이에요. 새로운 앨범이 나올 때도 질문이 OST에 한정되거나, 라디오 신청곡도 대부분 OST거든요. 알려진 노래가 OST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라고 한숨지으면서도, “역으로 생각하면 OST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으니 다행이라 생각해요. ‘OST 전문가수’로 고정되는 인식은 제가 조금씩 깨 나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꼭 그럴 겁니다”라며 이내 용기를 찾는다.

■ 일문일답 ◑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출신이면 글 쓰는 직업을 할 것 같은데, 가수는 어떤 계기로 시작한 건가? 어릴 때부터 가수가 되고 싶었죠. 초등학생 때부터 또래 친구들이 TV를 볼 때, 저는 라디오를 들었어요. FM 라디오 프로그램을 전부 외울 정도로 매일 귀가 닳도록 들었죠. 이때부터 콘서트도 혼자 다녔어요. 당시에는 ‘산울림’ ‘강산에’ 선배를 좋아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밴드로 활동했고, 대학생 때는 인디밴드도 시작했습니다. ◑ 보컬 선생으로 일하면서 빅뱅과 지아의 보컬 트레이닝을 맡았다던데…. 어머! 아니에요. 그렇게 알고들 계신 분들이 많지만, 잘못된 소문입니다. 보컬 트레이너로 가수 지망생들을 가르친 적은 있지만, 그 기간이 1년 정도로 짧거든요. 또, 제가 처음부터 키웠다고 할 만한 가수도 없구요. ◑ 노래는 원래부터 잘했나? 호호. 전혀요. 학교 다닐 때, 제가 노래를 한다 그러면 친구들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불러봐라 어디” 하더군요. 제 친구 중에는 저처럼 시니컬한 애들이 많아서 그런지, 뭐든 직설적으로 말했어요. “정말 하고 싶으면 해야지” 하면서도, 안 하길 바랐던 것 같아요. 왜냐면, 제가 중·고등학생 때 ‘문학 특기생’이었거든요. 제 특기인 글을 쓰는 직업을 택하는 편이 미래가 밝다고 친구들은 생각한 것 같아요. ◑ 글을 잘 쓴다는 사실은 의외다. 어느 정도의 실력인가? 실력까지는 잘 모르지만, 중·고등학교를 부천에서 나왔는데, 한 달에 두세 번은 백일장에 학교 대표로 출전했어요. 가끔 상금을 타면 친구들에게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그랬죠. 어릴 때부터 글을 써 와서 스스로도 작가가 될 줄 알았어요. ◑ 지금은 어떤가? 작가가 되고 싶냐구요? 그럼요. 책을 내겠다는 꿈은 늘 간직하고 있어요. 요즘은 제 미니홈피에 끄적이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지만요. 헤헤. 평소 큰 서점에 가서 책도 읽어요. 아직 알아보시는 분이 별로 없어서 내키는 대로 돌아다녀도 되더군요. 또, 매달 나오는 문학 관련 잡지도 꼬박꼬박 사 보면서 글 쓰는 감각을 익히고 있답니다. ◑ 노래는 혼자 공부한 건가? 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어느 날 할머니가 저더러 “귀신 들린 거 아니니”라고 염려하실 정도로 방에서 혼자 노래했어요. 호호. 장혜진·이소라·토이 등이 부른 1990년대 정통 발라드를 가장 좋아하는데, 그 중 장혜진 씨의 앨범으로 연습했어요. 1994년에 김현철 씨가 프로듀싱한 그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외워 부를 정도로요. ◑ 혼자 연습한다고 노래 실력이 좋아지나? 정말 열심히 하다 보면, 아주 조금씩 실력이 좋아지는 걸 느껴요. 쭉 혼자 연습한 건 아니구요. 재수할 때, 부모님께는 4년제 대학에 들어가게 해주는 강남권의 유명학원에 들어가겠다는 거짓말로 돈을 받아서 실용음악과 입시 학원에 다녔어요. 2주 만에 들켰지만요. 하긴, 재수생 가방 안에 책은 없고, CD 플레이어와 오선지뿐이니, 들키는 게 당연했죠. ◑ 부모님은 가수를 반대하나? 처음에는 싫어하셨어요. 지금은 반대하시진 않고, 그냥 관망하시는 정도구요. ◑ 인기 드라마 <뉴하트>의 OST를 통해 유명세를 탔는데, 참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김민정의 러브 테마 ‘사랑을 몰랐죠’는 앨범에 넣을 수 있을 정도의 훌륭한 곡이었어요. 근데, 드라마에 넣으면 좋을 것 같다는 음악 감독님의 말씀 때문에, OST에 들어가게 됐구요. 드라마 장면 하나로 검색어에서 1위에다, 미니홈피에 몇 천 명이나 되는 네티즌들이 방문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에 깜짝 놀랐어요. ◑ 하지만, ‘사랑을 몰랐죠’가 히트하고 김동희에 대한 반응이 높았던 반면, 가요 프로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는데, 실망하지 않았나? 신인이라는 핸디캡 때문에 라이브로 노래할 만한 곳이 별로 없었어요. 김동희는 모르더라도 <뉴하트> 러브 송은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닐까요. 신인의 노래는 묻혀버리기 십상이니까요. 또 컬러링, 벨 소리, 길거리에서 제 노래를 들으면 정말 뿌듯해요. ◑ 자신의 곡이 OST로 들어간 드라마나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빼놓지 않고 보나? 내용에 몰입은 잘 되는지도 궁금하다. 솔직히 말하면, 재미없을 때는 안 볼 때도 가끔 있어요. 죄송합니다. 호호. 뭐, 제 노래라고 해도 드라마의 내용에 따라 집중하게 되죠. 특히, 키스 신이나 가슴 따뜻한 신에서 제 곡이 흐르면 몰입이 더 쉽던데요. ◑ 화제가 된 곡이 슬픈 곡이 많아, 왠지 댄스곡처럼 밝은 곡은 부를 수 없을 것 같아 보인다. 예전에 밴드로 활동할 때, 주로 빠른 템포의 곡을 불렀기 때문에 댄스곡도 가능해요.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솔로 여자 가수=발라드’라는 틀이 형성돼 있어 선뜻 변신하지 못하는 거죠. 하지만, 저는 다양한 장르의 곡으로 팬들을 만나고 싶어요. ◑ 가수활동 외에 드라마ㆍ예능 프로그램 등의 활동을 할 의사가 있는 지 궁금하다. 과연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면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저 역시도 의문이에요. 예능인의 자질은 정말 제로라고 생각해요. ◑ 앞으로 어떤 가수가 되고 싶나? 다방면으로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가수요. 외국의 아티스트 중에 ‘데미안 라이스’ ‘유투’ 를 좋아하는데, 그들의 음반을 보면, 재킷에 직접 그린 삽화를 넣거나, 사진을 넣거나, 인상에 남을 만한 것들을 넣거든요. 저도 그들처럼 표현양식이 다양한 가수였으면 좋겠어요. ◑ 끝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래 테크닉보다 감정이 들리는 가수로 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부디 제 노래에서 감정을 먼저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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